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실형에 판사 때리는 민주당…개딸은 "판레기" 실명 저격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불법 대북송금 의혹 사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자 더불어민주당이 사법부 때리기에 나섰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신진우)는 지난 7일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방북 비용을 대납할 목적으로 쌍방울 임직원을 동원해 북한 조선노동당에 230만 달러를 지급했다”며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이화영 전 부지사에게 징역 9년 6개월의 중형을 선고했다.
판사 출신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9일 페이스북에 “판결문은 판사의 편향된 가치관과 선입견, 독선과 오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며 “검찰이 내놓은 오염된 증거 속에서 허우적대다가 끝내 절차적 정당성은 물론 실체적 진실까지 외면한 꼴”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법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반증하는 계기가 됐다”라고도 했다. 이 게시글에는 “판사를 탄핵해야 한다”는 지지 댓글이 잇따라 달렸다. 민주당은 김 의원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로 내정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김 의원의 글을 공유한 뒤 “저런 검사에 요런 판사”라며 “심판도 선출해야”라고 썼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의 대장동 의혹 변호를 맡았던 김동아 의원은 “정치 검찰에게 면죄부를 주고 진실을 외면한 판결”이라며 “법원이 공정하게 증거를 들여다봤다면 나올 수 없는 판결”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은 더 노골적으로 재판부를 공격했다. 친명 커뮤니티에는 담당 판사의 실명은 물론 고향까지 거론하며 “판레기(판사+쓰레기)”라고 비판하는 글이 여럿 게시됐다. “탄핵 판사 명단이 추가됐다”라거나 “친일 판사를 저주한다”는 댓글도 쏟아졌다.
이화영 전 부지사 1심 선고 이전만 해도 민주당은 공세의 초점을 사법부가 아닌 검찰에 맞췄다. 4월 총선 유세 당시 이 대표의 빠듯한 재판 일정이 문제 됐을 때도, 당 지도부는 사법부 비판을 삼갔다. 당시 유세 현장에서 일부 지지층이 재판부를 비난하자 이 대표가 “검찰이 문제”라고 진정시키기도 했다. 총선 이후에도 민주당은 ‘이화영 술자리 회유 의혹’ 등 검찰을 겨냥한 공세에 집중했다.
하지만 이 전 부지사 1심 재판부가 “쌍방울 대북송금은 이재명 경기지사 방북 사례금”으로 판결하자 사법부를 향한 민주당의 시선이 급격하게 싸늘해졌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재판부와 정치 검찰의 결탁을 제어할 방도를 찾아야 한다는 당내 목소리가 거세다”고 전했다.
그러나 검찰에 이어 사법부까지 전선(戰線)을 확대하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야권 관계자는 “아예 사법 시스템을 부인하는 쪽으로 가면 당장은 강성 지지층의 박수를 받을지 몰라도 수권정당 이미지에는 큰 타격”이라고 했다. 전직 민주당 중진 의원은 “이 대표가 자신의 사법리스크 방어를 위해 검찰과 사법부를 싸잡아 공격하면, 헌법 질서를 부정하는 인상을 줘 대선 가도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당내에서는 2019년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재판 도중 법정구속 됐을 때 1심 재판장인 성창호 판사를 공격했다가 역풍을 맞은 일도 거론된다. 당시 민주당은 성 판사를 ‘사법농단 적폐 판사’로 규정하고, 탄핵 소추 등을 시사하며 여론전을 폈다. 하지만 유력 정당이 뚜렷한 근거 없이 판사 개인을 보복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사법농단 의혹으로 기소된 성 판사는 2021년 11월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때 민주당의 반응은 지금과 정반대였다. 당시 여권에서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를 비난하자 민주당은 “입법부 일원으로서 헌법 질서를 존중해야 할 여당이 삼권분립을 짓밟는 사법부 길들이기를 한다”며 “사법부 겁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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