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철도 뚫고 아이 돌봐주니…일본 소도시에 사람 늘었다
지방 도시의 소멸을 막고 인구 감소 속도를 줄이는 건 한국만의 고민이 아니다. 한국보다 한발 먼저 지난 10년간 ‘지방 살리기(地方創生)’에 나섰던 일본 내각부 지방창생추진사무국이 10일 전국 지자체를 분석한 결과 교통과 이주 지원, 육아 지원, 기업 유치 등 4개 요소가 인구 감소 속도를 늦추는 성공 요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일본 인구는 지난해 기준 약 1억2400만명으로 전년 대비 약 60만명 감소했다. 하지만 인구 감소 폭이 둔화한 지자체도 적지 않았다. 2013년 추산한 2020년 인구 추계치와 대비해 인구가 늘어난 지자체가 736곳에 달했다. 이 중 수도권을 제외한 지자체는 610곳으로, 추계치보다 인구가 5% 이상 늘어난 지자체는 102곳에 달했다. 이를 두고 일본 정부는 양호한 교통 접근성(51곳), 육아 지원책(33곳), 이주·취업 지원(21곳), 기업 유치(18곳) 순으로 지방 도시의 인구 증가 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교통 불편을 줄여 인구가 늘어난 대표적인 곳으로 이바라키현의 쓰쿠바미라이(つくばみらい)시가 꼽혔다. 도쿄 도심 아키하바라 역까지 약 40분 만에 도착할 수 있는 신도시 철도 ‘쓰쿠바 익스프레스’를 2005년에 개통하면서 도시가 달라졌다. 도심 출퇴근이 가능해지면서 아이를 키우는 젊은 세대들이 이주해오기 시작하면서 인구는 2005년 약 4만명에서 올해 6월 5만3477명으로 불어났다.
육아 지원책이 도시를 살린 경우도 있었다. 치바현 나가레야마(流山)시가 대표적이다. 출퇴근하는 맞벌이 부모를 위해 어린이집 ‘송영(送迎·등하원) 서비스’를 지자체가 지원하는 게 대표적이다. 역 앞에 있는 송영 보육스테이션에 출근길에 아이를 맡기면, 알아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저녁엔 다시 데려와 퇴근길에 부모가 아이를 쉽게 데려갈 수 있도록 했다. 나가레야마시 인구는 최근 초등학교 2곳을 신설해야 할 정도로 늘어나는 중으로 올해 6월 기준 인구는 21만2394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761명 증가했다.
지자체가 주민 이주와 취업에 힘쓰면서 도시가 활력을 되찾은 경우도 있다. 시마네현 치부무라(知夫村)는 면적이 약 14㎢에 불과한 작은 섬으로 2010년만 해도 이곳 인구는 657명에 불과했다. 사람들의 이주를 위해 낸 아이디어는 ‘섬 유학’. 초등학교 5학년에서 중학교 3학년 사이 아이들이 자연환경 속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하면서 인구 감소 속도를 늦췄다. 최근엔 20대 청년을 대상으로 섬에서 일하면서 공부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 젊은 층 유입을 늘리면서 지난해 시마네현 출산율이 1.46명(일본 전국 6위)을 기록 했다.
미야기현 센다이시에 인접한 오히라무라(大衡村)는 기업 유치로 도시 소멸 속도를 늦추고 있다. 역조차 없는 이 작은 도시에 토요타자동차 동일본주식회사가 이전한 것은 2012년. 인구는 점차 늘기 시작해 2010년 5466명에서 2020년 5870명으로 늘어났다. 최근엔 대만 반도체 회사 PSMC 공장도 유치하면서 주거용 택지가 순식간에 팔렸다.
일본 정부는 이번 10년 보고서 발간과 함께 지방 인구 감소와 함께 도쿄로 인구가 집중되는 현상을 ‘전략적으로 도전해야 할 과제’로 규정했다. 일본 정부가 눈을 돌린 건 여성과 젊은 세대다. 이들에게 ‘매력적인 지역’을 만드는 데 더 힘을 쓰겠다는 것이다.
도쿄=오누키 도모코·김현예 특파원 onuki.tomok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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