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3개월간 재판 딸랑 2번…'창원간첩단' 관할 두고 2년째 기싸움

안대훈 2024. 6. 10.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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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창원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 피고인들. 뉴스1

서울에서 1년 넘게 공전(空轉)하다 경남 창원에서 재개된 일명 ‘창원 간첩단’ 의혹 사건 재판이 또다시 장기전으로 흐를 모양새다. 검찰과 변호인은 본격 심리에 들어가기 전부터 ‘관할지 이송의 적절성’ 등을 놓고 사사건건 기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원지법 제4형사부(김인택·강웅·원보람 판사)는 10일 오후 2시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황모(61)씨 등 4명의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은 향후 공판이 집중적·효율적으로 진행되도록 하기 위해 미리 검찰과 변호인이 쟁점을 정리하고 증거 조사를 할 수 있도록 그 방법을 논의하는 절차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기록이 방대해 증거조사에 많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해 집중심리가 필요하다”며 지난 4월 26일 이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이송했다. 형사소송법(8조)에 따라 법원은 피고인이 관할구역에 있지 않을 때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직권으로 사건을 피고인 주소지 관할 법원에 이송할 수 있다.

이를 두고 검찰은 이날 “위법한 이송”이라며 재판부에 재이송을 요청했다. 서울중앙지법이 형사소송법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황씨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이 경남 창원 등 창원지법이 관할하는 경남에 살지 않아 법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수도권에 있는 다수의 국가정보원 직원도 증인 신문해야 하는데, 비공개 증언 등 창원보다 서울에서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했다.

창원지방법원. 연합뉴스

그러면서 “일부 변호인은 지역 일간지와 인터뷰 진행하며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며 “피고인 의사에 따라 재판 관할 법원을 선택할 수 있는 좋지 않은 선례는 남기게 된다”고 했다.

이에 변호인 측은 “(신속한 재판 원한다면서) 창원지법에서 준비기일이 열린 이 시점에서 다시 사건을 이송하자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그러면서 “서울중앙지법 (관할지에) 피고인 4명 아무도 없다. 1명은 서울 중랑구인데 거긴 서울북부지법 관할”이라며 “검찰이 영장을 중앙지법에서 받았단 이유로 중앙지법에서 재판하는 것은 검사가 형사소송법상 관할을 무시하고 관할지를 창설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정원 증인 보호를 두고 변호인 측은 “서울지법에서는 증인 보호가 되는데 창원에서는 안 된다는 얘기가 왜 나오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여론에 따라서 재판부 움직인다고 하는데, 서울은 영향을 안 받는 법관이고, 창원은 여론 영향을 받는 비합리적 법관이라는 것인지 의문이다”고 했다.

그러자 검찰은 “재판부 무시하는 듯한 발언은 오해”라며 “창원지법은 출입구가 하나뿐이어서 비공개 증언해야 하는 국정원 직원 신분이 노출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일 뿐, 재판부가 여론 휘둘린다는 얘기가 아니다”고 재반박했다.

이외에도 증거목록과 증인신문 순서를 두고서도 검찰과 변호인은 입씨름하는 등 양측은 1시간 넘게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피고인들은 재판부가 기본적인 인적사항을 확인하는 순간부터 “일체의 진술을 거부한다”며 모두 입을 닫았다.

지난해 1월 '정권 위기 탈출용 공안 탄압 저지 국가보안법 폐지 경남대책위원회'가 경남 창원시 국가정보원 경남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체포된 '창원 간첩단 사건' 관련자 4명에 대해 석방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재판부는 오는 7월 22일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열겠다고 했다. 변호인 측이 피고인 방어권을 위해 검사가 제출한 증거목록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검찰이 3주에 걸쳐 해당 자료를 제출하면, 변호인 측이 3주 동안 자료를 검토해 증거 인정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서울중앙지법 이송 자체의 적절성에 대해 상당한 의문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증인신문 시간 등 재판 일정 등을 고려해 사건 (재)이송 여부 등을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황씨 등 4명은 2016년 3월~2022년 11월 캄보디아 등지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선해 공작금 7000달러를 받고 지령에 따라 국내정세를 수집해 북한에 보고한 혐의로 지난해 3월 15일 구속 기소됐다. 이후 이들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관할 법원 이전, 재판부 기피, 국민참여재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차례로 신청했다. 이에 법원이 이를 심리하느라 본 재판은 계속 지연됐다. 약 1년 3개월 동안 정식 공판은 단 두 차례만 진행됐다.

창원=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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