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지방살리기' 10년…“육아, 이주지원, 기업유치가 지방 살려”

오누키 도모코, 김현예 2024. 6. 10.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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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도시의 소멸을 막고 인구 감소 속도를 줄이는 건 한국만의 고민이 아니다. 한국보다 한발 먼저 지난 10년간 ‘지방 살리기(地方創生)’에 나섰던 일본 내각부 지방창생추진사무국이 10일 전국 지자체를 분석한 결과 교통과 이주지원, 육아지원, 기업 유치 등 4개 요소가 인구 감소 속도를 늦추는 성공 요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일본 인구는 지난해 기준 약 1억2400만 명으로 전년 대비 약 60만명 감소했다. 하지만 인구 감소 폭이 둔화한 지자체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3년 추산한 2020년 인구 추계치와 대비해 인구가 늘어난 지자체가 736곳에 달했다. 이 중 수도권을 제외한 지자체는 610곳으로, 추계치보다 인구가 5% 이상 늘어난 지자체는 102곳에 달했다.

이를 두고 일본 정부는 양호한 교통 접근성(51곳), 육아지원책(33곳), 이주·취업지원(21곳) 기업유치(18곳) 순으로 지방 도시의 인구 증가 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교통 불편을 줄인 것만으로 인구가 늘어난 대표적인 곳으로 이바라키현의 쓰쿠바미라이(つくばみらい)시가 꼽혔다. 도쿄 도심에 위치한 아키하바라 역까지 약 40분 만에 도착할 수 있는 신도시 철도 ‘쓰쿠바 익스프레스’를 2005년에 개통하면서 도시가 달라졌다. 도심 출퇴근이 가능해지면서 아이를 키우는 젊은 세대들이 이주해오기 시작하면서 인구는 2005년 약 4만 명에서 올해 6월 5만3477명으로 불어났다.

일본 치바현 나가레야마시는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송영 보육스테이션' 등 육아지원책으로 도시 인구를 늘리고 있다. 김현예 특파원


육아지원책이 도시를 살린 경우도 있었다. 치바현에 있는 나가레야마(流山)시가 대표적이다. 출퇴근하는 맞벌이 부모를 위해 어린이집 ‘송영(送迎) 서비스’를 지자체가 지원하는 게 대표적이다. 역 앞에 있는 송영 보육스테이션에 출근길에 아이를 맡기면, 알아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저녁엔 다시 데려와 퇴근길에 부모가 아이를 쉽게 데려갈 수 있도록 했다. 나가레야마시 인구는 최근 초등학교 2곳을 신설해야 할 정도로 지금도 늘어나는 중으로 올해 6월 기준, 인구는 21만2394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761명 증가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지자체가 주민 이주와 취업에 힘쓰면서 도시가 활력을 되찾은 경우도 있다. 시마네현 치부무라(知夫村)는 면적이 약 14㎢에 불과한 작은 섬으로 2010년만 해도 이곳 인구는 657명에 불과했다. 사람들의 이주를 위해 낸 아이디어는 ‘섬 유학’. 초등학교 5학년에서 중학교 3학년 사이 아이들이 자연환경 속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하면서 인구 감소 속도를 늦췄다. 최근엔 20대 청년을 대상으로 섬에서 일하면서 공부할 수 있는 제도도 도입하는 등 젊은 층 유입을 늘리면서 지난해 시마네현 출산율이 1.46명(일본 전국 6위)을 기록하기도 했다.

시마네현 치부무라는 '섬 유학' 아이디어를 활용해 아이들과 젊은 층의 이주를 유도하고 있다. 치부무라 홈페이지 캡처

미야기현 센다이시에 인접한 오히라무라(大衡村)는 기업 유치로 도시 소멸 속도를 늦추고 있다. 역조차 없는 이 작은 도시에 토요타자동차 동일본주식회사가 이전한 것은 2012년. 인구는 점차 늘기 시작해 2010년 5466명에서 2020년 5870명으로 늘어났다. 최근엔 대만 반도체 회사 PSMC 공장도 유치하면서 주거용 택지가 순식간에 완판될 정도로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주금 지원에 관공서 지방이전도


정근영 디자이너
일본 정부가 본격적으로 지방 살리기에 뛰어든 때는 2014년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중요 정책으로 지방 인구 늘리기에 뛰어들었다. 민간단체인 '인구창성회의'가 일본 전국 지자체 중 절반에 해당하는 896개 지방자치단체를 소멸가능성도시로 발표한 것이 계기였다.

마쓰다 히로야(増田寛也) 전 총무상이 주도한 통칭 이 ‘마쓰다 리포트’는 일본 전역을 충격에 빠뜨렸다. 아베 당시 총리는 그해 9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의원을 초대 지방창생담당 장관으로 기용했다. 각 지자체로부터 고용창출, 이주 정책 등에 대한 아이디어를 모집해 정부가 지원금을 지급하는 형태로 지방 활성화에 나섰다.

이주 지원금 효과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2019년엔 123명이 지방 이주를 결정한 데 이어 2023년엔 7806명으로 불어났다. 일본 정부는 중앙 관청의 지방 이전에도 나서 최근까지 소비자청과 문화청 등 7개 기관이 지방으로 옮겨갈 정도로 일본 정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지방 살리기에 나선 상태다.


“여성과 젊은 세대에 집중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전체의 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 현상이란 큰 흐름은 여전하다. 일각에선 ‘지자체 간 인구를 뺏고 뺏는 경쟁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번 10년 보고서 발간과 함께 “지방이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며 인구 감소와 인구 집중이 도쿄 한곳으로 집중되는 현상을 ‘전략적으로 도전해야 할 과제’로 규정했다.

10년의 도전 끝, 일본 정부가 눈을 돌린 건 여성과 젊은 세대다. 이들에게 ‘매력적인 지역’을 만드는 데 더 힘을 쓰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도쿄를 포함한 수도권엔 전입자가 전출자보다 약 11만 명이 많은데, ‘1020세대, 여성’이 다수를 차지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대학 진학과 취업 등을 계기로 수도권 지역으로 옮겨온 이들은 다시 지방으로 돌아가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의 발길을 다시 지방으로 돌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 ‘지방창생’의 키워드는 여성과 청년에게 매력적인 지역 만들기”라며 “여성과 청년의 목소리를 직접 들으며 지방대학의 매력도 높이기를 비롯해 남녀 간, 지역 간 임금 격차 해소 등에 노력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도쿄=오누키 도모코·김현예 특파원 onuki.tomok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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