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겨울의 행복한 북카페] 즐거운 수학 시간
자, 문제를 하나 내보겠다. 당신은 돈이 걸린 주사위를 던진다. 룰은 간단하다. 6이 나오면 돈을 갖는다. 그럼 대략 16%의 확률로 돈을 딸 수 있다. 이렇게 높은 확률이라니, 여섯 번만 던지면 무조건 당첨 아닌가! 맙소사. 당연히 그럴 리가 없다. 그렇게 생각했다면 우리나라의 수학 교육을 충실히 따라가지 않았거나 배운 내용을 다 잊어버린 것이다. 충분히 많은 횟수를 던진다면 각 면이 나올 확률은 1/6이겠지만, 그것이 6번 던지면 무조건 6이 한 번은 나온다는 사실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그러니 “탐사 성공률이 20%라는 의미는 5번 시추하면 1번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라는 말도, 정말로 다섯 개의 시추공을 지원하겠다는 말도 국민에게 황당하게 들리는 것이 당연지사다. 『틀리지 않는 법』(2016)에서 수학자 조던 엘렌버그는 이렇게 말한다. “수학은 우리에게 원칙적인 방식에 따라 확신하지 않을 방법을 알려 준다. ‘거 참’하고 포기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나는 확신하지 않고, 확신하지 않는 이유는 이것이며, 확신하지 않는 정도는 대충 이 수준입니다’라고 굳게 단정하도록 해준다.” 지금 우리가 삶의 새로운 도전을 하려는 게 아니라 막대한 세금을 들여 땅을 파고자 하는 것이라면 이런 정확한 태도가 필요하다.
더 안타까운 것은 정부가 2024년에 화석 연료를 캐고자 시도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해도 모자랄 판에 새로운 석유를 꿈꾼다니, 올해도 예고된 기후재난이 한껏 비웃을 일이다. 세계기상기구에서는 ‘2023년 아시아 기후 현황 보고서’를 통해 작년 기후 재해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을 아시아라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당연히 우리나라도 포함된다. 작년 폭우로만 4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잊고 석유의 꿈을 꾸는 자는 누구인가.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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