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보고 체험하는 '춘향전'... 교육공간으로도 탁월

주간함양 김경민 2024. 6. 10.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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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이 기리는 연암 박지원의 길 3] 테마공간으로 구현된 이야기들 ①

[주간함양 김경민]

연암 박지원 선생은 조선 후기의 실학자이자 세계적인 수준의 문장가로 평가받는다. 1792년부터 1796년까지 안의현감을 지낸 바 있는 만큼 경남 함양에서는 매년 연암문화제를 열어 연암 박지원 선생의 정신을 기리고 있다. 실학으로 대표되는 북학(北學)의 대표적 학자이자 근대 이전 산문 역사에서 가장 큰 명성과 높은 위상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그 가치가 일반 대중에게 덜 알려진 것이 현실이다. 함양군의 연암물레방아공원과 연암문화제의 규모 또한 연암 박지원 선생의 업적에 비하면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다.

연암 박지원 선생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데 있어 기반이 갖춰진 함양군이 조금 더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에 <주간함양>은 연암 박지원 선생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것과 더불어 어떻게 하면 의미 있는 관광자원으로써 활용할 수 있을지 독자들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글 싣는 순서]

1. 문제적 인간 연암의 생애
2. 연암의 문학세계와 정신
3. 테마공간으로 구현된 이야기들(1)
4. 테마공간으로 구현된 이야기들(2)
5. 행사와 어우러진 문학관·박물관
6. 연암의 자취, 물레방아의 고장
 
ⓒ 주간함양
연암 박지원 선생은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뛰어난 작품들을 남기고 떠났다. 그 뛰어난 명편들 중에는 안의현감 시절 지은 <열녀함양박씨전>, <홍범우익서> 등도 있다. 최근 함양군에서는 이러한 연암 박지원 선생의 작품을 바탕으로 한 마당극 등이 펼쳐지기도 했다.

학자들과 문학평론가들로부터 가치를 인정받은 또 오늘날에도 큰 의미가 있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시각화한 시설들은 찾아보기 힘든 현실이다. 연암 박지원 선생의 작품들이 아직 일반 대중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역 문화관광 아이템으로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지 않을까라는 아쉬움도 공존한다.

특히 전편에서 소개한 <열녀함양박씨전>은 당시 함양을 배경으로 만든 이야기라는 점에서 남원의 <춘향전>처럼 지역에 이야기로 함양과 연암 박지원 선생을 동시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작품처럼도 보인다.

이밖에도 설화적인 것과 동시에 생태사상이 묻어나는 <호질>과 허례허식에 물들어 있고 보수적인 양반을 신랄하게 비판한 <허생전> 등의 이야기도 지역 특색에 맞는 관광 아이템으로써 충분히 재탄생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에 지역을 대표하는 이야기를 테마공간으로 구현한 지역들을 방문해 해당 작품들을 관광 아이템으로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물론 소개할 사례처럼 거창한 형태로 조성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소규모라도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는 생각해 볼법하다. '테마공간으로 구현된 이야기들'이라는 제목으로 두 편에 걸쳐 담았다.

사랑으로 가는 길 '춘향테마파크'
 
ⓒ 주간함양
 
남원은 <춘향전>의 고장이다. <춘향전>은 판소리 춘향가(春香歌)가 원본으로, 작자 미상에 한국의 고전 가장 유명한 연애소설로 꼽힌다.

조선 후기 남원을 배경으로 양반의 아들 이몽룡과 은퇴한 기생 월매의 딸 성춘향의 양반과 천민이라는 신분차에 굴하지 않는 연애담을 소재로 만들어진 <춘향전>은 오랫동안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왔고 공연예술 작품 등 다양한 형태로 재탄생해왔다.

 특히 작품 속 주인공 성춘향은 허구적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실재했던 인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오늘날에도 남원의 춘향묘를 방문해 성춘향을 추모하는 관광객들이 있을 정도다.

이야기의 배경인 남원에는 <춘향전>을 주제로 한 문화 예술 공간인 '춘향테마파크'가 관광단지에 자리하고 있다.

2004년도에 만들어진 '춘향테마파크'는 춘향의 일대기를 크게 다섯 마당(만남의 장, 맹약의 장, 사랑과 이별의 장, 시련의 장, 축제의 장)으로 구분해 공원을 조성했다. <춘향전>의 줄거리 순서대로 코스를 구성한 것이 인상적이고 더불어 마당별로 있는 조형물 및 세트장 등은 이야기를 실감나게 체험하게끔 돕는다.

먼저 첫 번째 마당인 '만남의 장'에는 춘향마당이 있는데 춘향테마파크를 찾는 관광객들을 위한 만남의 장소로 마당에 설치된 각각의 기둥은 춘향전의 주요 등장인물들을 이미지와 문자로 나타내고 있다. 만남의 장 안쪽에는 도예대학이 있어 도자기작품도 감상 가능하다.

이어지는 '맹약의 장'은 입구에 자리한 사랑을 맹약하는 옥가락지를 형상화한 조형물과 방문객들의 소원과 건강을 기원하는 돌탑으로 구성된다. 또 맹약의 단도 마련돼 있는데 조형물 앞에 설치된 언약 맹세판에 서로의 손을 걸고 약속을 하며 사진을 촬영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어 연인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 주간함양
 
ⓒ 주간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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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이별의 장'에서는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 영화촬영 세트장, 춘향과 몽룡이 첫날밤을 보낸 부용당과 월매집, 옛날 선비들의 풍류와 멋을 체험할 수 있다. 조선중기 서민문화를 느낄 수 있도록 옛 생활기구를 전시한 공방 등이 자리한다.

네 번째 '시련의 장'으로 이동하면 미니어처 등을 통해 재현한 춘향의 옥중생활과 몽룡과의 옥중재회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마지막 '축제의 장'은 춘향의 사랑의 결실로 축제가 펼쳐지는 곳을 뜻하는데 이곳은 관람객들의 편의를 위해 조성된 휴게광장에 투호, 굴렁쇠, 제기 등의 전통문화놀이 체험을 하는 공간으로 사용된다.

이처럼 춘향테마파크는 <춘향전>의 테마를 전통의 미와 현대적인 편의 시설로 재구성하여 오는 이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문화관광 해설사도 상시 대기하고 있어 해설을 곁들여 코스를 통과하면 더욱 더 알찬 관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탄생한 일월신화
 
ⓒ 주간함양
    
삼국유사 권1에 수록된 연오랑세오녀 이야기는 우리나라 유일의 일월신화(해와 달이 이 세상에 있게된 내력을 밝히는 이야기)이자, 포항 지역의 대표 설화로 고대의 태양 신화의 한 원형으로 꼽힌다.

신라 제8대 아달라왕 4년(157년) 동해 바닷가에 살고 있던 연오와 세오 부부가 일본으로 가게 되면서 신라의 해와 달이 빛을 잃었다가, 일본에서 보내온 세오가 짠 비단으로 제사를 지내자 다시 빛을 회복하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포항에 위치한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은 이 연오랑세오녀에 대한 기록을 스토리테링화한 테마공원이며 2016년에 개장했다.

공원 입구를 들어서면 인공암벽과 연오랑세오녀 이야기 벽을 시작으로 한국뜰과 방지연못, 영일만을 조망할 수 있는 일월대, 연오랑세오녀가 타고 간 듯한 거북바위, 초가집으로 조성된 신라마을, 철예술뜰의 예술작품 등 다양한 공원시설이 아기자기하게 자리한다. 또 공원과 연계한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이 조성돼 있어 공원에서부터 천혜의 해안선을 따라 기암절벽과 찰랑이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한나절 걸을 수 있는 힐링로드를 만끽할 수 있다.

무엇보다 2018년 테마공원 안에 추가로 준공된 귀비고(전시관)는 복합시설로써 공원을 방문한 많은 이들이 꼭 찾는 곳이다.
 
ⓒ 주간함양
 
ⓒ 주간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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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비고는 세오녀가 짠 비단을 보관했던 창고의 이름으로 우리나라 유일의 일월신화이자 포항의 대표 역사 자원인 연오랑세오녀를 알리고 체험할 수 있는 전시관으로 재탄생했다.

귀비고는 일월신화와 함께 연오랑세오녀 설화를 바탕으로 포항의 발전사와 연계해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1890m²규모로 전시실, 영상관, 라운지 등 복합적인 시설들로 이루어져 있다.

애니메이션, VR 체험, 미디어 체험 등 다양한 기법으로 연오랑세오녀를 만나는 전시와 체험을 위한 공간으로 구성된 관람객 중심의 전시관이다. 애니메이션으로 이야기의 가치를 전달하는 '되돌아온 하늘의 빛', 각종 체험을 즐길 수 있는 '연오랑세오녀와의 공감', 신라문화를 공부할 수 있는 '일본으로 전해지는 문화', 그리고 포항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환동해를 비추는 영롱한 일월을 보다' 등 4가지 테마의 공간을 주요 전시실인 제1전시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귀비고는 연오랑 세오녀 이야기를 처음 접하는 방문객들도 쉽게 즐길 수 있고 학생들을 위한 교육공간으로도 탁월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함양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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