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만에 韓 최대 수출국 바뀌나…대미 수출, 대중 역전 가능성
올해 한국의 대(對) 미국 수출 규모가 대 중국 수출을 22년 만에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관세청 등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대미 수출액은 533억 달러로 대중 수출(526억9000만 달러)보다 많았다. 이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2002년 이후 22년 만에 연간 실적 기준으로 대미 수출이 대중 수출을 능가하게 된다.
이는 자동차와 반도체, 일반기계 등의 대미 수출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설명한다. 자동차의 경우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미국에서 판매된 전기차 43만7246대 가운데 현대차·기아 브랜드가 4만8838대(11.2%)에 달했다. 역대 1~5월 기준으로 현대차·기아가 미국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를 팔았고 가장 높은 점유율을 나타낸 것이다. 한국 기업이 미국의 경기 호조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산업 정책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노력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대중 수출은 2021년(1629억1000만달러) 고점을 찍은 뒤 내림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하반기까지 반도체 가격이 떨어진 등의 영향으로 반도체 수출이 감소하고 중국 내수 침체에 따라 석유화학 등의 수출도 주춤해서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반도체 경기와 중국 경기 회복의 강도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면서도 “올해 연간 기준으로는 대미 수출이 대중 수출보다 조금 더 많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한국의 수출을 월간 실적으로 보면 이미 지난해 12월 대미 수출(113억 달러)이 대중 수출(109억 달러)을 추월했다. 2004년 이후 20년 만이다. 대기업 수출에 한정해 연간 실적을 따져보면 지난해 대미 수출이 대중 수출을 앞질렀다. 올해엔 중소기업의 대미 수출도 화장품과 기타기계류를 중심으로 대중 수출을 앞설 가능성이 큰 것이다.
대중 수출의 상대적 부진 이유로는 그간 한국이 중간재 수출을 통해 누렸던 중국 특수가 사라진 것이 꼽힌다. 중국이 자국 기업을 통해 중간재를 자급하고 있고 전기차·배터리·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부문의 기술력도 고도화하고 있어서다. 이제 한·중 무역이 보완적 구조에서 경쟁 구조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대미 수출 의존도가 커지는 것을 마냥 반길 수도 없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구조 변화 평가 및 향후 전망」
보고서를 내고 “미국의 대 한국 무역 제재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고 분석했다. 과거 미국은 대 한국 무역수지 적자 폭이 커지거나 자국산업 보호에 대한 여론이 고조될 때 각종 무역 제재를 강화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2017년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재추진, 2018년 한국산 세탁기 등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가 대표적 사례다. 지난해 미국의 대 한국 적자 규모(한국은 흑자)는 444억2000만 달러로 전년(279억8000만 달러)보다 배 가까이 불었다.
남석모 한은 국제무역팀 과장은 “미국으로부터 통상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에너지·농축산물 등의 수입처를 미국으로 다변화할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은은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공장 신설 등) 확대에 따라 현지 공장에서 쓸 부품과 기계류의 수출이 증대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는데, “중장기적으로 관련 수출 증대 효과는 점차 약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은 수입 중간재 투입이 적고 생산비용이 높은 산업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게 이유다.
또한 대미 투자가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 분야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관련 분야의 국내투자 둔화와 미국으로 인재 유출 리스크도 지목됐다. 삼성전자의 경우 2026년부터 생산이 시작될 미국 텍사스 공장에 첨단 연구개발(R&D) 센터 개소를 준비하는 등 핵심 연구개발 기능이 갈수록 미국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세종=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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