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고래’ 토대로 광구 설정한다…7월 첫 탐사시추 포인트 확정
정부가 동해의 초대형 유전·가스전 후보지 개발을 위해 광구(鑛區)를 재설정한다. 석유와 가스가 대량으로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왕고래’ 등 새롭게 발견된 후보지에 맞춰 동해 자원탐사의 밑그림을 다시 그리겠다는 것이다.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1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현재 동해의 제6-1광구 북부, 6-1광구 중동부, 8광구 등 3개의 광구를 재편한다고 밝혔다. 최근 지목된 유전·가스전 후보지 7곳을 더 효율적으로 개발하기 위함이다. 광구 재설정으로 해외 자본을 투자 받는 길도 더 넓힐 수 있다는 계산이다.
정부는 또 앞으로 구체적인 석유·가스전 후보지 탐사시추 계획을 밝혔다. 탐사시추란 구체적인 석유·가스 매장량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심해를 파보는 절차다. 당장 이달 말 안덕근 산업부 장관 주재로 ‘개발 전략 회의’를 열어 탐사시추 준비 현황을 점검한다. 다음달에는 액트지오의 자문을 받아 정확한 탐사시추 지점을 확정하고 첫 시추공을 뚫을 예정이다.
오는 12월 말엔 첫 탐사시추를 시작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자료는 3개월간 분석한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중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의 향배를 가를 1차 시추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탐사시추를 통해 실제 유전·가스전의 존재를 확인할지라도 채산성(採算性)이 떨어지면 어떡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최 차관은 “채산성을 떠나 유전·가스전을 갖고 있으면 자원 안보에 도움이 된다”며 “생산을 마친 뒤 빈 공간은 이산화탄소 저장소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그는 채산성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채산성은 들이는 비용보다 얻을 수 있는 가치가 커야 하는데, 최 차관은 “상업생산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되는 2035년에도 석유·가스 수요가 상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날 최 차관은 석유·가스전 후보지 개발 자문을 맡은 미국 업체 액트지오(Act-Geo)를 엄호하기도 했다. 액트지오에 대한 신뢰성 논란이 이어져서다. 최 차관은 “입찰을 통해 액트지오를 선정할 때 총 3개 업체 중 심해 유전·가스전 개발 전문가 수가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다른 1곳은 전문가로 볼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고, 나머지 1곳은 액트지오의 절반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최 차관은 그러면서 액트지오의 비토르 아브레우 대표의 전문성도 강조했다. 논문 발표가 52회, 인용은 4436회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심해 유전·가스전 개발 관련 이론(순차층서학)을 창시한 피터 베일의 후임으로 미국 라이스대에서 강연 중이라는 점도 전문성을 뒷받침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또한 아브레우 대표는 28년 이상 22개국 31개 퇴적분지에서 석유·가스전 후보지를 평가해온 덕분에 현장 경험도 풍부하다고 최 차관은 강조했다. 미국 글로벌 석유 업체 액슨모빌에서 장기간 근무한 점도 내세웠다.
최 차관은 “액트지오의 기업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신뢰성을 문제삼는 건 본질적이지 않다”며 “재무구조 우수한 기업이 나을까 전문가 숫자 많은 기업이 나을까”라고 반문했다.
다만 액트지오가 지난해 2월 한국석유공사와 계약할 당시 1650달러(약 227만원)의 세금(법인 영업세)을 체납했던 것으로 드러난 것과 관련해 최 차관은 “계약 당시 세금 체납 사실을 몰랐다”며 “정부를 대표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입찰 자격에 미달한 건 아니었고, 미국 텍사스주 판례 등을 고려해도 이번 계약에 하자는 없다는 설명이다. 액트지오는 “회계사의 실수로 세금을 체납했고 같은 해 3월에 완납했다”는 입장이다.
한편,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내정된 더불어민주당 의원 15명이 최근 '산업부가 액트지오 선정의 적절성, 입찰 과정 등과 관련한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고 비판한 것과 관련해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한 오픈(공개)은 안 되지만, 국회가 열리면 적절하게 자료를 공유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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