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텀-돈치치의 엇갈린 희비, 그래도 승리는 셀틱스
[이준목 기자]
'전통의 명가' 보스턴 셀틱스가 2023-2024 NBA 챔피언결정전(7전 4승제)에서 쾌조의 2연승을 내달리며 통산 18번째 우승을 향한 청신호를 밝혔다. 보스턴은 6월 1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TD가든에서 열린 NBA 파이널 2차전 홈경기에서 댈러스 매버릭스를 105-98로 제압했다.
앞서 보스턴은 7일 열린 1차전에서도 댈러스를 18점차(107-89)로 완파한 바 있다. 2연승을 거둔 보스턴은 13일부터 댈러스의 홈구장인 텍사스주 댈러스의 아메리칸 에어라인스 센터로 자리를 옮겨 3차전을 치르게 된다.
NBA 동부지구의 보스턴은 서부의 LA 레이커스와 함께 NBA 챔피언결정전에서 통산 17회 우승으로 공동 최다우승 기록을 보유한 명문팀이다. 컨퍼런스(11회)와 디비전(34회) 우승 역시 동부 최다 기록이다.
특히 최전성기였던 1950-60년대에는 전무후무한 파이널 8연패(1959-1966)의 금자탑을 쌓기도 했다. 1980년대에는 래리 버드라는 걸출한 백인 스타를 앞세워 흑인 스타의 대표주자였던 매직 존슨의 LA 레이커스와 '역대 최고의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NBA의 중흥을 이끌기도 했다. 버드를 비롯하여 빌 러셀, 존 하블리첵 등 등번호가 영구결번으로 지정된 레전드 선수만 무려 21명에 이른다.
하지만 보스턴의 영광은 대부분 1980년대 중반 이전에 쌓은 기록이었다. 보스턴의 마지막 전성기이자 파이널 우승은 케빈 가넷-레이 앨런-폴 피어스의 빅3가 활약했던 2007-08시즌으로 벌써 16년 전이다. 미지막 파이널 진출은 2년전인 2021-22시즌이었으나 스테판 커리를 앞세운 골든스테이트의 벽을 넘지못하고 준우승에 그쳤다. 최대 라이벌로 꼽히던 LA 레이커스가 2000년대 이후에도 6번의 우승을 추가하며 꾸준히 보스턴을 따라잡아왔던 것과 비교된다.
한동안 부침의 시기를 보내던 보스턴은 2020년대 들어서야 제이슨 테이텀과 제일런 브라운이라는 두 영건을 중심으로 세대교체에 성공하며 다시 우승을 노릴만한 강팀으로 발돋움했다. 보스턴은 2021-22시즌부터 3년 연속 정규리그 50승 이상을 거뒀고, 특히 올시즌에는 64승 18패, 승률 .780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NBA 30개구단을 통틀어 전체 1위에 올랐다.
보스턴은 플레이오프에서 지난해 업셋의 굴욕을 안겼던 마이애미와의 리턴매치를 4승1패로 깔끔하게 설욕한 것을 시작으로, 2라운드에서는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를 역시 4승 1패, 컨퍼런스 파이널에서는 인디애나 페이서스를 4전 전승으로 압도하며 순조롭게 파이널까지 올라왔다.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난 상대는 현재 NBA 최고의 슈퍼스타로 불리우는 루카 돈치치를 앞세운 서부 5번시드 댈러스 매버릭스였다. 댈러스는 덕 노비츠키가 활약했던 2010-11시즌 이후 13년 만에 통산 2번째 우승에 도전하는 언더독이었다. 또한 댈러스의 2옵션인 카이리 어빙은 2019년까지 한때 보스턴에서 활약했으나 동료들과의 갈등으로 이적을 요구했던 악연이 있었다.
보스턴은 파이널에서도 전력상 우세하리라는 전망 그대로 시리즈를 주도하고 있다. 동부 콘퍼런스 파이널에서 팀동료 테이텀을 제치고 최우수선수(MVP) 수상을 기록한 제일런 브라운은 1차전 22점-2차전 26점으로 꾸준히 중심을 잡아줬고, 3옵션 역할을 해줘야할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와 즈루 할러데이. 데릭 화이트 등이 고르게 폭발하며 경기 흐름을 장악할 수 있었다.
특이하게도 부동의 에이스인 테이텀이 부진한 상황에서 경기는 계속 보스턴이 이기고 있다는 게 눈에 띈다. 테이텀은 올시즌을 포함하여 3년 연속 올 NBA 퍼스트팀(2022~2024)에 올랐고 정규리그 평균 26.9점, 8.1리바운드. 4.9어시스트를 기록한 보스턴의 1옵션이다.
다만 플레이오프에서는 득점이 25.3점과 야투율(47%→43.8%)이 모두 하락했고 턴오버가 늘어나며 오히려 정규시즌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하여 컨퍼런스 MVP도 2인자였던 브라운에게 빼앗겼다. 파이널에서도 테이텀의 플레이는 도마에 오르고 있다. 1차전에선 16득점 11리바운드 5어시스트, 2차전 18득점 9리바운드 12어시스트로 겉보기에 1차스탯은 화려했지만, 정작 야투율은 각각 37.5%(6/16), 27.3%(6/22)에 그칠만큼 효율성이 극히 떨어졌다.
에이스의 난조에도 정작 보스턴은 계속 이기고 있다. 1차전에서는 부상에서 돌아온 포르징기스가 21분만 뛰고도 20점 3블록을 기록하며 분위기를 바꿨고, 2차전에서는 할러데이(26점 11리바운드)와 화이트(18점 3스틸)가 승부처에서 폭발하며 테이텀의 부진을 상쇄시킬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파이널에서 팀의 에이스가 동료들 덕분에 승리에 무임승차하는 기묘한 모양새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댈러스의 에이스인 돈치치가 혼자 고군분투하고 있음에도 동료들의 지원을 받지 못하여 분루를 흘린 것과 비교된다. 돈치치는 1차전에서 30득점 10리바운드 10어시스트, 2차전에서도 32득점 11리바운드 11어시스트 4스틸로 맹활약하고 있다. 이로써 돈치치는 NBA 파이널 1, 2차전에서 역대 최연소 나이(25세)에 30점 이상 득점하면서 트리플더블을 작성하는 진기록도 세웠다.
하지만 잔부상을 안고 있는 돈치치는 2차전에서 보스턴의 견고한 팀수비에 턴오버만 8개를 범했고 자유투도 여러 차레 놓치며 체력적인 부담을 여실히 드러냈다. 테이텀이 아니어도 여러 선수들이 고르게 폭발한 보스턴과는 달리, 믿었던 2옵션 카이리 어빙이 1차전 12점 –2차전 16점으로 묶인 게 뼈아팠다.
농구는 다른 스포츠에 비하여 선수 개개인의 능력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종목으로 꼽힌다. 하지만 보스턴의 연승행진은 아무리 걸출한 에이스가 있어도, '농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 결국 팀스포츠'라는 단순한 진리를 보여준다. 댈러스의 돈치치가 외로운 원맨쇼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보스턴이 팀워크의 기세를 몰아 NBA 역대 최다인 18번째 우승을 조기에 확정지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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