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 건설사도 못 피한 ‘미분양’…분양 물량 더 늘어나는데

조유정 2024. 6. 1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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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전국 44개 단지, 4만가구 청약
미분양 7만가구 돌파 적신호 켜져
대구 동구 율암동 아파트에 걸린 할인분양 규탄 현수막. 호갱노노 캡처

주택 시장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이달 분양 물량이 쏟아지며 미분양 리스크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달 전국 분양예정 아파트는 62개 단지, 총 5만2258가구(임대 포함)로 조사됐다. 1~5월까지 매월 평균 2만가구 안팎으로 공급됐던 분양물량이 이달 들어 2배 이상 증가했다. 봄 성수기(3~5월)에 계획했던 재개발, 재건축단지의 분양 일정이 6월로 이월되면서 정비사업지 물량이 증가했다. 이달 공급물량 중 80% 이상인 1만3776가구가 정비사업 물량이다. 이는 지난 2022년 12월 2만5520가구가 분양된 이후 1년 6개월만에 최다다. 

앞서 건설업계는 미분양 적체와 분양 시장 위축으로 인해 상반기 분양을 미뤄왔다. 우리은행 자산컨설팅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9일 기준 전국 아파트 분양물량의 계획 대비 공급 실적(분양진도율)은 27.7%에 불과했다. 이는 연간 아파트 분양 계힉 중 1/3도 분양되지 않은 수준이다. 지역별로는 △경기(26.4%) △경남(22.7%) △충북(21.1%) △부산(16.9%) △서울(13.6%) △대구(12.7%) 등의 분양 진도율이 낮았다. 

최근 통계를 보면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7만 가구가 넘어가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4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1997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10.8%(7033가구) 늘어난 수치로 5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미분양 주택이 7만 가구를 넘은 것은 지난해 4월 7만1365가구 이후 1년 만이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8월부터 9개월 연속 증가세다. 지난 4월기준 준공 후 미분양은 1만2968가구로 전월 대비 6.3%(774가구) 늘었다. 악성 미분양이 많은 곳은 경남(1684가구), 대구(1584가구), 전남(1302가구), 경기(1268가구) 등이다.

1군 건설사도 청약 미달을 피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현대건설이 대구 수성구에 분양한 ‘힐스테이트 황금역 리저브’ 1순위 모집에서는 328세대 모집에 296건이 신청해 0.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1단지는 4개 유형 중 82C 주택형을 제외하고 모두 미달됐다. 2단지는 3개 유형 중 82B 주택형이 110가구 모집에 14건이 미달됐다. 82A 주택형은 59세대 모집에 59건의 신청이 접수돼 간발의 차로 미달을 면했다. 대우건설이 같은 달 원주에 분양한 ‘원주 푸르지오 더 센트럴’도 1273가구 모집에 187명(14.68%)만이 접수한 채 종료됐다.

건설업계는 미분양 해소를 위해 할인 분양에 나서고 있으나 수분양자들의 극심한 반발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호반산업은 대구 동구 율암동 ‘안심호반써밋이스텔라’ 미분양 물량을 할인분양 할 계획이었으나 입주자 반발로 진행하지 못했다. 안심호반써밋이스텔라 입구 앞에는 ‘할인 분양 결사반대 입주 금지’라는 플랜카드를 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청약수요자와 업계의 분양가 간극으로 인해 미분양이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지방에 아파트를 공급한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지역에 따라 공급과잉된 곳도 있고 고분양가라는 인식 때문에 분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밝혔다.

전문가는 분양 물량이 증가하면서 하반기 미분양 물량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또한 청약 수요자들의 옥석 가리기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분양 물량 증가는 미분양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라며 “청약자들이 청약할 때 합리적인 분양가와 입지를 고려하고 있어 경쟁력이 낮을 경우 분양이 잘 안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내다봤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도 “하반기 부동산 시장은 양극화가 심해질 것 같다”라며 “공급 물량이 적었던 서울과 수도권은 청약이 잘될 것 같은데 문제는 지방이다. 지방에서도 일자리가 탄탄하고 분양가가 저렴한 곳은 청약 경쟁률이 잘 나올 것으로 보이지만 전체적으로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미분양은 건설사의 현금 유동성을 악화시키고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를 불러온다. 송 대표는 “미분양이 늘어나면 건설사의 금융 대출 상환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고 PF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장기적으로 볼 때 건설사도 주택 사업에 보수적으로 접근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진단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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