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선 이기면 재판 GO? STOP?…헌법 84조 '빈틈' 논쟁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헌법 84조 ‘대통령의 불소추(不訴追) 특권’에 대한 해석 논란이 10일 사법부로도 번졌다. 한 전 위원장은 “이미 진행 중인 형사재판은 형사 피고인이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중단되지 않는다”고 봤지만 헌정사 초유의 상황을 상정한 것이라 헌법학자들마저 해석이 갈리기 때문이다.
대북송금을 포함하면 4건의 형사재판을 받게 될 이 대표가 2027년 21대 대선까지 확정판결을 받지 않은 채로 당선될 경우를 가정한 논란이다. 이는 헌법 84조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가 상정하지 않은 빈틈이다. 헌법재판소도 ‘수사 중인 피의자 대통령’의 경우 재임 기간 공소시효가 중단된다고 결정한 적은 있지만 ‘피고인 대통령’의 형사재판에 대해선 해석한 적 없다. 헌법학자들도 ‘소추’를 기소로만 좁게 해석할 지, 공소를 유지하고 형사재판을 진행하는 것까지로 확대해석할지를 두고 의견이 나뉜다.
이에 법원 일각에선 “국민의 선택을 받은 대통령을 법정에 세우는 것은 사법부로선 큰 부담인 만큼 해당 재판부가 임의로 재판을 중단하는 게 가장 안전한 선택”(재경 법원 판사)이란 의견까지 나왔다.
헌법 84조 적용 안 되는 당선인 기간 더 문제
1·2심의 경우엔 형사소송법상 재판기일 지정권 및 소송지휘권을 근거로 재판을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이때 재판을 강행했다간 상대정당의 ‘대선 불복’에 연료를 공급하게 될 수 있다. ‘국민주권 원칙’에 따라 강행이 바람직한지 결단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취임 이후엔 ‘헌법소송’이 불가피할 것이란 게 법조계 시각이다. 헌법기관인 대통령이 사법부의 재판 진행으로 불소추 특권 등이 침해됐다는 권한쟁의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헌법소송 전문가인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 대통령은 개인을 넘어 하나의 기관이므로 사법부와 권한쟁의심판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불출석에 따른 궐석 재판 진행 가능
대통령의 장기 불출석으로 당사자 없는 궐석 재판이 진행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형사소송법 277조 2항은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고 연행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 피고인 출석 없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과거 탄핵으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이후 궐석 재판을 통해 2021년 1월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원을 확정받았던 사례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통령을 대상으로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마음먹은 재판부로선 강제구인, 궐석재판 등도 얼마든 진행할 수 있지 않겠나”고 말했다.
문제는 22대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재판 강행’을 보고 있지만 않을 것이란 점이다. ‘재판부 탄핵소추’로 직무를 정지시키는 방식으로 강제로 재판을 중단시킬 수도 있다. 이 경우 행정·입법부와 사법부 간 전례 없는 대치 국면에 돌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2021년 2월 헌정 사상 처음으로 판사(임성근) 탄핵 소추안을 가결한 전력이 있다. 하지만 소추 전에 사직했다는 이유로 심판청구는 헌법재판소에서 각하됐다.
법원 관계자는 “혹여 피고인이 대통령직에 당선이 되는 일이 발생하면 그 자체로 사법부에 큰 부담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법원은 재판 진행이 미칠 파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사법부의 피치 못할 정치화가 야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일이 벌어지기 전 헌법 84조 해석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마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면책특권 주장 트럼프와 꼭 닮은 꼴 상황"
미 대법원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임명한 대법관이 3명이어서 유리한 판결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앞서 3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자격을 박탈한 콜로라도주(州) 대법원의 판결을 뒤집으며 ‘사법의 정치화’ 논란에 휩싸였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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