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임경빈군 엄마의 호소 "재판부, 해경 지휘부 변명 받아준 것"

박수림 2024. 6. 10.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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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지휘부·대한민국 상대 손배소 '일부 승'... 김석균 해경청장 등 고의중과실 인정 안돼

[박수림, 이정민 기자]

▲ "국민을 구하지 않은 책임 인정하라!" 고 임경빈 학생의 어머니 전인숙씨가 판결선고 직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며 입장을 말하고 있다.
ⓒ 이정민
 
"병원으로 이송되었어야 할 제 아들이 왜 발견 당시에 (즉시) 이송되지 않았는지, 왜 부모에게 인도해 주지 않았는지 그날의 이야기를 밝히는 자들이 없습니다. 헬기를 태우고 갔으면 (병원까지) 17분 거리였습니다. 왜 그렇게 (시간을) 허비했는지 모르겠습니다."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 2014년 세월호 참사로 아들 임경빈군을 잃은 엄마 전인숙씨가 울컥하는 감정을 누르며 말했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지난 2019년 10월, 임군에 대한 구조 방기 의혹을 제기했다. 헬기로 이송하면 병원까지 20분 거리였으나, 임군이 해경 경비정을 세 번이나 옮겨 타며 4시간 41분이 지나서야 응급실에 도착했다는 것. 그리고 임군이 머물렀던 경비정 중 지휘함(3009함)에 헬기가 도착했지만 임군 대신 당시 김석균 해경청장과 김수현 서해청장이 탔다는 게 사참위의 설명이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2019년 11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은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특수단)'을 설치했다. 하지만 이후 특수단은 세월호 참사 관련 의혹 17건을 기소, 15건을 불기소 처분 및 처분 보류했다. 또 특수단은 임군의 구조 방기 의혹에 대해서도 불기소 처분을 내렸고 이에 임군의 부모는 국가와 해경 지휘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이날 '일부 승소'했지만 재판부를 향해 "합당한 책임을 묻지 못한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 "이송 지연 책임 일부 인정하지만..."
 
▲ "국민을 구하지 않은 책임 인정하라!" 고 임경빈 학생의 어머니 전인숙씨와 4.16연대는 10일 오후 판결선고 직후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위급한 구조자를 외면한 해경지휘부 처벌, 주의의무 기본사항 지키지 않은 죄를 적법하게 물것, 국민을 구하지 않은 해경지휘부와 국가의 책임 인정, 국민의 생명에 대한 국가책임을 재판부는 명시할 것" 등을 촉구했다.
ⓒ 이정민
 
앞서 이날 오후 1시 30분께, 재판 시작 전 법정 앞에서 만난 전씨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서 싸우는 문제들이 해결이 안 되다 보니 개인이 제기한 소송에서도 (재판부가) 명쾌한 답을 주지 않을 것 같아 불안하고 초조하다"면서도 "현재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경빈이 아빠(임락주씨)와 함께 선고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마음으로 왔다"고 전했다.

오후 2시가 되자 서울중앙지법 민사211단독(부장판사 김승곤)은 임락주·전인숙씨 부부가 김석균 전 해경청장, 김수현 전 서해해경청장,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 이재두 전 3009함 함장,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전체적으로는 이송 지연에 따른 책임을 일부 인정한다"며 "대한민국이 (고 임경빈 학생 부모에게) 각 1000만 원씩 배상하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김 전 청장 등 4명에 대해서는 "각 공무원의 고의중과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판사가 주문을 읽는 데는 82초가 걸렸고, 방청을 함께한 다른 세월호 유가족들 사이에선 한숨과 '아...'하는 탄식이 새어 나왔다.

선고 후 임군의 부모는 곧장 세월호 유족 및 시민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혔다. 전씨는 "재판부가 (유족이 원하는 판결을) 안 해줄 것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행여나 판결이 (해경 지휘부의 책임까지 인정하는 쪽으로) 바뀌진 않을까?'하는 바람을 가지고 오기도 했다"며 운을 뗐다.

이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10년이 지났지만 참사 당일 '익수자', '환자'로 발견됐던 아들 경빈이가 왜 발견 당시 (즉시) 병원으로 이송되지 못했는지, 왜 부모에게 인도해주지 않았는지를 밝히는 자들이 없다"며 "(해경 지휘부가) '못 봤다', '몰랐다'라고 하는 답답한 말을 재판부가 받아들이는 것은 똑같은 책임 회피이고, 재판부는 오늘 그들의 변명을 받아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에서 사무처장을 맡고 있는 고 진윤희 양 어머니 김순길씨는 "우리가 10년 동안 법원 앞에 얼마나 섰는지를 모른다"며 "오늘도 여지없이 법원은 기대할 법원이 아니라는 걸 보여줬다"고 했다. 미국 휴스턴에서 연대하기 위해 한국에 온 시민 구보경씨도 "증거가 있고 증인이 있는데 왜 구조 책임자들은 모두 무죄 판결이 나는가"라며 "정당하고 온전한 판결을 받을 수는 없는 것인가. 분통하고 억울하다. 이런 대한민국이 너무 원망스럽다"고 했다. 

회견 후 <오마이뉴스>와 만난 전씨는 "참사가 일어났을 때부터 늘 경빈이에게 미안한 마음"이라며 "오늘도 이런 결과(원고 일부 승)밖에 받을 수 없어 여전히 경빈이한테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아이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서는 (진상규명을 위한 싸움을) 계속해야 할 것 같다"며 항소를 시사했다.

지난해 11월 2일 대법원은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청장 등 해경 지휘부에 9명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 지난 5월 30일엔 헌법재판소가 '참사 당시 정부가 신속한 구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유가족들이 제기한 헌법 소원에 10년 만에 각하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4.16연대 측은 "유가족들이 이번 재판(임 군 구조 방기 관련 민사 소송)을 해경 지휘부와 국가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얼마 남지 않은 방도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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