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보 뚫리면 '4대강 악몽' 시작... 윤, 보복정치 중단하라"
[김병기 기자]
▲ 세종보 천막농성장 |
ⓒ 김병기 |
"세종보가 뚫리면 '4대강 악몽' 재연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 지우기' '보복 정치' 중단하라."
"세종보 천막농성은 윤석열 정부의 퇴행적인 물 정책을 막을 교두보다."
위 세 문장은 환경단체들이 내건 구호가 아니다. 최근 세종보 천막농성장에 줄을 잇는 정치인들의 발언을 재구성한 문장이다. 지난 4월 30일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아래 시민행동)이 세종시 세종보 상류 하천부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천막농성에 들어간 뒤부터 국회의원과 지역 정치인들의 지지와 연대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곳을 지역구로 둔 김종민 의원(새로운미래, 세종갑)과 강준현 의원(더불어민주당, 세종을), 박정현 의원(더불어민주당, 대전 대덕), 이순열 세종시의회 의장 등은 여러 차례 지지 방문을 했다. 세종보 상류의 충북 서원구가 지역구인 이광희 민주당 의원도 지지방문에 이어 지난 6일에는 농성천막에서 1박 2일을 했다.
▲ [환경새뜸] “천막 강제철거? 이명박 시즌2 위해 일방적 독주”... 이광희 국회의원 인터뷰 이광희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충북 청주 서원구)은 지난 6월 1일 세종보 천막농성장에서 오마이TV와 인터뷰를 했다. #세종보 #이광희 #4대강사업 ⓒ 김병기 |
▲ [환경새뜸] “세종보 닫으면 험악해질 것”...박정현 국회의원 인터뷰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지난 5월 31일 세종보 재가동 중단 및 물정책 정상화를 촉구하는 천막농성장을 방문해 오마이TV와 인터뷰를 했다. #박정현 #세종보 #금강 ⓒ 김병기 |
[윤 대통령이 '4대강'에 골몰하는 까닭?] "문재인 정부 지우기... 이명박 시즌 2"
우선 국가물관리위원회는 2021년 1월 18일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을 심의·의결했다. 골자는 세종보·죽산보 해체와 공주보 부분해체, 백제보·승촌보 상시개방 등이었다. 이는 4대강사업의 종식을 의미했다. 이를 위해 물관리위는 2019년 9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57차례 이상 회의를 했다. 2017년 6월부터 시작된 모니터링 기간을 포함하면 3년 반 정도의 검증 기간을 거친 셈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1년 넘게 보 처리방안을 이행하지 않다가 지난해 7월 21일 감사원이 내놓은 4대강사업 감사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당일 물관리위에 보 처리 결정에 대한 재검토를 요청했다. 물관리위는 이를 받아들여 15일만인 그해 8월 4일 세종보 해체 등의 결정을 취소했다. 이어 환경부는 지난해 11월부터 30억 원을 들여 '세종보 정상가동'을 위한 보수공사에 돌입했다. 사망선고를 받은 세종보의 부활을 선언한 것이다.
왜 윤석열 정부는 불도저처럼 4대강사업을 밀어붙인 이명박 정권의 전철을 밟으려는 것일까?
이에 대해 이광희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거의 4년 동안 준비하면서 토론을 하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내린 결과를 보름 만에 뒤집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문재인 정부를 지우고 이명박 정부로 돌아가고 싶다는 것을 투영시킨 결과다. 단기간 동안 정상적인 회의를 거쳤을 리도 없고, 제대로 검증하거나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독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이어 "정부는 가뭄 대비, 홍수 조절용이라고 말하지만 (보의 효용가치 등을) 연구한 것도 아니고 그냥 밀어붙이고 있다"면서 "윤 정부가 이명박 정부 때의 인사들을 많이 기용했고, 이들이 '이명박 시즌2'를 만들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 박정현 의원이 세종보 천막농성장에서 환경단체 활동가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 김병기 |
환경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세종보를 수리해서 2024년 5월부터 재가동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6월 현재 세종보 수리는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시는 지난 4월 30일부터 40여 일째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에 천막 자진철거 2차 계고장(6월 10일까지)을 보냈고, 장마가 오기 전에 보에 물을 채워 소수력 발전소를 시험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보를 재가동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두 의원은 모두 2018년 1월부터 세종보를 전면 개방해서 회복되고 있는 이 지역의 생태계 파괴를 우려했다.
박 의원은 "세종보에 물을 채우면 되살아나고 있는 이곳 생태계가 험악해질 것"이라면서 "강에 물을 가득 채워 배도 띄우면 좋을 것이라는 환상을 가진 사람도 있는데, 강은 조금 깊은 곳도, 얕은 곳도 있어야 다양한 생물종이 살 수 있고, 그래야 강변을 산책하거나 물수제비를 날리는 등 사람들과 마주할 수 있기에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세종시가 추진하고 있는 '비단강 금빛 프로젝트', 즉 이곳에 대관람차를 세우고 오리배를 띄우는 등의 개발 계획에 대한 평가를 묻는 말에 "4대강사업 때도 지역경제를 살리겠다고 주장했는데, 중동 붐이 끝난 뒤에 갈 곳이 없는 대형 건설회사들을 강바닥으로 끌어들여 '차벽'(16개 보)을 세웠고, 지역의 건설업체들은 공사 수주도 받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4대강사업으로 대기업들은 경기가 나아졌지만, 농민들이 다 쫓겨났고, 지방정부는 사람들이 오지도 않는 강변 공원을 관리하느라 더 힘이 들었다"면서 "세종보가 다시 가동된다면 녹조가 끼고 악취가 풍기는 수문개방 이전의 상황으로 되돌아갈 텐데, 그런 강에서 지역경제가 살아날 리 없다"고 우려했다.
이 의원은 세종보를 담수하면 보 상류, 대청댐 하류에 있는 자신의 지역구인 충북 서원구도 직접적으로 피해를 받는 지역이라면서 생태계 파괴뿐만 아니라 홍수 등의 피해를 입을 것을 우려했다. 그는 "지난해 홍수 때에도 서원구 현도면이 피해를 봤는데, 보 담수로 금강에 물이 많아지면 수위가 높아져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봤다.
이 의원은 "(문재인 정부 때의 결정대로) 세종보가 철거됐다면 수문 개방 이후 다시 드러난 하얀 모래톱과 회복되는 생태계의 복원력이 훨씬 더 높아졌을 것"이라면서 사실상 4대강사업 시즌2에 돌입한 윤석열 정부를 향해 다음과 같이 일갈했다.
"참 이상한 정부입니다. 환경부장관은 환경을 파괴하는 데 앞장서고, 통일부 장관은 통일을 저해하는 일을 합니다. 또 노동부장관은 노동 조건을 열악하게 만들고 있어요.
▲ 이광희 의원이 세종보 천막농성장에서 환경단체 활동가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가운데) |
ⓒ 김병기 |
[22대 국회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세종보 뚫리면 악몽의 시작"
박정현·이광희 두 의원은 지난 5월 27일 야4당 국회의원·당선인이 국회에서 연 '금강 보 재가동 중단 및 물정책 정상화를 위한 기자회견'에도 참여했었다. 당시에는 당선인 신분이었지만, 22대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되자마자 세종보 천막농성장을 방문했다. 기자회견의 주요 골자였던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정조사와 국정감사, 물정책 정상화를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 등에 대해 물었다.
박 의원은 "윤석열 정부 들어와서 비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것들이 굉장히 많다"면서 "특히 생태환경적으로 복원해야하는 사안들이 많은 데, 22대 국회에서 이런 문제들을 신속하게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우리가 뽑아 줬으니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알아서 하라고 생각하시는 시민들도 있는데, 윤석열 정부가 너무 폭주를 하고 있다"면서 "시민들이 환경 문제 등에 관심을 갖고 힘을 보태주시면 국회에서 시민들의 힘을 등에 업고 부지런하고 신속하게 물정책 등을 정상화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천막농성장에 대한 강제철거가 예고된 상태인데,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된 첫 방문지를 이곳으로 택한 까닭은 공권력을 함부로 남용하지 말라는 시그널을 주고 싶었던 것"이라며 "4대강을 이명박 시대로 되돌리는 윤석열 정부의 첫 번째 시도가 바로 이곳이고, 이곳이 뚫리면 악몽 같은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의원은 "녹조라떼가 넘쳐나고 시커먼 펄밭이 되는 4대강을 다시 만들 수 없다는 결기로 그날의 기자회견 자리를 마련했다"면서 "긴 싸움의 시작일 수 있는데, 많은 시민들이 투쟁에 동참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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