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판곤-신태용-김상식, 누가 '제 2의 박항서' 될까
[이준목 기자]
동남아 해외무대에서 월드컵 도전의 꿈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인 지도자'들이 3차예선 진출 티켓을 놓고 피할 수 없는 최후의 경쟁을 펼친다. 김판곤 감독이 이끄는 말레이시아는 마지막 경기에서 기적의 대역전극을 노리고 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와 김상식 감독의 베트남은, 오직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탈락시켜야만 한다.
김판곤 감독은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선임위원장에서 물러난 이후, 2022년부터 말레이시아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아왔다. 김판곤 감독은 2022년 동남아시아 축구 선수권 대회 4강진출, 2023 카타르 AFC 아시안컵에서 16년만의 본선진출이라는 성과를 올렸다. 아시안컵에서는 비록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지만 최종전인 최약체라는 예상을 깨고, 클린스만이 지휘하던 모국이자 우승후보인 한국과 난타전 끝에 3-3 무승부를 거두는 이변을 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판곤호는 아시안컵 이후로 재개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서는 부진한 모습이다. 첫 2연승으로 순조롭게 출발할때만 해도 3차예선 진출이 무난해 보였으나, 아시안컵 종료 이후 재개된 3·4차전에서 오만에게 두 번 연속 0-2 완패를 당하며 키르키스스탄에게 추월당했다. 특히 지난 7일 원정으로 치른 키르키스스탄과의 단두대 매치에서 1-1로 비기며 승점차를 좁히지 못한 게 뼈아팠다.
현재 말레이시아는 2차예선에 D조에서 D조에서 2승 1무 2패(승점 7)로 조 3위에 위치해 있다. 2차 예선은 각 조 2위까지 3차 예선에 진출한다. D조는 오만(승점 12)이 최소한 조 2위를 확보하면서 가장 먼저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했다.
남은 조 2위를 두고 키르기스스탄(승점 10)을 말레이시아가 3점차로 뒤쫓고 있는 구도다. 말레이시아는 최하위 대만을 홈으로 불러들여 치르는 최종전에서 승리하고, 키르기스스탄이 오만에게 패하면 동률이 된다. 하지만 문제는 골득실이다.
말레이시아는 5경기에서 6득점 8실점을 내줘 골 득실이 -2에 그친 반면, 키르키스스탄은 +6(12골 6실점)으로 크게 앞선다. 산술적으로 말레이시아가 대만을 상대로 최대한 다득점을 노리고, 동시에 키르키스스탄이 오만에게 큰 점수차로 패하기를 기대해야 하는 어려운 조건이다. 현실적으로 말레이시아의 3차예선 진출 가능성은 멀어졌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래도 김판곤 감독은 마지막까지 희망을 놓치 않겠다는 각오다.
신태용의 인도네시아와 김상식의 베트남은 공교롭게도 월드컵 2차 예선에서 같은 F조에 속해있다. 현재 F조에서는 이라크가 5승(승점 15)으로 조 1위, 필리핀이 1무4패(승점 1)로 최하위를 기록하며 순위가 확정됐다.
남은 한 장의 3차예선 티켓을 놓고 인도네시아가 2승1무2패(승점 7)로 조 2위, 베트남은 2승3패(승점 6)로 조 3위에 자리하며 박빙의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두 팀 모두 최종전 한 경기만을 남겨놓은 가운데 두 팀의 승점 차는 단 1점에 불과하다.
상황은 인도네시아가 더 유리하다. 인도네시아는 11일 최하위인 필리핀을 홈으로 불러들여 승리하면 자력으로 3차예선 진출을 확정한다. 반면 베트남은 강호 이라크와 대결한다. 이라크는 앞서 지난 6일 원정에서 인도네시아를 2-0으로 격파한 바 있다.
신태용호는 지난 3월에 열린 베트남과의 홈-원정 2연전에서 모두 승리하면서 베트남에게 득실차, 득점, 승자승 원칙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상태다. 전임 베트남 감독인 필립 트루시에가 경질당하고 김상식 감독이 부임하게 되는 결정적인 단초이기도 했다.
다만 베트남이 김상식 감독 부임 직후, 지난 6일 데뷔전에서 필리핀(3-2)을 극적으로 잡아내며 분위기를 바꾸는데 성공했다는게 변수다. 베트남은 지난해 11월 이라크에게 패하기는 했지만 0-1로 선전한 바 있다. 반면 인도네시아는 필리핀과 원정에서 고전하다가 1-1로 비긴 바 있어 안심할 수 없다.
신태용 감독과 김상식 감독은 공교롭게도 한때 K리그에서 한솥밥을 먹던 선후배이자 팀동료 사이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1999년부터 2002년까지 당시 K리그 최강 팀 성남 일화(성남FC)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다. 하지만 2009년 신태용 감독이 친정팀 성남의 사령탑으로 부임하고, 김상식 감독이 선수단 개편의 여파로 방출당하며 전북으로 이적하게 되는 묘한 운명에 놓이기도 했다.
신태용 감독은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난 후, 2020년부터 인도네시아의 지휘봉을 잡았고 4년여간 카타르 아시안컵 16강진출, U-23 아시안컵 4강행 등 눈부신 성과를 남기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김상식 감독은 지난 2023년 전북 현대 사령탑에서 성적부진으로 사임한 이후, 한동안 야인으로 지내다가 올해 5월 2년 계약을 맺고 베트남의 지휘봉을 잡았다.
설사 베트남이 3차예선 진출에 실패한다고 해도 뒤늦게 지휘봉을 잡은 김상식 감독이 첵임을 져야할 부담은 적다. 하지만 기적적으로 대역전극을 일궈내거나 최종전에서 선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김상식 감독에 대한 베트남 여론의 지지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지난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예선 당시 최종예선(현 3차예선)에서 한국인 지도자가 지휘봉을 잡은 것은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이 유일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최소한 한 명 이상의 한국인 지도자를 3차예선에서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연 '제2의 박항서'로 등극할 주인공은 누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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