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말 들었다가 '아뿔싸'…은행 연금저축신탁 '청개구리 수익률'
세제 혜택까지 기대 쏠쏠하지만
가입 불가능한 탓에 '그림의 떡'
기존 고객도 당국 권유 속 이탈
국내 은행들이 판매했던 연금저축신탁의 수익률이 연 6%대를 찍으며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정책적으로 지원되는 세제 혜택까지 더해지면서 실질 수익률을 둘러싼 기대치는 한껏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과거 저조한 수익률로 판매가 끊긴 탓에 연금저축신탁은 이제 가입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그림의 떡인 데다, 원래 이를 갖고 있던 소비자들로서도 상품 갈아타기를 고려하라는 정부의 안내만 믿고 이탈한 사례가 적지 않아 더욱 아쉬운 청개구리 상품으로 전락한 모습이다.
11일 은행연합회의 신탁 상품 비교 공시를 분석한 결과, 연금저축신탁 보유 잔액이 1000억원을 넘는 9개 은행의 지난해 해당 상품 수익률은 평균 6.35%로 집계됐다.
연금저축은 금융권에 따라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은행권의 연금저축신탁과 보험업계의 연금저축보험, 증권사의 연금저축펀드다. 최소 5년 이상 납입하고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하는 노후 대비용 금융 상품이다.
은행별로 보면 IBK기업은행의 연금저축신탁 수익률이 같은 기간 7.32%로 조사 대상 은행들 중 최고를 기록했다. 이어 신한은행과 IM뱅크가 각각 7.19%와 7.09%로 7%를 웃돌며 높은 편이었다.
이밖에 나머지 은행들의 연금저축신탁 수익률은 ▲KDB산업은행 6.71% ▲우리은행 ▲6.39% ▲하나은행 6.04% ▲NH농협은행 5.86% ▲BNK부산은행 5.32% ▲KB국민은행 5.19% 순이었다.
이같은 은행 연금저축신탁의 성과는 불과 몇 년과 비교하면 환골탈태한 수준이다. 이들 은행의 연금저축신탁 평균 수익률은 2019년 2.45%, 2020년 1.95%에 그쳤다. 특히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0.06%와 0.13%로 극도의 부진에 빠졌다.
기준금리가 수직 상승하면서 반전의 계기가 됐다는 해석이다. 한국은행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연금저축신탁에 적용되는 세제 혜택까지 감안하면 메리트는 더욱 커지게 된다. 연금저축은 정상적으로 연금을 받기 시작한다면 3.5~5.5%의 연금 소득세만 적용 받는다. 또 돈을 납입하는 동안은 각 연도별 연금저축 계좌 납입액의 600만원 한도 내에서, 지방소득세 포함 13.2%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현재 은행 창구에서는 연금저축신탁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보수적 투자로 인한 낮은 수익률이 논란거리가 되면서 2018년부터 판매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높아진 수익률에 관심이 생겼더라도 이제는 가입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2~3년 전 0%대 수익률에 실망해 예약을 깬 고객들은 더 속이 탈 수밖에 없다. 비로소 수익률을 끌어 올릴 수 있는 타이밍 직전에 상품을 포기한 꼴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이를 부채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금저축신탁의 저조한 수익률을 언급하면서, 은연 중에 상품 갈아타기를 권유한 까닭이다. 2022년 초까지만 해도 금융감독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연금저축신탁 수익률이 2019년 이후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어 가입자의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다른 상품으로 이전을 원할 경우 연금저축계좌 이체 제도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은행권의 연금저축신탁 규모는 꾸준히 축소되고 있다.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연금저축신탁 적립금은 ▲2020년 말 10조197억원 ▲2021년 말 9조7119억원 ▲2022년 말 8조9961억원 ▲2023년 말 8조9474억원 등으로 감소세다.
금융당국의 말대로 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으로 옮겨간 이들 입장에서는 지금의 상황이 더 억울한 실정이다. 연금저축 시장의 70%가량은 보험업계가 쥐고 있는데, 지난해 보험사별 연금저축보험 수익률이 평균 2.60%에 그친 탓이다. 은행 연금저축신탁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으로, 한은 기준금리마저 밑도는 현실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연금저축신탁의 수익률이 바닥을 쳤을 때 연금저축보험으로 옮겨 간 가입자들로서는 상대적 박탈감이 클 것"이라며 "더욱이 금융당국이 이를 부추긴 모양새가 되면서 입장이 곤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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