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엔 대용량, 네이버엔 단품 팔았다"…플랫폼 '멀티호밍' 확산 [팩플]

홍상지 2024. 6. 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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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10년째 ‘대한민국 농수산’이라는 쇼핑몰을 운영해 온 정종청 대표는 현재 네이버·쿠팡·알리익스프레스 등 10개 넘는 이커머스 플랫폼에 입점해 있다. 가장 최근에 들어간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에선 무료 수수료에 할인쿠폰을 대량 지원받았다. 얼마 전 네이버 ‘데일리 특가보장’ 프로모션을 통해 24시간 동안 판매한 구운 달걀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정 대표는 “이커머스 플랫폼이 많아지면서 각 플랫폼마다 제공하는 서비스나 기능들을 특성에 맞게 잘 활용하는게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최근 당일배송 서비스로까지 확장한 네이버 도착보장 서비스.


최근 이커머스 플랫폼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정씨처럼 플랫폼 ‘멀티호밍’(동시에 여러 개의 플랫폼을 이용하는 행위)에 나선 판매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플랫폼마다 타깃 소비자가 조금씩 다르고, 경쟁사와 차별화를 위한 판매자 지원책도 다른 만큼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이용해 수익을 늘리기 위해서다.


이게 왜 중요해


현재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국내외 플랫폼들이 치열하게 점유율을 다투고 있다.플랫폼 입장에선 소비자를 모으는 것만큼 경쟁력 있는 판매자들을 확보하는 일도 중요해졌다.

알리·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C커머스)는 막대한 물량 공세를 퍼부으며 일찌감치 경쟁의 불씨를 당겼다. 알리는 지난해 10월 한국 상품 판매 채널인 ‘케이베뉴(K-venue)’ 카테고리를 만들면서 입점·판매 수수료 면제를 내걸었다. 덕분에 대기업 브랜드부터 중소판매자 상품까지 다양하게 입점시킬 수 있었다. 지난 4월 기존의 물류 솔루션 ‘네이버 도착보장’을 통해 당일배송을 시작한 네이버는 지난달 말부터 도착보장 서비스를 이용하는 판매자에게 반품 배송비를 보상해주는 ‘반품안심케어’를 시작했다.

알리의 케이베뉴(K-venue) 카테고리. 사진 알리 캡처


G마켓도 지난달 연중 최대 할인 행사 ‘빅스마일데이’에서 광고·물류보관비 지원 등 판매자 지원을 대폭 강화했다. G마켓·SSG닷컴 등을 보유한 신세계그룹과 CJ대한통운이 있는 CJ그룹은 그룹 차원에서 손을 잡고 물류·유통·상품 등 전방위 협력에 나섰다. 11번가는 국내 사업자 회원을 대상으로 매출이 1000만원에 도달할 때까지 수수료를 받지 않는 ‘오리지널 셀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플랫폼 간 출혈에 가까운 경쟁이 벌어지면서 이커머스 판매업자들은 일종의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얼마나 우수한 판매자를 많이 보유했는지가 소비자를 상대하는 커머스 플랫폼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며 “요즘은 플랫폼이 워낙 많고 C커머스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계속되다 보니 할인부터 광고·반품·판매 수수료 지원 등 판매자 지원 경쟁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한 온라인 중소판매업자는 “특히 C커머스 상륙 이전과 이후 플랫폼들의 판매자 지원 규모가 확 달라진 걸 체감하고 있다”고도 했다.

11번가 오리지널 셀러. 사진 11번가


판매자들, 입맛따라 ‘멀티 플레이’


판매자들은 자유롭게 플랫폼을 오가며 해당 플랫폼별 소비자 특성에 맞게 상품 구성, 사용자 혜택, 배송 등에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쿠팡·네이버·갤러리아몰 등에 입점한 한과 쇼핑몰 ‘바오담’ 박성용 대표는 쿠팡에서는 단가를 낮춘 대용량 상품을 중심으로, 네이버에서는 부담 없이 재구매를 유도할만한 단품 위주로 판매한다. 또 갤러리아몰에서는 고급 선물세트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박 대표는 “플랫폼 주요 구매층이 다르다 보니, 각 플랫폼에 맞게 제품을 재구성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바오담은 네이버 쇼핑 라이브에서 한과 선물세트를 판매했다가 ‘선물세트는 필요 없으니 단품만 따로 팔아 달라’는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받았다. 이에 네이버용으로 도라지 정과 등 개별 벌크(대량) 상품을 만들기도 했다. 박 대표는 “최대한 낚시대를 늘려 브랜드 노출도를 높이려는 중”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선택지가 늘어난 만큼 플랫폼을 상대하는 판매자들의 협상력은 앞으로 더 강해질 전망이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 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종합쇼핑 앱 사용자 수 1~4위는 쿠팡·알리·11번가·테무가 차지했다. 무섭게 치고 올라오던 C커머스의 성장세는 제품 위해성 이슈 등으로 월간 사용자수(MAU)가 2개월 연속 줄어 잠시 주춤한 상태다. 국내 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판매자가 하나의 특정 플랫폼에 종속되는 일은 없을 것이고, 이들을 끌어들이려는 플랫폼별 자체 프로모션 등 새로운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며 “다만 현재의 출혈경쟁이 어디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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