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기식 제대로 만들겠다" 선언한 식품회사들… 초라한 성적표

이슬비 기자 2024. 6. 1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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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치와이, 대상웰라이프, 매일헬스뉴트리션, 라이필, 남양, CJ웰케어, 풀무원건강생활, 빙그레 건강 tft 제공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식품 기업이 뛰어들고 있다. 제약 기업과 화장품 기업에 이어 뒤늦게 뛰어드는 형국이다. 건기식 시장은 그야말로 혼전이다. 올해는 잘 나가는 건기식 시장에 노란불이 켜졌다. 건기식 시장은 2019년부터 2022년까진 매년 5~10%씩 꾸준히 성장해 왔는데, 지난해(6조2022억원)엔 2022년(6조1498억원) 대비 0.9% 늘어나는 데 그쳤다(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칸타(KANTAR) 월드패널에서는 국내 건기식 시장이 성숙기를 지나 올해 정체기에 진입했다고 봤다. 식품 기업의 건기식 시장 정조준, 좋은 선택일까?

◇식품 기업, 2020년대 들어 건기식 시장 우후죽순 진입
식품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건기식 시장 전선에 뛰어든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2017년 대상홀딩스가 한발 빠르게 건기식에 초점을 맞춘 자회사 '대상라이프사이언스'를 출범시키고, 환자용 균형 영양식 브랜드 뉴케어, 마이밀 등을 선보였다. 2022년 건기식 브랜드라는 것을 더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사명을 '대상웰라이프'로 변경했다. 빙그레도 비교적 일찍 건기식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2019년 건강 지향 통합 브랜드 'tft'를 걸고, 성별 맞춤형 건강 전문 브랜드 '비바시티(여성)'·'마노플랜(남성)'과 단백질 전문 브랜드 '더:단백' 제품 등을 출시했다.

다음 해 농심이 건기식 시장에 뛰어들어, 건기식 브랜드 '라이필'을 출범시켰다. 2021년부터 더 많은 식품 기업들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프로바이오틱스가 액상 형태로도 건기식 제조가 가능해지면서, 야쿠르트가 건기식으로 인정받았다. 이후 한국야쿠르트는 아예 사명을 에치와이(hy)로 바꿔 유제품 음료 기업에서 건강 사업 종합 기업으로 이미지를 바꾸고, 건기식 시장에 사활을 걸었다.

같은 해 동원F&B은 프리미엄 건기식 브랜드 '올리닉'을 론칭했고, 매일유업은 건기식 전문 신규 법인인 '매일헬스앤뉴트리션'을 설립했다. 결국 2022년에는 들어가기만 하면 선두권에 오르는 기업, CJ제일제당도 팔을 걷어붙였다. 사실 CJ제일제당은 이미 지난 2002년 'CJ뉴트라'라는 브랜드로 일찌감치 건기식 시장에 진입했었다.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해 2022년 CJ뉴트라를 건강사업부에서 건기식 전문 기업 ‘CJ 웰케어’로 분할·설립했다. CJ웰케어는 2025년까지 선두권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밝히고, 8가지 라인의 제품을 출시했다.

올해 건기식 브랜드를 출시한 풀무원도 CJ제일제당과 비슷하다. 사실 2008년부터 건기식 개별인정형 원료를 개발했을 정도로, 오래전부터 건기식 제품을 출시해 왔었다. 이번에 더 적극적으로 건기식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브랜드를 론칭했다. 후발주자인 삼양식품은 2022년 삼양내츄럴스 중앙연구소 조직을 먼저 신설하고, 2023년 프로틴 음료, 그릭요거트 등 건강 기능성 식품을 선보였다.

◇압도적 1위, hy… 나머지 식품 기업과 차이 커
식품 기업의 매출 성적표는 어떨까? 비교적 초라하다. 헬스조선이 식약처 '2022년 식품 등의 생산실적'이라는 보고서를 분석했다. 이 보고서에는 건기식 분야 기업별 매출액이 나와있다. 건기식을 인증받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원료의 품목은 고시형 60개, 개별인정형 141개가 있는데, 보고서에는 각 품목별 매출액 기준 상위 5개 업체 현황이 포함됐다. 헬스조선은 고시형·개별인정형 각 품목 매출액 상위 5개에 속해 있는 식품 기업만 추려, 매출액 통계를 내봤다.

사진=헬스조선 DB
압도적 1위는 hy였다. hy는 식품 기업뿐만 아니라 건기식을 판매하는 모든 회사를 통틀어 매출액 2위로 집계될만큼 이미 순위권에 안착해 있었다. 마트·편의점에서 파는 유산균 음료 등이 포함돼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위 부터는 매출이 급격히 하락했다. ▲2위는 매일유업 ▲3위는 대상 ▲4위는 풀무원(건강생활과 다논) ▲5위는 삼양사 ▲6위는 농심태경 ▲7위는 남양유업이 차지했다.

식품 기업의 건기식 시장 침투력은 실망스럽다는게 업계 반응이다. 국내 건기식 매출 20위권에서 절반 이상이 제약바이오기업인 것과는 대조되는 분위기다. 숨 고르기에 진입했거나, 건기식 시장에 들어가는 것을 포기한 기업도 있다. 삼양식품의 기능성 유가공 브랜드 '오르닉' 제품은 지난해 출시했는데, 매출이 나오지 않아 벌써 판매 중단됐다. 오리온은 지난 2017년 건기식 사업을 4대 신사업 중 하나로 지정했다. 하지만 건기식 사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2020년 4대 신사업은 건기식을 뺀 3대 신사업(간편대용식, 음료, 바이오)로 바뀌었다. 업체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코스메틱 등 각종 기업에서 건기식 시장에 먼저 진입하고, 식품 회사는 뒤늦게 뛰어들어 시장 선점을 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리드 기업이 나올 때까지 적극적인 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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