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페루 예비 엔트리' 화제의 혼혈선수 최구름 "난 한국인이자 페루인, 구름은 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한국과 시차가 14시간인 지구 반대편 페루. 페루 대표팀에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한국계 선수의 이름이 거론돼 화제를 모았다. 최구름, 즉 'Gu Rum Choi'라는 선수가 2024 코파 아메리카 예비명단까지 올랐다가 아쉽게 본선행을 놓쳤다는 소식이었다.
최구름의 이름을 한국에서 들을 기회가 없었던 건 유학생 출신이 아니라 페루에서 태어난 혼혈선수이고, 어렸을 때부터 엘리트 코스를 밟은 게 아니라 소속팀을 승격시키며 직접 돌풍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최구름, 즉 구름 최 게바라는 한국인 아버지와 페루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청소년 대표로 뽑힌 적 없고, 엘리트 코스와 거리가 멀었다. 18세였던 2016년 페루 1부 강호였던 아야쿠초에 입단했고 2018년 2부 살리나스로 임대돼 주전으로 뛰기 시작했다. 이듬해 현소속팀인 ADT로 이적했다. ADT의 2021년 승격, 2023년 1부 후기리그 5위 돌풍을 이끌며 어엿한 페루 국내파 최고 센터백의 반열에 올랐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코파 수다메리카나(유럽의 유로파리그에 해당) 예선 진출권을 따내 구단 사상 최초로 국제대회에 도전했지만 단판 예선을 넘지 못했다.
특히 승격 당시 최구름의 활약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당시 ADT는 3부에 해당했지만 페루는 하부리그 통합 컵대회인 코파 페루 우승팀이 1부에 직행하는 특이한 제도가 있다. 최구름은 코파 페루 결승전 진출이 걸린 경기에서 후반전 막판 결승골을 터뜨렸다. 승격의 주역이 된 뒤에도 1부 경쟁력을 입증해 왔다.
최구름의 맹활약이 이어지자, 우루과이 출신 백전노장 호르세 포사티 감독이 코파 명단을 꾸리면서 예비명단에 올렸다. 본선에는 가지 못했지만 사실 너무 좁은 문이었다. 최종명단에 선발된 수비수 중 국내파는 2명에 불과하고, 그 중 한 명은 한때 유럽파 간판스타였던 카를로스 잠브라노다.
'풋볼리스트'는 최구름과 메신저 인터뷰를 가졌다. 대화는 번역기를 통해 신중하고 느리게 진행됐지만 최구름은 아버지의 나라에 대한 관심과 축구에 대한 애정을 친절하게 답했다. 이하 인터뷰 전문.
- 인터뷰에 응해 줘서 고맙다. 출생과 성장 배경에 대해 듣고 싶다
아버지가 한국인, 어머니는 페루인이다. 페루에서 평생 리마-카야오(수도 리마와 인근 항구도시 카야오를 잇는 대도시권)에서 자랐다. 부모님은 내게 구름이라는 의미로 'Gu Rum'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셨고, 형에게는 하늘이라는 의미로 'Ha Nil'이라는 이름을 주셨다. 아버지의 성이 최, 어머니의 성이 게바라이다.
- 스스로 생각하는 정체성이 궁금하다.
내겐 한국인과 페루인의 정체성이 섞여 있다. 한국어에 능숙하진 못하다. 몇 가지 표현은 할 수 있지만 유창하진 않다. 한국 음식은 늘 좋아하는데 특히 생일상에 제일 좋아하는 불고기, 갈비, 삼겹살이 오르는 걸 좋아한다.
- 페루 대표팀의 관심까지 받은 비결은?
ADT라는 팀에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함께 역사를 써 왔기에 주장이 될 수 있었다. 올해 우리 팀에서 6년차다. 주장으로서 승격을 이끌었고, 감사하게도 내 손으로 1부로 올리는 골을 넣을 수 있었다.
- 대표팀 발탁 보도가 퍼지고, 최종명단에서 탈락하는 과정은 어땠나
내가 예비명단에 들 거라는 이야기가 나왔을 당시에는 딱히 개인적으로 연락받은 바가 없었기 때문에 그냥 주님 뜻대로 될 거라 생각하면서 기다렸다. 결국 예비명단에만 있고 최종에는 들지 못했지만 괜찮다. 대표팀 선발 직전까지 간 것만으로도 좋은 일이다. '최종명단에 들지 못하더라도 평소처럼 열심히 노력하고 언젠가 또 기회가 찾아오게 만들겠다'고 다짐해 왔다.
- 활약상이 한국에도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내 이런 사연을 아실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번 일이 알려지고 나서 응원 메시지도 많이 받았다. 응원을 받을 때마다 기뻤고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됐다. 감사드린다. 다음 목표는 코파 수다메리카나 진출권을 다시 따내는 것이다.
- 한국에 올 계획이 있다면? 한국에서 활동하는 모델 게바라(하늘 최 게바라)와 형제인 걸로 안다
우리 형 하늘 맞다.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늘 한국에 가 보고 싶었다. 아버지의 나라일 뿐 아니라 지금은 형이 수년간 살아 온 나라에서 함께 지내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디아리오 엘고디에르노' 캡처, ADT X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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