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1년전 사퇴’ 예외 의결, 지방선거 공천 뒤 대선행 길 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가 10일 대선에 출마하려는 당 대표의 사퇴 시한을 당무위원회 의결로 변경할 수 있게끔 당헌·당규를 바꾸기로 의결했다. 현재는 당 대표나 최고위원이 대선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1년 전까지 사퇴해야 한다. 당 최고위는 이 내용이 담긴 당헌 25조2항을 그대로 두되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당무위원회의 의결로 당대표 및 최고위원의 사퇴 시한을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원래대로라면 이재명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려면 21대 대선 1년 전인 2026년 3월에는 사퇴해야 했다. 개정안이 확정되면 사퇴 시기를 그해 6월 지방선거 전후로까지 미룰 수 있게 된다. 지방선거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경우에 따라 선거까지 지휘한 뒤 대표에서 물러나 대선을 준비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민주당은 “현재 조항은 특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예외 조항이 없어 완결성이 부족하다. 국민의힘에 있는 조항을 거의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이해식 수석대변인)고 하지만, “이재명 맞춤형”이란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애초 사퇴 시한 변경 사유를 ‘전국 단위 선거 일정 등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라고 명시하려 했다. 그러나 “이 대표가 대선 전 지방선거 공천권을 휘두르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자 ‘전국 단위 선거 일정’이란 문구를 지웠다. ‘상당한 사유’에 ▶대통령 궐위 ▶대통령선거 일정 변동 등을 명시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대통령 탄핵을 대비하는 것이냐”는 지적에 최종안에선 빠졌다. 그런데도 당 내부 반발은 이어지고 있다. 노골적인 ‘이재명 맞춤’은 삭제됐지만 사퇴 시한 연장 가능성은 그대로 열려 있기 때문이다. 한 3선 의원은 지난 5일 열린 전국지역위원장 및 국회의원 연석회의 자리에서 “1년 사퇴 규정은 예측 가능한 스케줄”이라며 “당 대표나 최고위원이 대선에 나갈 때 언제쯤 관둬야겠다고 계산한 상태에서 도전하면 되는 것 아니겠냐”며 개정에 반대했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위인설관식 당헌·당규 개정은 이재명 대표도 반대하고 있는데 구태여 추진할 필요 있느냐”며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나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최고위가 의결한 개정안에는 국회의장단 후보자 및 원내대표 경선에 권리당원 투표 20%를 반영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당원 투표 20% 반영 논의는 지난달 16일 민주당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 추미애 의원이 낙마한 것에 반발한 당원 2만여 명이 탈당하면서 시작됐다. 이재명 대표는 “직접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커져 이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며 개정에 힘을 실어왔다.
내부에서도 “국회의장은 국민 전체를 바라봐야 하므로 여러 논의가 더 필요하다”(6일 안규백 의원), “의장이 전 국민을 대표하는 역할을 잊어버리게 돼, 정치가 개판이 되고 나라가 망하는 길이 될 수 있다”(7일 김영진 의원)는 비판이 나왔다.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에선 반대 의견이 없었다”고 말했다. 당헌·당규 개정안은 12일 당무위원회, 17일 중앙위원회를 통과하면 최종 확정된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독단적인 원 구성 추진과 각종 특검 남발도 모자라 당헌·당규 개정까지 하는 것은 이 대표 방탄을 위해 수사와 판결을 흔들겠다는 오만함”이라며 “결국 민주당이 ‘이재명 사당’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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