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서 비롯된 교권 추락… 회복의 길은 ‘존중’

유경진,최경식 2024. 6. 1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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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기독대안학교 리포트] ④ ‘더 좋은 교육’ 좌담회

한국사회의 공교육 위기론이 거세다. 교권과 학생인권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느냐를 두고 교사와 학생, 학부모 간 불신의 골이 깊다. 신앙과 전인교육을 앞세우는 기독대안학교 전문가들로부터 한국교육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짚어봤다.

-교권 추락 논란이 거세다. 문제의 근본 원인은 뭘까.


△신병준 시흥소명학교 교장=‘신뢰 문제’라고 생각한다.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학부모가 교사를 신뢰하지 못해서 일어나는 문제다. 신뢰하지 못하는 내면에는 ‘불공정’이 자리 잡고 있다. 내 자녀에 대한 이기적인 마음이 숨어 있는 것이다. 오늘날 교육현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불행한 문제는 ‘불신’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한섭 서울기독교대안교육연합회 대표=나무가 죽는 것은 뿌리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현 교육의 뿌리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살펴야 한다. 교육의 방향과 목적이 어디로 흘러가야 하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교육의 목적은 대학 입학이 된 지 오래다. 학교 기능이 대학 입학을 위한 기관으로 변질되면서 교사는 스승이 아니라 직업꾼이 됐다. 결과적으로 교사와 부모 사이의 신뢰와 존중의 관계가 깨진 것이 문제다.


△여희영 성미산학교 교장=학교가 대학 입시를 위한 생존경쟁의 장이 됐다. 자본주의의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교사와 학생은 서로를 갉아먹으며 조금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각자도생과 책임회피가 난무하는 학교에서 배움이 설 자리가 사라지고 있는 것 아닌가.

-교권 신뢰 회복의 길은 어디에 있을까.

△신 교장=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 서로의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데서 회복이 시작된다고 본다. 나는 교사로 활동하면서 매년 가정방문을 하는데 학부모와 좋은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공개수업을 통해 학부모를 초대하기도 한다. 상호 간 신뢰를 쌓아가는 연습이 중요하다.

△장 대표=법·제도의 정비가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가장 근원적인 해결책은 교육의 본래 목적을 회복하는 것이다. 성적만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전인적인 성장을 위한 교육으로 방향 전환을 해야 한다.

-대안학교로 넘어가보자. 한국의 대안학교 현실을 평가한다면.


△차영회 한국기독교대안학교연맹 사무총장=아직도 교육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대안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어딘가 부족하고 정상적이지 않다고 여기는 측면이 많다. 교육 당국이나 공교육에 종사하는 교사, 부모의 시선도 비슷하다. 국가는 대안학교를 사교육 형태 혹은 개인사업으로 인식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대안교육이 필요한 아이들은 넘쳐난다. 해마다 5만여명의 학생이 공교육 학교를 떠난다.

△신 교장=2년 전 대안교육기관법 통과로 대안학교가 음지에서 양지로 나왔다. 하지만 대안학교 현실은 녹록지 않다. 성적 경쟁과 줄 세우기 등 굳어진 공교육만으로는 미래를 답보할 수 없다.

-대안학교를 포함해 기독대안학교 성장을 위한 필요조건은.

△차 사무총장=인식개선, 대안교육의 전문성, 국가의 재정 지원을 꼽을 수 있다. 대안학교도 정식 교육의 일부다. 대안학교가 학문적으로도 전문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공교육보다 뛰어난 교육과정, 행정 등 모든 면에서 혁신과 대안성을 보여줘야 한다. 국가의 재정 지원이 없으면 대안성 있는 교육과 혁신 교육을 할 수 없다. 종교적 측면에서는 교회가 대안학교를 사업체로 인식하기보다는 교육목회 선교라는 측면에서 지원해주는 노력이 절실하다.

△여 교장=대안학교의 성장 이전에 현 교육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변화가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교육의 방향이 어디를 가리키고 있는지, 우리를 어떤 삶으로 이끄는지, 이것이 옳은지,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국가 교육 시스템에 대한 질문 없이는 대안학교의 생태계도 형성되기 어렵다고 본다.

글·사진=유경진 최경식 기자 yk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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