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선 이기면 재판 GO? STOP?…헌법 84조 '빈틈' 논쟁

윤지원 2024. 6. 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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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청래 최고위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날 최고위에서는 '당대표 대선 1년 전 사퇴 예외 규정' 등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헌법 84조 ‘대통령의 불소추(不訴追) 특권’에 대한 해석 논란이 10일 사법부로도 번졌다. 한 전 위원장은 “이미 진행 중인 형사재판은 형사 피고인이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중단되지 않는다”고 봤지만 헌정사 초유의 상황을 상정한 것이라 헌법학자들마저 해석이 갈리기 때문이다.

대북송금을 포함하면 4건의 형사재판을 받게 될 이 대표가 2027년 21대 대선까지 확정판결을 받지 않은 채로 당선될 경우를 가정한 논란이다. 이는 헌법 84조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가 상정하지 않은 빈틈이다. 헌법재판소도 ‘수사 중인 피의자 대통령’의 경우 재임 기간 공소시효가 중단된다고 결정한 적은 있지만 ‘피고인 대통령’의 형사재판에 대해선 해석한 적 없다. 헌법학자들도 ‘소추’를 기소로만 좁게 해석할 지, 공소를 유지하고 형사재판을 진행하는 것까지로 확대해석할지를 두고 의견이 나뉜다.

이에 법원 일각에선 “국민의 선택을 받은 대통령을 법정에 세우는 것은 사법부로선 큰 부담인 만큼 해당 재판부가 임의로 재판을 중단하는 게 가장 안전한 선택”(재경 법원 판사)이란 의견까지 나왔다.


헌법 84조 적용 안 되는 당선인 기간 더 문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4월 1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총선 결과에 따른 위원장직 사퇴 입장을 밝힌 뒤 당사를 떠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대법원으로선 당장 대선 당일부터 대통령 취임 직전 2개월(2027년 3월 3일~5월 9일)간 ‘피고인 당선인’ 기간 상고심 진행이 최대 딜레마다. 당선인 신분은 헌법 84조의 불소추 특권조차 적용 안 되는 시기여서다. 이때 최소 집행유예가 확정되면 당선무효가 되고 대선을 다시 치러야 한다. 대법원 상고심만 남은 상태라면 대법관들이 헌법과 법률 해석을 통해 결단할 것이란 의견이 많다.

1·2심의 경우엔 형사소송법상 재판기일 지정권 및 소송지휘권을 근거로 재판을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이때 재판을 강행했다간 상대정당의 ‘대선 불복’에 연료를 공급하게 될 수 있다. ‘국민주권 원칙’에 따라 강행이 바람직한지 결단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취임 이후엔 ‘헌법소송’이 불가피할 것이란 게 법조계 시각이다. 헌법기관인 대통령이 사법부의 재판 진행으로 불소추 특권 등이 침해됐다는 권한쟁의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헌법소송 전문가인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 대통령은 개인을 넘어 하나의 기관이므로 사법부와 권한쟁의심판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불출석에 따른 궐석 재판 진행 가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재판 위증교사 혐의'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 청사에 도착한 뒤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그사이 재판이 진행될 경우 대통령이 무단 불출석을 지속하면 법정에 ‘강제구인’되는 초유의 장면이 빚어질 수도 있다.

대통령의 장기 불출석으로 당사자 없는 궐석 재판이 진행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형사소송법 277조 2항은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고 연행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 피고인 출석 없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과거 탄핵으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이후 궐석 재판을 통해 2021년 1월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원을 확정받았던 사례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통령을 대상으로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마음먹은 재판부로선 강제구인, 궐석재판 등도 얼마든 진행할 수 있지 않겠나”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황명선 조직사무부총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은 박찬대 원내대표. 뉴스1

문제는 22대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재판 강행’을 보고 있지만 않을 것이란 점이다. ‘재판부 탄핵소추’로 직무를 정지시키는 방식으로 강제로 재판을 중단시킬 수도 있다. 이 경우 행정·입법부와 사법부 간 전례 없는 대치 국면에 돌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2021년 2월 헌정 사상 처음으로 판사(임성근) 탄핵 소추안을 가결한 전력이 있다. 하지만 소추 전에 사직했다는 이유로 심판청구는 헌법재판소에서 각하됐다.

2021년 2월 1일 당시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왼쪽부터)과 류호정 정의당 의원,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임성근 법관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 뉴스1

법원 관계자는 “혹여 피고인이 대통령직에 당선이 되는 일이 발생하면 그 자체로 사법부에 큰 부담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법원은 재판 진행이 미칠 파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사법부의 피치 못할 정치화가 야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일이 벌어지기 전 헌법 84조 해석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마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면책특권 주장 트럼프와 꼭 닮은 꼴 상황"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연합뉴스
법조계 일각에선 이 논란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판과 닮은꼴”(중견 변호사)이란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1월 미국 대선에서 당선이 유력한 공화당 후보이지만, ‘2021년 1월 6일 미 의회 점거’ 등 총 4건의 형사 재판을 받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불소추 특권’과 유사하게 ‘면책 특권’을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통령 재임 중 행위는 면책 대상임을 확인해달라’며 낸 신청 사건은 현재 연방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다.

미 대법원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임명한 대법관이 3명이어서 유리한 판결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앞서 3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자격을 박탈한 콜로라도주(州) 대법원의 판결을 뒤집으며 ‘사법의 정치화’ 논란에 휩싸였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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