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장 잠재력 잃어 가는 한국…도약의 길은 혁신 DNA다

2024. 6. 11.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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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황 엔비디아 CEO가 2일 대만 타이베이 국립대만대 스포츠센터에서 컴퓨텍스 타이베이 2024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기업 생산성 증가율, 6.1%에서 0.5%로 급락해


기술 진보 통한 성장 동력 확보 전략 마련해야


인공지능(AI) 반도체의 절대 강자인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시총)이 최근 3조 달러를 돌파했다. 반도체 기업으로는 처음이다. 한국 상장사 전체 시총의 1.5배, 삼성전자 시총의 9배에 달한다. AI 열풍이 주도하는 새로운 산업혁명의 거대한 흐름이 경제와 산업, 국가의 미래까지 송두리째 바꿀 수 있을 시대다. 치열해지는 경쟁 구도 속에서 자칫 혁신에 소홀하면 기업이든, 국가든 도태되는 건 시간문제다.

지금 한국 경제는 총체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로 노동력은 줄어들고 있다.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자본 투입 증가세도 약화하고 있다. 혁신을 통한 기술 진보 등으로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지만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혁신은 사라지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최근 공식 블로그에 올린 보고서에서도 이런 위기감이 드러난다. 성장 잠재력을 만회할 만한 획기적인 변화가 없으면 한국 경제가 2040년대에 역성장 국면에 들어간다는 경고다.

가장 큰 문제는 기업의 떨어지는 생산성이다. 한은에 따르면 기업의 연구개발(R&D)은 2022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4.1%로 세계 2위 수준이다. 미국 내 특허 출원 건수(2020년 기준)는 세계 4위다. 그럼에도 기업의 생산성 증가율은 2001∼2010년 연평균 6.1%에서 2011∼2020년 0.5%까지 크게 낮아졌다. 미국에서 특허를 출원할 정도로 실적이 우수한 ‘혁신기업’의 생산성 증가율은 같은 기간 연평균 8.2%에서 1.3%로 추락했다.

이처럼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는 생산성 하락은 한국 경제와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다. 단기 성과를 추구하면서 질보다 양에 집중하고, 기술 개발의 기본인 기초 연구보다 제품 상용화를 위한 응용 연구 비중을 늘리면서 진정한 혁신 역량을 키우는 데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밖에 없어졌다. ‘창조적 파괴’를 주도할 수 있는 신생 기업의 탄생도 쉽지 않다. 이들 기업의 혁신을 지원할 자금 공급이 부족하고, 실패에 따른 책임을 해당 기업이 오롯이 져야 하는 한국적 구조에서 세상을 바꿀 ‘똑똑한 이단아’가 창업을 택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가 직면한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우리가 경쟁력을 확보한 산업 분야에서 초격차를 확보하는 한편, 고부가가치 영역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기술 혁신을 통한 생산성 제고 전략이 필수다. 노동과 자본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작업도 병행돼야 한다.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기업과 창업가들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도전하는 혁신 DNA를 살릴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게 가장 시급하다.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꿀 획기적인 접근과 시도 없이 한국 경제의 도약을 기대하기가 점점 힘들어진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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