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정당에 밀린 독일 정부 "조기총선 계획 없다"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에 참패한 독일 정부가 프랑스와 같은 조기 총선 계획이 없다고 확인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친(親)유럽연합(EU) 성향의 '중도 대연정'이 과반을 유지한 가운데 프랑스, 독일 등을 중심으로 극우 세력의 약진이 확인됐다.
독일 공영매체 도이체벨레(DW) 등에 따르면 슈테펜 헤베스트라이트 독일 정부 대변인은 10일(현지시간) 연립정부의 선거 참패 책임을 지고 조기 총선을 실시해야 한다는 야권의 요구에 "선거 날짜는 계획대로 내년 가을"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우리는 이를 끝까지 지켜볼 것"이라며 "현시점에서 선거를 앞당긴다는 아이디어는 없다"고 강조했다.
전날까지 치러진 독일 유럽의회 선거에서 올라프 숄츠 총리의 소속 정당은 극우정당 독일대안당(AfD)에 밀리며 체면을 구겼다. AfD는 득표율 15.9%를 달성해 보수 성향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에 이어 2위에 올랐다. 20%를 웃돌 수 있다는 1분기 여론조사 결과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최근 선거를 앞두고 나치 옹호 발언, 뇌물스캔들 등 거센 논란이 일었음에도 극우세력의 약진이 확인된 것이다.
반면 숄츠 총리가 소속된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은 13.9%로 130여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거뒀다. 연정 파트너인 녹색당은 2019년 20.5%에서 올해 11.9%로 크게 밀렸다. 마찬가지로 연정에 포함된 자유민주당(FDP)도 득표율 5.2%에 그쳤다.
이에 CDU·CSU 연합과 AfD 등은 독일 정부에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조기 총선을 치를 것을 촉구했다. 바이에른주 총리이기도 한 마르쿠스 죄더 CSU 대표는 이날 오전 n-tv에 출연해 "이 정부는 기본적으로 끝났다. 이제 프랑스와 같아야 한다"면서 "새로운 선거에 대한 요구가 있었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새 선거(조기총선)를 치르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앨리스 바이델 AfD 공동대표 또한 "국민들이 이제 지쳤다"며 조기총선을 촉구했다.
프랑스의 경우 전날 밤 출구조사에서 집권여당이 극우정당 국민연합(RN)에 참패한 것으로 나타나자 마크롱 대통령이 즉각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이라는 깜짝 카드를 던진 상태다. 이에 따라 오는 30일과 내달 7일 조기총선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현지에서는 독일의 경우 프랑스보다 조기 총선을 실시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기 총선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총리가 의회 해산을 요청하기에 앞서 먼저 연방의회에서 불신임투표를 거쳐야만 한다.
이날 숄츠 총리는 유럽의회 선거 결과를 두고 "집권 3당인 SPD, 녹색당, FDP 모두에게 좋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칠레 대통령과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선거에서 확인된 극우 세력의 약진을 경계하며 "그것에 익숙해져선 안 된다. 그들을 다시 밀어내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 독일 유권자들의 투표율은 64.8%로 집계됐다.
한편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극우 세력의 약진에도 불구하고 친EU 성향의 '중도 대연정'이 과반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후 4시20분 현재 업데이트된 유럽의회의 예상 의석수 분석에 따르면 현재 제1당 격인 중도우파 성향의 유럽국민당(EPP)은 전체 720석 중 186석(25.8%)을 얻어 유럽의회 내 제1당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어 중도좌파 사회민주진보동맹(S&D)과 중도 자유당그룹(RE)이 기존보다 줄어든 의석으로 제2당(135석), 제3당(79석) 자리를 지킬 전망이다. 극우 세력은 예상대로 약진했다. 강경우파 성향 유럽보수와개혁(ECR)과 극우 정치그룹 정체성과민주주의(ID)는 현재 69석, 49석에서 각각 73석, 58석으로 의석을 늘릴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27개국 중 독일, 프랑스 등 개표가 완료된 국가와 아직 진행 중인 국가의 잠정 집계 결과를 합산한 수치로, 최종 집계 시 변동이 있을 수 있다. 투표율은 1994년(56.7%) 이후 30년 만에 최고 수준인 약 51%로 잠정 집계됐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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