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의 도박? 대담한 도전?" 조기총선 승부수 통할까(종합)

조슬기나 2024. 6. 10.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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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조사 결과 공개 약 1시간만에
“의회 해산” 깜짝 선언...오는 30일 총선

"프랑스 극우에 참패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도박에 나섰다."(CNN방송)

"드라마틱한 유럽의 선거일 밤이 마크롱 대통령의 폭탄으로 막을 내렸다."(BBC방송)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정당 국민연합(RN)에 참패한 마크롱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는 깜짝 승부수를 던지자, 정계와 주요 외신들은 일제히 "도박", "리스크가 높은 주사위"라는 평가를 쏟아내고 있다.

의회 해산 발표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의회 해산" 깜짝 카드 꺼낸 마크롱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의회 선거가 종료된 이날 밤 대국민 연설을 통해 "여러분에게 의회의 미래에 대한 선택권을 돌려주기로 결정했다"면서 "오늘 저녁 의회를 해산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발표는 출구조사 결과가 공개된 지 불과 한시간여 만에 이뤄졌다. 특히 2024 올림픽을 불과 몇주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여권에서도 깜짝 뉴스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조기총선을 예고한 마크롱 대통령은 "하원 1차 선거는 오는 30일, 2차 선거는 내달 7일 개최한다"면서 "심각하고 중대한 결정이지만, 무엇보다도 신뢰에 따른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신과 미래 세대를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프랑스 국민들의 능력을 신뢰한다"고 덧붙였다.

프랑스에서 대통령 직권으로 의회 해산이 이뤄지는 것은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 시절인 1997년 이후 27년 만이다. 이는 출구조사 결과에서 마린 르펜이 이끄는 RN이 31.5%의 득표율을 기록해 마크롱 대통령의 소속 정당인 르네상스당의 예상치(15.2%)를 두 배 이상 웃돌 것으로 추산된 데 따른 것이다. 이미 마크롱 대통령은 2022년 의회 과반도 잃은 상태다.

이날 연설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있을 수 없다"면서 패배를 인정했다. 다만 그는 "민족주의자들, 선동가들의 부상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유럽 전체, 유럽 및 세계에서 프랑스의 위치에 위협이 된다"면서 "극우파는 프랑스 국민들을 궁핍하게 만드는 동시에 우리나라를 몰락시키는 일"이라고 극우 세력의 약진에 강한 경계감을 표했다.

RN을 이끄는 유럽 대표 극우정치인 르펜은 조기 총선 발표를 환영했다. 그는 "국민이 투표하면 국민이 승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우리는 국가를 다시 일으킬, 프랑스 국민의 이익을 수호할, 전쟁을 끝낼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 극우의 새 얼굴'로 평가되는 조르당 바르델라 RN 대표는 "현 정부의 전례 없는 패배"라며 "포스트 마크롱 시대의 첫날을 의미한다"고 자신했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연합(RN)을 이끄는 극우정치인 마린 르펜(왼쪽)과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리스크 높은 도박" 평가 잇따라..."르펜 끌어내리려는 의도" 분석도

마크롱 대통령으로서는 이미 정치적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변화를 꾀하기 위해 대통령 고유 권한인 의회 해산이라는 깜짝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해석된다. 더 이상 르펜과 극우 정당의 부상을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도 배경이 됐다.

프랑스24는 "마크롱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발표하며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렸다"면서 "마크롱 대통령의 도박"이라고 전했다. BBC방송은 "조기 총선을 소집한 것은 놀라운 일이자, 마크롱 대통령에게는 큰 리스크"라고 평가했다. 폴리티코 유럽은 RN이 몇주 전부터 의회 해산을 요구해왔다는 점을 언급하며 "르펜에게 굴욕적 패배를 당한 프랑스 대통령이 이제 리스크가 높은 주사위를 던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AP통신 역시 "이날 결정으로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르펜의 집권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는 큰 리스크를 감수하고 있다"면서 자칫 정치적 성향이 정반대인 총리와 함께 국정을 운영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마크롱 대통령의 임기는 아직 3년이 남아있다.

이달 말부터 치러지는 프랑스 조기 총선에서는 임기 5년의 하원 의원 577명을 선출하게 된다. 르펜이 이끄는 RN이 유럽의회 선거와 마찬가지로 약진할 경우 마크롱 대통령의 정치생명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반면 유럽의회 선거와 달리 프랑스 총선에서는 1차 선거에서 과반을 얻어야 해 극우 후보의 원내 진입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마크롱 대통령의 의회 해산 깜짝 카드는 르펜을 끌어 내리려는 간단한 의도라는 설명이다.

유라시아그룹의 무즈타파 라만 유럽 대표는 "르펜에게 브레이크를 걸게 될 것"이라며 "총선에서 과반을 차지하기 어렵다는 게 기본적인 전망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폴리티코 유럽은 "유럽의회 선거는 RN에 결정적 승리를 안겨다 줬지만 총선에선 그처럼 확실한 승리가 어렵다. 집권할 수 있을 만큼 승리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좌파와 우파 유권자들은 통상 극우를 꺾기 위해 주류 후보에 힘을 모은다"고 설명했다.

독립 컨설턴트인 이브 베트론시니는 블룸버그통신에 "단순한 도박이 아니라 대담한 것"이라며 "보통 이런 식으로 움직일 때는 남은 카드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총선을 상황을 바꾸고 더 강한 온건파 다수당을 확보할 기회로 보고 있다"고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또 다른 소식통들도 아직 극우 정당의 의석수가 전체의 40%에 못 미치는 상황이기 때문에 르펜이 입법부를 장악하지는 못할 것이란 게 마크롱 대통령 측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아르노 스테판은 프랑스 BRMTV 방송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충격(유럽의회 선거 패배)에 더 큰 충격으로 대응했다"면서 "이제 우리는 유럽의회 선거보다 총선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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