‘빨리’ 강조한 정부 전세사기 구제안, 경매따라 시간차 불가피
피해자 실질적 비용 지원, 경·공매 앞당기는 게 ‘관건’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지원을 위해 경매차익을 활용하는 방안을 내놨다. 야당이 추진하는 ‘선 구제 후 회수’ 대비 실효성이 높단 입장이지만, 피해자들이 체감하기까지는 정부안 역시 상당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27일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추가방안을 마련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피해주택을 경매로 저렴하게 낙찰받고, 여기서 발생한 경매차익으로 피해자 주거지원에 활용한다는 게 골자다.
LH는 이렇게 매입한 주택을 피해자에게 10년간 무상으로 임대한다. 피해자가 계속 거주를 희망할 경우 시세 대비 50~70% 저렴한 비용으로 추가 10년 더 거주할 수 있도록 한다. 퇴거 시 남은 경매차익은 피해자에게 지급해 보증금 피해 회복도 지원한다.
그간 매입 대상에서 제외됐던 위반건축물, 신탁사기 주택 등도 매입할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위반건축물은 안전에 문제가 없는 경우 이행강제금 면제 등 한시적 양성화 기준을 마련하고, 매입 후 원상복구를 통해 지속 거주할 수 있도록 한다.
신탁사기 피해주택은 LH가 공매에 참여해 낙찰받고, 경매차익과 동일한 방식으로 피해자에게 공매차익을 지원하기로 했다. 다가구주택은 피해자 간 합의·조정을 거쳐 LH가 경매를 통해 매입 후 그 차익을 피해액 비율대로 안분한다.
국토부는 정부안이 야당의 개정안보다 신속한 구제가 가능하다고 본다. 야당안의 전세보증금 반환채권 평가 대비 피해주택에 대한 가치평가가 수월할뿐더러 피해자 주거안정도 강화됐단 점에서다. 이미 업무수행 인력 및 예산 등 재원이 마련돼 있단 점에서도 실효성이 높다고 봤다.
지난해 5월부터 LH는 전세사기피해지원팀을 운영 중이다. 팀장을 비롯해 차장, 대리급까지 과거 매입임대 업무수행을 한 경험을 갖춘 전문인력으로 팀을 꾸렸다.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7000억원의 예산이 확보된 상태인 데다 필요 시 LH의 전체 매입임대 예산 5조3000억원도 가용할 수 있다.
LH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절차는 총 8단계에 걸쳐 이뤄진다. 우선 기존처럼 피해자가 LH에 주택매입 사전협의를 신청하면 LH가 권리분석 및 실태조사에 나선다.
국토부 “제도·예산 모두 마련…법 통과 후 바로 시행 가능”
LH “피해주택, 유찰 없이 바로 낙찰 가능성 희박”
유찰 반복 시 수개월 이상 지연 가능성↑
이후 LH가 피해자에게 사전협의 결과를 통보하면 피해주택 매입요청(우선매수권 양도), 매입가격 확정 및 경·공매 참여, 우선매수권 행사·통보, 매각대금 납부 및 소유권 이전, LH와 피해자 간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다.
피해자들이 실질적인 비용 지원을 받기 위해선 경매 절차까지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경매 개시 시점을 가늠할 수 없는 데다 경매에 들어가더라도 사건에 따라 시일이 오래 걸릴 수 있다.
앞서 올 1월 LH는 기존 특별법에 따라 우선매수권을 넘겨받아 피해주택 1건을 매입한 바 있다. 이는 당시 피해주택에 거주하던 임차인이 지난해 6월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은 지 7개월 만이었다.
LH 관계자는 “전세사기 피해주택의 경우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고 낙찰받은 뒤 소유권 이전 및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기까지는 통상 한 달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그 사이 피해자는 계속 거주가 가능하다”며 “문제는 경·공매 진행 과정에서 유찰이 되는 경우다. 경매가 3개월 단위로 한 회차가 진행된다고 가정하면 2번만 유찰돼도 6개월씩 늘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세사기 피해지원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물리적으로 속도를 내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경매에 들어가더라도) 전세사기 피해주택이고, 입지나 여건, 준공 연한 등을 고려했을 때 법원 감정가가 LH가 판단하는 금액과는 다를 수 있어 통상 1~2회 유찰을 예상하고 있다. 유찰되지 않은 주택을 LH가 낙찰해올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덧붙였다.
제도적으로 경·공매 절차를 앞당기지 않는 이상 정부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 곧장 시행되더라도 피해자들이 실질적인 지원을 받기까지는 시간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동안은 경매로 넘어가면 피해자들이 퇴거해야 하니 계속 뒤로 미루고 유예를 했면, 이번 정부안은 경매가 빨리 끝나야 피해자들이 비용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며 “그런 부분에서 최대한 유예하지 않고 경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야당안은 채권 평가나 기금을 통해서 채권을 매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를 위한 인력이나 예산, 조직을 새롭게 다 만들어야 한다”며 “반면 정부안은 매입임대 프로세스를 모두 갖추고 있고 예산도 마련돼 있어 법만 통과되면 즉시 시행이 가능하단 점에서 신속한 구제가 가능하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공매 절차를 단축시킬 방안에 대해선 “법원에 협조 요청까지는 할 수 있겠지만, 통상 몇 개월 걸리던 걸 이만큼 줄이겠다, 제도적으로 할 수는 없는 부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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