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원구성까지…‘반쪽국회’ 밀어붙이는 야당

강보현, 김정재, 전민구 2024. 6. 11.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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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석 거야(巨野) 연대의 입법 독주가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등 야 7당은 10일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본회의를 열고 법제사법위원장·운영위원장·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등 11개 상임위원장을 표결로 선출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 방탄용 폭거”라고 항의하며 우원식 국회의장실 앞에서 연좌 농성을 벌였으나, 압도적인 의석수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국회 본회의는 당초 예고된 개의 시각보다 4시간 늦은 오후 9시에 열렸다.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 입장이 좁혀지지 않자, 우 의장이 추가 협상을 요구한 것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오후 8시쯤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준다면 운영위원장·과방위원장을 포기하겠다”는 협상안을 전달했으나,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를 거부하며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우 의장은 본회의장에서 “국회를 운영해야 하는 국회의장으로서는 원 구성과 개원을 마냥 미룰 수 없다”며 11개 상임위원장 선출의 건을 한꺼번에 상정했다. 투표는 두 장의 투표용지에 11개 상임위원장 이름을 모두 적어내는 연기(連記)식 무기명 투표로 진행됐다.


여당 “법사위 주면 운영·과방위 포기” 제안…야권 끝내 거부

우원식 국회의장(앞줄 왼쪽 둘째)이 10일 오후 11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를 개회하기 위해 국민의힘 의원들의 항의를 받으며 본 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몽골 기병 같은 자세로 입법 속도전에 나서겠다”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언이 현실이 된 것이다.

민주당은 176석을 거머쥐었던 4년 전에도 국회의장과 상임위원장을 단독으로 선출했지만, 속도와 방식은 이번이 더 거칠었다.

2020년엔 박병석 국회의장 선출 이후 열흘이 지나서야 일차적으로 6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했는데, 이번에는 우 의장 선출 닷새 만에 11개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을 밀어붙였다. 4년 전과 달리 여야 의원 간 찬반 토론도 없었다. 대통령실과 국가안보실의 소관 사무를 들여다보는 운영위원장을 야당이 가져간 건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민주당은 내친김에 “목요일(13일)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도 처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4년 전엔 6월 29일에 17개 상임위원장(정보위원장 제외)을 독식했는데, 그때보다 2주 이상 이르다.

야당만의 표결로 국회 운영위원장에는 박찬대 원내대표가 뽑혔다. 법제사법위원장과 과방위원장에는 정청래(4선)·최민희(재선) 의원이 각각 선출됐다. 두 사람은 대표적 강경파다. 김영호 교육위원장, 신정훈 행정안전위원장, 전재수 문화체육관광위원장, 어기구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 안호영 환경노동위원장, 맹성규 국토교통위원장, 박정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상 3선)의 선출도 동시에 완료됐다.

김경진 기자

민주당은 법사위·운영위·과방위 등의 위원장을 차지하기 위해 “윤석열 정권의 폭주를 멈춰야 한다”는 명분을 앞세웠다. 민주당이 발의한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그리고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가 최근 징역 9년6개월을 선고받은 ‘대북송금 사건’ 수사에 대한 특검법이 모두 법사위 소관 법률이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그간 “(21대 국회에선)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장이 권한을 남용해 민생 입법을 막아왔다”고 주장했다. 과방위는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등 민주당이 추진 중인 ‘방송 3법’을 심사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법사위·과방위를 모두 가져왔으니, 이젠 특검법과 방송 3법이 빠르면 한 달 안에 통과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본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국회 본청 로텐더홀 계단에서 규탄 대회를 열고 “이재명 사법리스크 방탄과 대통령 탄핵 정국 조성을 위한 의도”라고 반발했다. “법사위를 가져가 방탄 국회를 만들고, 운영위 피감기관인 대통령실을 압박해 공직사회를 흔들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이 과방위를 가져간 데 대해서는 “친위 방송을 지키고 육성해서 이재명 대표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당은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해 우 의장이 국민의힘 의원을 각 상임위에 임의로 배치한 것도 성토했다. 추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이 민주당 대변인으로 전락했다.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다는 우원식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원 전원도 “우원식 의장 사퇴하라” “일방적인 국회 운영 우원식은 사죄하라”는 피켓을 들고 흔들었다.

민주당은 입법 주도권 장악에는 성공했지만, 동시에 “이제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고스란히 지게 됐다”(민주당 수도권 의원)는 우려도 나온다. 법안 공포까지 일사천리이던 여당 시절과 달리, 22대 국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경우 21대 국회 후반기에 빈번했던 ‘야당의 강행 처리→대통령 거부권 행사’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21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를 독식했던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점도 야권의 불안 요소다. 당시 민주당은 이른바 ‘임대차 3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을 밀어붙였으나, 독주 프레임에 갇히며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했다. 결국 민주당은 2021년 8월 1년2개월 만에 7개 상임위를 다시 국민의힘에 내줬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민주당이 입법 독재를 선포하면서 대통령 거부권을 오히려 유인하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며 “국정을 마비시켜 외려 국회를 정쟁으로 몰아간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보현·김정재·전민구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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