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사진 질렸다"…中서 난리난 '못생기게' 만드는 AI 필터 [세계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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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인물 사진을 실제보다 오히려 못생겨 보이게 하는 인공지능(AI) 필터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최근 보도했다. 매체는 중국의 이런 현상에 대해 "인플루언서들의 획일적인 예쁜 사진에 지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매체가 보도한 AI 필터는 '레미니'란 이름의 사진 편집 앱에 포함된 기능이다. 이 필터는 인물 사진을 스톱모션 클레이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처럼 바꿔준다. 스톱모션 클레이 애니메이션이란 '월리스와 그로밋'처럼 점토 인형으로 촬영한 애니메이션을 말한다.
SCMP에 따르면 이 앱은 이 기능의 인기로 중국에서 지난 4월 30일부터 5월 6일까지 하루 평균 40만 다운로드 건수를 기록하며 무료 앱 순위 1위에 올랐다. 중국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한 관련 게시물은 1만3400개의 '좋아요'를 얻기도 했다.
이 AI 필터가 만든 사진은 보는 시선에 따라 귀여워 보일 수 있지만, 이전까지의 현상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간 중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얼굴은 작게, 눈은 크게, 다리는 길어 보이게 하는 식의 사진 보정 기능이 인기를 끌어왔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소셜미디어 스냅챗에선 지난해 기준 매일 평균 이용자 2억5000만 명이 '뷰티 필터'를 사용해 60억 개의 사진을 만든다. 스냅챗의 뷰티 필터는 2015년 등장했고, 이후 이 기술은 인스타그램·틱톡 등으로도 확산했다. 일각에선 이런 뷰티 필터가 외모지상주의와 성형수술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 비영리 조직 커먼센스 미디어의 연구 책임자 수프리트 맨은 "조사 결과 10대 소녀 5명 중 1명이 뷰티 필터가 자신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며 "이를테면 외모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비교 심리를 자극하고 외모에 대한 강박증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중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이 필터는 얼굴을 실제보다 더 길거나 눈은 작게, 코는 크게 표현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중국의 한 심리 전문가는 "지나치게 예뻐 보이는 필터로 생성된 인플루언서들의 비슷한 얼굴을 너무 많이 본 사람들이 이제 완벽한 외모보다 결함이 있는 사진을 선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웨이보가 분석한 결과 이 AI 필터 사용자의 42%가 '행복하다' 19%가 '좋다'는 감정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이용자는 "내 얼굴이 못생기게 나오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진다"고 말했다. SCMP는 이를 두고 "못생긴 사진이 주는 힐링 효과"라고 했다.
또 다른 심리 전문가는 "점토 사진의 인기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 그렇듯 느린 삶에 대한 갈망이 담긴 측면도 있다"고 진단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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