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위협, 한·미 '한몸처럼' 핵전력 운용한다…확장억제 문서화

이근평 2024. 6. 10.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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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가 핵협의그룹(NCG)을 연 지 11개월 만에 ‘공동지침 문서’ 검토를 완료하며 미 핵전력의 한반도 운용에서 한국의 발언권 보장 방안을 제도화했다. 해당 문서를 기반으로 한국의 재래식 전력과 미 핵전력을 통합하는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계획이다.

10일 서울에서 3차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공동주재한 조창래 대한민국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왼쪽), 비핀 나랑 미 국방부 우주정책차관보 대행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한·미는 10일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조창래 국방정책실장과 비핀 나랑 미국 국방부 우주정책차관보대행 공동주재로 제3차 NCG를 열고 “동맹의 핵 억제 정책 및 태세를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한 동맹의 원칙과 절차를 제공하는 공동지침 문서 검토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나랑 대행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불과 1년 만에 달성한 역사적인 성과”라며 “한·미가 동등한 파트너로서 확장억제 노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지침 문서는 비밀문서이기 때문에 상세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지만 지난해 7월 1차 때 처음 윤곽이 드러났다. 한마디로 북핵 위협에 대응하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전술적 실행에 이르기까지 양국이 함께 논의해 결정한다는 취지가 담겼다. 이는 미국이 한국을 핵전력 운용의 파트너로 인정했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대상 분야로는 ▶기획 및 핵태세 검토 ▶미 핵자산과 한국의 비핵자산 연계 방안 ▶미 전략자산 한국 배치 ▶위기관리 계획 ▶작전과 훈련 공조 등이 꼽혔다.

이후 공동지침 문서는 같은 해 12월 2차를 거쳐 이날 3차 NCG에서 구체화됐다. 특히 눈에 띄는 건 한국의 재래식 전력과 미국의 핵전력을 통합하는 작전 분야(CNI)에서 진전이다. 나랑 대행은 “공동지침 문서를 통해 핵과 재래식 통합 개념을 발전시켜 향후 한·미 연습과 훈련에 반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 사이에서 분리 운용되던 핵과 재래식 전력의 역량을 연계하겠다는 구상은 NCG에서 처음 논의되기 시작했다.

통합 개념은 ‘일체형 확장억제’와도 맞닿아있다. 미 핵전력을 운용하는 데 한·미가 ‘한 몸’처럼 기능한다는 의미다. 예컨대 미 핵전력의 북한 타격을 상정해 한국 재래식 전력이 어떤 방식으로 유기적 역할을 할지 구체화하려면 핵전력에 관한 양국 간 정보 공유부터 긴밀히 이뤄져야 한다. 이는 미국의 한반도 핵 정책에 한국의 지분이 체계화되는 결과로 이어져 일체형 확장억제가 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사상 최초로 우리나라에 전격 착륙한 미군의 대표적 핵무장 가능 전략폭격기 B-52H가 지난해 10월 22일 오전 충북 청주공군기지에서 굉음을 내뿜으며 힘차게 대지를 박차 오르고 있다. B-52H전략폭격기는 이날 한반도 인근 상공에서 사상 처음으로 한미일 3국 합동 공중 훈련을 전개한다. [프리랜서 김성태]

한·미는 CNI 관련 사안 등 NCG 임무를 범정부 시뮬레이션(TTS)과 국방·군사 당국간 토론식 도상연습(Table-Top Exercise·TTX)에서 발전해나가기로 했다. 조창래 실장은 “오는 8월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과 연계해 군사 분야에 고위급 TTX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미 연합연습에서 북한의 핵사용을 가정한 훈련이 이뤄지는 건 이번 UFS가 처음이다. NCG 공동지침은 지금 작성되고 있는 새 작전계획과는 별개 문서이지만 CNI 개념이 발전되면 결국 재래식 전력 위주로 꾸려진 양국 작계의 틀도 바꿀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공동 계획 수준인 만큼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이 비핵 동맹국에 핵 작계를 공유하는 사례를 찾기 힘들다”며 “최종적으로 핵 작계는 미 대통령만 결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NCG에서 검토가 끝난 공동지침은 양국 대통령이 보고 받고 서명하는 절차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또 NCG 결과는 올 가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제56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도 보고된다. 제4차 NCG 회의는 연말에 미국에서 개최된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이근평·이유정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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