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영의 마켓 나우] 국내 퇴직연금은 왜 수익률이 낮을까

2024. 6. 11.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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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이사

퇴직연금의 낮은 수익률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3년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현황 통계’에 따르면 수익률(2023년 말 기준)은 최근 5년간 연 2.35%였다. 최근 5년간 평균 물가상승률이 연 2.4%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최근 5년간 실질 수익률은 오히려 마이너스 0.05% 손실인 셈이다. 미국이나 호주의 퇴직연금은 연평균 6%대를 넘는다.

이렇게 수익률이 낮은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정기예금 같은 원리금 보장형을 선호한다. 2023년 말 현재 원리금 보장형의 비중이 87.2%, 실적배당형은 12.8%다. 원리금 보장형은 만기에 이자가 확정돼 있어 안정적이지만 기대수익률은 낮다. 대부분의 가입자가 ‘노후 최후의 안전판인 퇴직연금은 보수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리금 보장형이 안전하다는 믿음은 자산 배분이나 포트폴리오, 투자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나온다. 낮은 수익률에 따른 노후생활비 부족 가능성이나 장기 투자했다면 얻었을 기회 손실 등도 고려해야 한다.

일러스트=박용석

안정 지향의 ‘행동적 편향(behavioral bias)’을 극복하려면 연금 선진국처럼 금융회사(연금 사업자)와 정부 당국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우선 금융회사들이 가입자의 목표를 기반으로 하는 재무설계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자산 배분을 조정하여 연금자산을 운용하도록 자문해야 한다.

정부는 가입자들이 다양한 목표에 맞는 적절한 자산운용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시장의 과점화를 막고 제도적 개선을 지속해야 한다.

대형 금융회사들이 시장을 과점화하면, 차원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유인이 사라지고 서비스 혁신도 지체될 것이다. 정부는 또 전문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연금자산을 운용하는 기금형이나 집합적 확정기여형 퇴직연금(CDC) 등 지배구조 개혁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그렇다면 퇴직연금 수익률은 어느 정도를 목표로 해야 할까. 4%? 5%? 10%? 동전의 양면처럼 수익률의 이면에는 변동성 리스크가 따른다. ‘고수익 고위험’은 연금 자산운용이 무조건 높은 수익률을 목표로 할 수 없는 이유다. 수익률 목표는 가입자들이 연령·생활 수준, 노후 준비 정도 등에 따른 재무목표를 근거로 세워야 한다. 결국 수익률은 재무목표 달성의 수단일 뿐이다. 재무목표라는 ‘주인’ 없이 무조건 높은 성과를 내세우는 서비스는 모래성이다.

재무설계를 적절하게 제공할 때 가입자들은 행동적 편향에서 벗어나 조정을 받아들여 자신에게 맞는 자산 배분으로 전환할 수 있다. 또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퇴직연금 수익률도 적절한 수준까지 높아질 것이다.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이사·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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