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부랑 휜 허리, 보행기구 끌기보다 백팩을

2024. 6. 11.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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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우 박사의 젊은 노인 의학 <10>


노인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꼬부랑 허리! 자연스러운 세월의 무게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굽은 허리는 명백한 질병이다. 골밀도가 약해지는 골다공증으로 척추가 받는 무게를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이때 느끼는 압박과 통증은 신경으로 전달되는데 허리를 앞으로 구부리면 통증이 줄어든다. 임시방편인 이 자세가 만성화되고 질병으로 이어져 생기는 현상이 꼬부랑 허리다. 척추 중앙에 있는 공간인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이 눌리는 ‘척추관 협착증’이 대표적 질환이다.

척추관 협착증은 단기간에 생기는 질병이 아니다. 오랜 세월 몸을 앞으로 숙이고, 특히 물건을 몸 앞쪽으로 들어 옮기는 생활을 수십 년 해오면 등은 자연스럽게 굽어지고 허리 근육은 점차 약해진다. 척수 신경관을 중심으로 앞쪽 두 군데, 뒤쪽 두 군데에 근육 기둥들이 있는데 몸을 굽히는 동작이 쌓이면 두 근육 기둥의 균형이 깨지면서 점점 몸이 앞으로 숙여진다. 또한 몸 앞쪽으로는 복강을 지나 다리로 향하는 장요근이 짧아지고 등 쪽의 척추 기립근은 늘어진다. 이 경우 점차 힘이 없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구부리는 자세가 되는 것이다.

척추관 협착증의 증상은 허리 통증이다. 엉덩이와 항문까지 찌르는 느낌이 나타나기도 한다. 다리의 감각과 근력도 줄어든다. 디스크의 경우 다리는 저려도 허리를 펴면 통증이 줄어드는데 척추관 협착증은 반대로 허리를 펴거나 걸으면 더 아프다. 또 누워있는 자세보다 서 있는 자세가 편한데 막상 걸으려 하면 10분 이상도 힘들다. 문제는 협착 정도가 심해지는 경우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통증은 더 심해지고 걷는 보폭은 줄어든다. 발목부터 종아리 허벅지 엉덩이까지 폭넓은 감각 마비 및 감각 이상 증상이 일어난다.

척추관 협착증은 예방이 중요하다. 구부정한 자세를 갖는 습관부터 바꿔야 한다. 구부정한 자세가 지속되면 척추 관절이 두꺼워지면서 척추 주변 조직의 퇴행성 변화를 촉진한다. 걷거나 앉을 때 허리를 곧게 펴는 습관을 들이고 장시간 같은 자세를 피하며 스트레칭을 자주 하는 게 좋다. 특히 쪼그려 앉는 자세나 부정확한 자세로 물건을 드는 행동을 삼가야 한다. 여기엔 배 속에 있는 척추의 장요근을 늘리고 등 쪽 척추 기립근을 튼튼하게 하는 운동을 하면 좋다. 보통 척추의 방향을 꼿꼿이 세우는 운동이 이에 해당한다.

당부하고 싶은 사항이 있다. 보행기구를 붙잡고 걷는 행동을 피하라는 것이다. 척추 질환을 다루는 의사의 입장에서 볼 때 보행기구는 가능한 피하는 것이 현명하다. 대신 젊은이처럼 배낭을 메고 다니는 게 훨씬 낫다. 백팩 안에 척추 기립근이 운동 될 수 있는 정도의 물병을 담아 매면 척추 균형이 맞춰지고 등이 똑바로 서는 데에 도움이 된다.

허리 통증이나 다리가 저린 증상이 2주 이상 계속되면 정형외과 전문의 진료와 X-RAY, CT, MRI 등으로 척추관의 좁아진 정도와 통증 상태를 종합적으로 확인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초기 단계라면 물리 치료나 약물치료로 좋아질 수 있다. 조금 더 심한 경우라면 신경 차단술이나 성형술 같은 비수술적 치료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래도 개선이 되지 않는다면 수술적 방법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 절개 부위를 최소화하는 침습법으로 척추뼈와 주변 조직에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현미경적 감압술로 병의 원인을 제거하고 척추관을 넓혀주며 심하게 앞으로 굽은 허리를 척추관 고정술로 교정할 수 있다.

이미 척추관 협착이 진행된 상태라면 치료 시기를 늦추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허리 치료는 늦어질수록 수술 범위가 넓어진다. 이렇게 되면 신경 장애 같은 심각한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이미 이 정도 진행된 환자라고 한다면 양심적으로 수술을 권하고 싶지 않다. 지금의 상태에서 최대한 통증을 줄이고 생활의 불편을 줄이는 관리 차원에서 치료에 접근하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

신체의 아름다움은 꼿꼿하게 서 있는 자세에서 빛이 난다. 그 오랜 세월의 중력에도 자세가 허물어지지 않은 노인의 신체는 격조 있는 위엄과 높은 자존감을 발산한다. 주름살보다 허리를 펴는 것이 중요하다.

선한목자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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