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CDMA 성과 국제적 인정…"AI로 또 한번 진화"(종합)

김보경 2024. 6. 1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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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ICT 학회서 성과 인정받아
이통산업 진출 특혜 시비 논란엔
유영상 대표 "노력 폄훼 안타깝다"

SK텔레콤이 참여한 대한민국의 CDMA 성공 사례가 '글로벌 ICT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명예의 전당에 등재됐다. SKT는 앞으로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개척자 정신을 발휘해 국가 산업 성장에 이바지하겠다고 밝혔다.

유영상 SKT CEO가 10일 본사 수펙스홀에서 열린 IEEE 마일스톤 수여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사진 제공=SKT]

SKT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삼성전자, LG전자가 함께 한 1996년 CDMA 대규모 상용화가 국제전기전자공학협회(IEEE)가 선정하는 우수 업적으로 뽑혔다고 10일 밝혔다.

이날 오후 서울 을지로 SKT 본사에서는 IEEE 마일스톤 수여식이 열렸다. 본사 외벽에 설치된 현판에는 대한민국 CDMA 상용화 주역인 SKT, ETRI, 삼성전자, LG전자의 사명과 산업에 기여한 성과 등이 기재됐다.

세계 최초 CDMA 상용화, IEEE 인정

IEEE는 1884년 토머스 에디슨과 그레이엄 벨 주도로 창설된 전기·전자공학 분야 세계 최대 학회다. 1983년부터 인류 사회와 산업 발전에 공헌한 역사적 업적에 시상하는 'IEEE 마일스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ICT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IEEE 마일스톤은 그동안 북미·유럽·일본과 같은 기술 강국이 90% 이상을 차지해왔다. SKT는 CDMA 사례로 국내 기업 최초로 선정 기업 반열에 이름을 올리는 영예를 안았다. SKT는 25년 이상 경과한 업적을 심사하는 IEEE의 절차를 고려해 2016년부터 민관 합작을 통한 CDMA 성공 사례를 등재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SKT, ETRI, 삼성전자, LG전자는 이동통신의 수요 폭증에 대응해 통화용량을 아날로그 방식보다 10배 이상 증가시킬 수 있는 CDMA 디지털 이동통신 시스템 상용화에 성공했다.

당시 세계 기업들은 시분할 방식인 TDMA를 놓고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였지만, 대한민국은 성장 잠재력이 획기적으로 높은 CDMA 상용화에 도전했다. 정부는 ETRI가 국내에 도입한 CDMA 기술을 기반으로 SKT 산하에 이동통신기술 개발사업관리단을 출범시켰다. 이후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단말 제조사들이 적극 협력해 CDMA를 국가표준으로 단일화하고 세계 최초로 상용화할 수 있었다.

이날 기념식에 참석한 송상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1989년부터 1996년까지 7년간의 사업에 정부와 기업이 1000억원이 넘는 연구개발비와 연간 1000명이 넘는 대규모 인력을 투입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불확실한 미래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결단을 내린 정부와 국내 연구진, 제조사-통신사업자까지 모두 함께 힘을 모아 이룬 업적"이라며 "지금은 6G 시대를 준비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동통신 강국으로의 명성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 왼쪽부터)전국진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 명예교수, 장길수 IEEE 서울 섹션 회장, 송상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실장, 고진 대통령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 캐슬린 크레이머 IEEE 차기 회장, 유영상 SKT CEO, 강종렬 SKT CSPO, 최원준 삼성전자 MX사업부 개발실장, 제영호 LG전자 C&M표준연구소 연구소장, 백용순 ETRI 입체통신연구소장이 10일 을지로 SKT본사에서 열린 현판 제막 행사에 참여했다.

CDMA 상용화를 계기로 대한민국은 단번에 이동통신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도약했다. 당시 세계 이동통신 시장은 우리 민관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새롭게 발전했고 반도체 기술 개발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누구도 가본 적 없는 AI 컴퍼니" 개척

행사에는 캐슬린 크레이머 IEEE 차기 회장, 고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 송 실장, 유영상 SKT 대표, 백용순 ETRI 입체통신연구소장, 최원준 삼성전자 MX사업부 개발실장, 제영호 LG전자 C&M표준연구소 연구소장이 참석했다.

이날 전 과학기술부 장관이자 SKT 부회장을 역임한 고(故) 서정욱 장관 유족에 감사패를 전달하는 시간도 가졌다. 고인은 SKT 재직 당시 CDMA 상용화를 이끌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IEEE 마일스톤 등재를 적극 추진해 대한민국의 ICT 역량을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했다.

유 대표는 환영사를 통해 "과거 CDMA가 그랬듯이 이제는 AI라는 혁신적인 기술로 인해 우리의 미래는 전혀 다른 형태로 진화할 것"이라며 "SKT가 나아가고자 하는 '글로벌 AI 컴퍼니'의 길 또한 그 누구도 가본 적 없는 새로운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세계 최초 CDMA 상용화 과정에서 우리에게 새겨진 개척자의 DNA로 이번에도 우리 앞에 당면한 수많은 문제를 여기 계신 여러 관계자들과 합심해 헤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SKT에 청춘 바쳐…성과 더욱 알릴 것"

SK그룹의 이동통신 사업 진출과 관련, 정치권의 특혜 시비에 대해 유 대표는 행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SKT의 노력과 성과가 폄훼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혼 소송 2심 과정에서 재판부는 SK(당시 선경그룹)의 1994년 이동통신 사업 진출 과정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유·무형적 기여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SK 측은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 한국이동통신(현 SKT)을 인수해 이동통신 사업에 진출했는데, 마치 정경유착이나 부정한 자금으로 성장한 것처럼 법원이 곡해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유 대표는 "SKT 구성원으로서 저의 청춘을 SKT에 바쳤다"며 "올해 40주년을 맞은 SKT의 CDMA 세계 최초 상용화와 같은 노력과 성과가 폄훼되는 것 같아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혜가 아니라 정당한 방식으로 이동통신 사업에 진출했고, 아주 잘 경영해서 오늘날까지 온 것에 대해 SKT 구성원으로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이것이 세상에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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