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매체 “푸틴, 평양 방문 예정”…성사 땐 24년만의 방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르면 이달 중 북한과 베트남을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라고 10일(현지시간) 러시아 매체 베도모스티가 보도했다. 이번에 푸틴 대통령이 북한을 찾으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집권하던 2000년 7월 이후 24년 만의 방북이 된다.
이날 베도모스티는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향후 몇 주 내 푸틴 대통령이 북한과 베트남을 방문할 수 있다고 전했다. 매체는 "푸틴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이 이르면 6월 이뤄질 수 있으며 북한을 방문한 직후에 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는 이 매체에 "푸틴 대통령의 평양 방문이 이뤄질 것이며 현재 적극적으로 준비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차관과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지난달 30일 푸틴 대통령의 북한·베트남 방문 준비가 진전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까워진 북한과 러시아는 지난해 9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한층 밀착이 가속화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15~16일 중국 방문에 이어 한 달여 간격으로 북한을 방문하는 것이어서 한·미·일에 맞서는 북·중·러 연대가 공고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푸틴의 답방에선 경제 협력이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고 베도모스티는 전망했다. 알렉산드르 제빈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중국·현대아시아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이번 방북에서 북·러 무역 및 경제 관계를 서방 제재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방안이 논의될 수 있다"며 "특히 북한이 러시아로 노동자를 파견하는 것과 북한 관광 개발 문제가 주 논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가 심각한 노동력 부족을 겪고 있는 만큼, 북한 근로자 파견을 재개하는 것이 주요 안건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 2017년 유엔(UN) 대북 제재 결의안에 따라 북한에서 파견한 근로자를 고용하는 것은 제재 위반이 된다. 그러나 러시아는 암암리에 북한 파견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 방문 직후 베트남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푸틴은 지난 3월 베트남 권력 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과 전화 통화에서 베트남 방문 제안을 받아들였다. 푸틴은 지금까지 베트남에 총 4차례 방문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2017년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베트남을 찾았다. 공식 방문은 2013년 11월이 마지막이다.
이번 베트남 방문에서는 금융 결제 문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이후 미국 등 서방 제재 속에 베트남을 포함해 여러 우호국과도 무역 대금 결제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카테리나 콜두노바 모스크바 국립국제관계대학교(MGIMO)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센터장은 베도모스티에 "동남아 국가 중 달러 거래량이 많은 베트남과 러시아가 협력을 강화한다면 서방 경제 제재로 막힌 러시아 대외 자금 결제 차질 문제가 일부 해소될 것"이라며 "다만 베트남이 최근 미국과 한층 가까워진 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베트남을 국빈 방문하는 등 미·중 무역 전쟁 속에 베트남을 지렛대로 활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바이든의 국빈 방문 당시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격상하는 협정이 체결됐다.
한편 이날 국정원 관계자는"푸틴 대통령의 방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련 동향을 지속 주시 중"이라고 밝혔다.
김민정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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