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철의 시시각각] ‘1호 검사 탄핵’ 기각, 못다 한 이야기
헌정 사상 처음 제기된 검사 탄핵심판의 최종 결론은 기각이었다. 대상자인 안동완 부산고검 차장검사는 곧바로 현업에 복귀했다. 검찰과 여당은 안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탄핵을 주도한 야당은 “헌법 위에 검사 있다”며 반발한다. 하지만 이 사건은 결론만 놓고 왈가왈부하다 끝내기엔 곱씹어볼 대목이 많다.
안 검사가 탄핵 대상으로 지목됐을 때 본인은 꽤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탄핵소추 사유는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에 대한 보복 기소였다. 대법원은 기소가 공소권 남용이라며 공소 기각을 확정했다. 이것도 ‘사법 사상’ 처음이었다. 문제는 안 검사가 개인적으로 유씨에게 보복할 동기가 없었다는 점이다. 보복은 검찰 조직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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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당받아 수사한 평검사만 탄핵
검찰의 준사법기관 역할 재조명
정치인 수사 회피에 악용 가능성
」
국정원과 검찰은 2013년 1월 ‘서울시 공무원으로 특채된 탈북자 유씨가 다른 탈북자 정보를 북한에 넘겼다’며 그를 기소했다. 그런데 핵심 증인인 유씨 여동생이 재판 과정에서 “가혹행위를 못 이겨 허위 자백했다”고 증언하는 바람에 간첩 혐의는 무죄 판결이 나왔다. 국정원은 항소심에서 만회해 보겠다며 유씨의 밀입북 서류를 조작했다가 들통났다. 2014년 초 국정원 관련자들이 구속되고, 검사 징계가 이어지는 시점에 안 검사가 등장한다.
그는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의 평검사였다. 공안부 소속도 아니고, 고위 간부도 아닌, 그저 고발된 사건을 배당받아 처리한 실무자였다. 검찰총장부터 담당 부장까지 윗분들이 4년 전 서울동부지검에서 기소유예했던 유씨의 외국환관리법 위반 사건을 재수사하기로 결정해 배당하지 않았다면, 안 검사가 나설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윗선은 모두 빠져나가고 실무자만 역사적인 탄핵심판정에 선 것이다. 물론 안 검사의 잘못은 분명히 있다. 그는 추가 기소할 만큼 심각한 범죄 행각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각하 의견을 냈어야 했다. 하지만 하명 수사를 거부할 수 있는 평검사가 몇이나 될까. 문제는 안 검사의 억울함이 아니라 검찰의 꼬리자르기다.
재수사의 배경엔 한 탈북자 단체의 고발이 있었다. 고발인 조사를 해보니 증거는 달랑 신문 기사 2개뿐이었다. 그나마 검찰이 흘려준 것이란 의심을 샀다. 검찰엔 무수히 많은 고발이 접수된다. 대부분 캐비닛으로 직행하지만, 필요에 따라 한두 개를 골라 수사할 때도 있다. 특히 정치적인 사건에선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만큼, 검찰은 의도를 드러내지 않고도 원하는 수사를 할 수 있다. 심지어 검찰이 나서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도 있다. 두 번째 검사 탄핵안이 통과된 손준성 검사 사건이 그렇다. ‘고발사주’가 관행이냐는 의혹까지 나온다.
검사는 일반 공무원과 달리 준사법기관이라는 소명을 부여받는다. 검사의 일차적 책무는 범죄자를 기소해 처벌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 혐의자가 억울한 누명을 쓰거나 인권을 침해당하지 않았는지 살피는 것도 검사의 역할이다. 후자가 없다면 준사법기관이라는 명칭은 반납해야 하겠지만, 검찰 조직 내에서 그리 중하게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검찰이 적극적으로 사건을 조작하고 증거를 숨긴 경우도 있었다. 비록 헌재의 최종 판단은 5대4 기각이지만, 기각 의견을 낸 5명의 재판관 중 2명도 기소의 위법성을 인정했다. 다만 탄핵할 정도로 중하다고 보지 않은 게 차이다. 검사들은 형사소추될 정도로 큰 범죄가 아니어도 탄핵으로 책임을 질 수 있는 부담을 안게 됐다. 준사법기관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이 다시 부각된 셈이다.
반면에 그림자도 짙다. 국회 다수파는 자신을 옥죄는 검찰 수사를 피할 무기로 탄핵을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미 더불어민주당은 대북송금 재판에서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에게 징역 9년6월의 중형이 선고되자 수사 검사 탄핵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검사도 잘못하면 책임져야 하는 게 당연하지만, 이런 식의 협박은 곤란하다. 결국 마지막으로 기댈 곳은 헌재의 중립적 판단밖에 남지 않았다.
최현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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