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작가, 계약서상 '갑'이지만 정말 갑은 아녔다

김예지 2024. 6. 10.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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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작가의 일상] 협업 필수인 직업이지만, 그럼에도 출판사 신중히 골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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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기자]

2021년 하반기, 처음으로 웹소설을 집필했을 때 나의 최우선 과제는 웹소설이 아닌 취업이었다. 그러나 코로나의 영향으로 채용 시장이 경직되면서 취업보다 웹소설 출간을 먼저 경험했다. 그 바람에 나는 얼떨결에 전업 웹소설 작가가 되어, 2022년 하반기까지 6개월을 비정규직 프리랜서로 지냈다.

막연히 상상만 해 보았던 프리랜서로서의 삶은 정말 상상처럼 여유롭고 낭만적이면서도, 태풍의 눈 속에 있는 듯 위태롭기도 했다. 지난 기사 '시공간 자유롭게... 웹소설 작가의 하루, 이렇습니다'(링크)에 이어, 이번에는 비정규직 프리랜서이자 웹소설 작가로서 느꼈던 단점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이도저도 안 되면 어떡하지 

내가 당시 개인적으로 느꼈던 가장 큰 단점은 '고용 불안'이었다. 가고 싶은 길과 현재 서 있는 길이 다르다면 지름길로 가든 다시 뒤로 돌아가서 길을 찾아가든 방향을 모색해야 할 텐데, 내가 취업하고 싶은 분야는 2022년 하반기까지 채용문을 열지 않았다.

대신 웹소설 쪽에서는 일단 데뷔작이 생기니 그 다음부터는 출간이 수월해졌다. 같은 출판사에서 계속 작품을 내는 경우에는 말이다. 내가 어떤 스타일로 글을 쓰는지, 지난 계약 기간 동안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았는지, 원고 수정 기간이 얼마나 필요한지, 출판사에 얼마나 협조적인지, 얼마만큼의 수익을 내는지 보장되었기 때문이었다.

수익적인 면에서는 그리 성공적인 데뷔는 아니었다. 그래도 앞서 언급했듯 출판사에서도 신원(?)이 보장된 작가와 일하기를 원하므로 웬만하면 투고를 받아주었다. 나 또한 해당 출판사가 어떻게 출간을 진행하는지, 계약서에는 어떤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지 이미 알고 있으므로, 작품의 분위기가 출판사에서 선호하는 분위기와 완전히 다르지 않다면 지속적으로 같은 출판사에 투고하는 편이다.
 
 계약(자료사진).
ⓒ 픽사베이
 
그러나 턱없이 적은 수입과 코로나와 같은 외부 상황에 의해 변동성이 심한 웹소설 업계 특성상, 내세울만 한 경력 없이 고여가고 있다는 불안이 내 마음 속에 깊숙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내가 원하는 건 안정적 직장과 부수적인 수익 파이프라인이었는데, 현실은 녹록치 않다는 괴리감에 극도로 예민해져 갔다.

다행히 채용 시장이 열리자마자, 웹소설 투고하듯이 여기저기 문을 대차게 두드린 끝에 원하던 곳에 취업할 수 있었다.

출퇴근 시간이 오래 걸려 새벽에 일어나서 늦은 저녁에 귀가하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지금이 좋다. 누군가 시공간 활용이 여유로운 과거 프리랜서 시절로 돌아가고 싶느냐고 묻는다면, 과감히 'NO'를 외치고 싶다.

출판 계약서에선 '갑'이지만 

출판사에서 보내오는 전자계약서의 가장 첫 줄에는 작가인 내가 '갑', 출판사는 '을'로 병기되어 있다. 그렇다고 내가 진짜 '갑'이라는 뜻은 아니다.

현재 지속적으로 출간 계약을 맺는 '친정' 출판사가 아닌, 다른 출판사와 작품을 계약했을 때의 일이다.

비즈니스 레터라면 최대한 늦지 않게 답장하는 게 예의다. 그러나 담당자는 아무 언질도 없이 2~3일은 기본으로 내 메일이 답장하지 않았다. 길게는 5일 만에 답장이 와도 밤 10시 이후에 오는 경우도 자주 있어 현재 출간 진행이 되고 있긴 한 건지, 표지는 왜 완성되지 않았는지 문의해도 별 소용없었다.

"담당자님, 메일 확인 좀 부탁드립니다."

날선 말투로 항의하자 그제서야 일이 바빠져서 메일 답장도, 표지도 늦어졌다며 사과 메일이 제깍 도착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표지 작업이 늦어져서 죄송한 마음을 담아 여러 버전으로 만들었다며 내게 이미지 파일을 메일로 보내주었다. 이럴 거면 왜 일정을 임의로 미루었는지 몹시 궁금했으나, 내 감정보다는 출간이 더 중요한 문제였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메일함을 열어보았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알고보니 무료 이미지였다.

"설마, 무료 이미지 사이트에서 이미지를 복사+붙여넣기만 하신 건가요?"

나는 결국 폭발하여 계약 해지 및 계약서상 내용 변경을 요구했다. 그 와중에 해당 담당자는 이럴 때만 소통이 빨랐다. 기가 막혔어도 뭐, 앞으로 더 볼 일이 있을까 싶어 별다른 말은 덧붙이지 않았다.

계약 원본의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 계약서상의 일부 내용을 '내가 다른 출판사와 출간 계약을 하더라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으로 수정함으로써 계약 해지가 완료되었다. 웹소설 작가들 커뮤니티에서 출판사의 블랙리스트가 돌아다니는 경우가 있어, 그쪽은 아마 내가 업계에 나쁜 소문이라도 퍼뜨릴까 봐 거기선 주춤했던 모양이다.

공모전 수상자나 개인 사업자가 아닌 이상은, 출판사와의 계약 없이는 웹소설 작가가 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운이 좋지 않다면 출판사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닐 수도 있다. 그러므로 출판사에 대한 리뷰를 충분히 찾아보고, 계약 시 비율 논의 단계에서 담당자의 메일 답장 속도와 내용 등을 면밀히 살펴보면서 유의해야 한다.

물론 위와 같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나는 프리랜서가 제격이야'라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만 N잡러로서, 혹은 전업 웹소설 작가로서 첫 발을 내딛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이어지는 기사로는 직장과 웹소설을 병행하는 방법과 그 구체적인 일상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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