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혹시 김건희 여사 논문취재?" 묻더니 기자 내쫓은 숙명여대

김화빈 2024. 6. 10.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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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총장 투표 첫날 인터뷰 막고 '취재금지' 엄포... 학교측 "논문과 선거는 별개, 투표 영향줄까 걱정"

[김화빈 기자]

 제21대 총장 선거 투표가 시작된 10일 오전 숙명여대의 모습.
ⓒ 김화빈
 
김건희 여사의 표절 논란 석사논문을 2년 4개월째 검증 중인 숙명여대(총장 장윤금)가 차기 총장 선거 투표 첫날 여론을 묻는 <오마이뉴스> 기자를 막아 세우고 결국 학교에서 내보냈다. 당초 '외부인 출입 금지'를 이유로 취재를 막던 숙명여대 측은 근거규정을 묻자 '선거 중립'을 내세우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학생들과 언론 전문가는 이같은 조치가 "취재 방해"라고 비판했다.

10일 오전 9시께 방문한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교정은 시험기간을 맞아 비교적 조용했지만, 도서관·명재관(기숙사)·행정관 등 캠퍼스 곳곳에서 학생들과 교수·직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오마이뉴스>는 캠퍼스에서 만난 10여 명에게 김 여사의 논문 심사 지연 문제와 21대 총장 선거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그런데 오전 9시 45분께 숙명여대 총무팀 관계자가 보안팀 직원과 함께 기자 앞을 막아섰고, 곧장 커뮤니케이션팀 관계자 2명을 불렀다.

커뮤니케이션팀장은 기자에게 "외부인은 출입이 전면 금지돼 있고, 용건을 얘기해야 출입이 가능하다"며 "학교에 여장 또는 마약을 하고 온 남성분들이 화장실에 숨어든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명함을 전달해 신원을 밝히고 취재를 위해 출입했다고 설명했지만, 그는 "혹시 김 여사 논문을 취재 중이시냐"며 "이번 총장 선거는 (김 여사의) 논문과 별개의 사안인데 (논문과 선거에 대해 묻는) 취재를 하면 구성원들이 불편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에 기자가 '학교 측 공식 입장이냐'고 묻자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선거관리위원회의 방침이라고 했다. 그는 재차 취재 거부 근거를 묻자 "선거관리위원회 사무실이 근처에 있어 물어보겠다"고 답한 뒤 이동했다. 이후 약 2분 뒤 돌아온 그는 "선거관리위원회도 '교내든 교외든 (취재가) 선거 중립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 인터뷰는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선관위 관계자에 직접 질의하겠다고 요청하자 "연락처는 개인정보라 (제공이) 곤란하다"고 거부했다.
 
 제21대 총장 선거 투표가 시작된 10일 오전 숙명여대의 모습.
ⓒ 김화빈
아래는 커뮤니케이션팀장과 기자가 나눈 대화를 요약한 것이다.

- 투표 기간 중 김 여사의 논문 표절 심사 지연 문제를 취재할 수 없다는 게 학교 측 공식 입장인가.

"취재를 할 수 없다는 게 아니고, (해당 사안에 대한) 언론 보도가 특정 후보(현 총장)에 대한 연임 반대로 나오고 있지 않나. 선거 중립성과 독립성, 그리고 투표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걱정돼서 하는 얘기다. 저희 입장이기도 하고 선거관리위원회도 그런 입장이긴 하다. 아시겠지만 투표와 논문은 완전 별개의 사안이다."

- 지난 6일 총장 후보자 3명이 참석한 정책토론회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지 않았나.

"선거관리위원회는 토론회 주최만 했다. (논문 검증) 절차가 좀 많이 지연된 감이 없지 않아 있는데 이런 것들을 빨리 진행시킬 것인지 선거권자가 관련된 질문을 하는 건 당연히 자유롭게 허용된다."

- 취재 거부 사유가 '외부인 출입'에서 '선거관리위원회의 입장'으로 바뀐 건가.

"외부인 출입은 용건 있는 사람들만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고, (취재라는) 용건도 확인됐다. 그러니 교내에 출입을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선거관리위원회 입장에 따라 교내 취재가 허용되지 않은 것이다."

앞서 숙명여대 민주동문회는 김 여사가 1999년 숙명여대 교육대학원에서 미술교육학 석사학위를 취득할 때 제출한 <파울 클레(Paul Klee)의 회화의 특성에 관한 연구>의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참고문헌 목록에 없는 논문 4편이 인용 표시도 없이 쓰였다는 것이다. 숙명여대 일부 교수들과 민주동문회가 지난 2022년 8월 발표한 자체 검증에 따르면 논문 표절률은 48.1%~54.9%였다.

이에 대학은 2022년 2월 표절 여부를 가리기 위한 예비 조사위를 꾸려 그해 12월 중순부터 본조사를 시작했지만, 2년 4개월째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 2020년 9월부터 재임한 현 총장이자 연임에 도전하는 장윤금 후보는 동문회 등으로부터 비판받아 왔다.

"대학이 대통령실처럼 '취틀막' 하다니"
 
 제21대 총장 선거 투표가 시작된 10일 오전 숙명여대의 모습.
ⓒ 김화빈
 
<오마이뉴스>와 만난 숙명여대 학생들은 이번 취재 거부가 "대학이 추구하는 가치를 외면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더해 이번 "총장 선거에서 김 여사의 논문 심사 지연 문제를 적극 고려할 것"이라고도 했다.

정문 앞에서 만난 신입생 A씨는 "언론의 취재는 유권자들이 선거를 잘 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가 제공되는 행위"라며 "(취재를 막은) 학교의 대응이 올바른 조치는 아니"라고 비판했다.

정문 앞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2학년 B씨는 "대학은 학문을 배우는 곳이기도 하지만 자유의 공간이기도 하다"라며 "민감한 사안을 물었다는 이유로 기자를 쫓아낸 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은 "김 여사의 논문 심사 지연 문제가 학교 명예 실추와 직결돼 있다"고도 비판했다. 오전 9시 12분께 명신관 앞에서 만난 정치외교학과 3학년 C씨는 "솔직히 김 여사의 논문 심사 지연 문제 때문에 우리 학교가 외부로부터 욕을 먹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운을 뗐다.

투표 의사를 밝힌 C씨는 "저를 비롯한 친구들도 상처를 많이 받았고, 여대에 대한 편견이 심화된 것도 느끼고 있다"며 "총장 후보라면 본인 커리어를 쌓는 것만이 아닌 학생들이 입은 상처까지 고려해 (논문 표절 논란에) 대응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올해 입학한 D씨도 "학생회에서 만든 홍보영상에도 '논문 검증 언제 하냐'는 댓글이 달리는 걸 보며 '사람들이 평소에 학교를 어떻게 생각하기에 이런 댓글이 달리지'라고 생각했다"면서 "학교 이미지 실추가 가장 마음 아프다"고 했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통상적으로 언론에 협조를 구하는 수준이 아니라 취재 자유를 위축하는, 사실상 취재 방해에 준하는 대응으로 보인다"며 "공개된 장소에서 불특정 대다수를 대상으로 취재가 이뤄지고 있는데 학교는 '김 여사와 관련된 질문을 할 것이라면 교정에서 나가라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련 의혹들이 명쾌하게 해결된 게 아닌 상황에서 언론 취재는 이뤄질 수밖에 없다"며 "숙명여대가 대통령실이나 경호처도 아니고 왜 '취틀막'을 하는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대학은 지성의 전당이고 학문과 사상의 자유가 있는 곳인데 상식적이지 않은 대응을 했다"고 꼬집었다.

숙명여대 총장 선출 투표는 10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되며, 교수 82%, 학생 7.5%, 직원 7.5%, 동문 3%로 반영된다. 숙명여대는 총장 직선제를 하고 있는 국내 사립대학 6곳 중 한 곳이다. 
 
 제21대 총장 선거 투표가 시작된 10일 오전 숙명여대의 모습.
ⓒ 김화빈
 
▲ "혹시 김건희 여사 취재?" 기자 내쫓은 숙명여대 #shorts ⓒ 김화빈,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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