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인상에도 거뜬…TSMC와 연대 강화하는 큰 손들

조인영 2024. 6. 10.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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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전자기기 박람회 앞두고 젠슨 황-장중머우 회동
최태원 회장, 웨이저자 회장과 'AI 연대' 다져
TSMC 가격 인상 기조에도 엔비디아·애플 동맹 굳건할 듯
최태원 SK 그룹 회장(왼쪽)과 웨이저자 TSMC 회장이 6일 대만 타이베이 TSMC 본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SK

AI(인공지능)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화하면서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업체인 TSMC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높은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을 비롯해 탄탄한 반도체 후공정·디자인 생태계를 갖춘 점 등이 TSMC의 '롱런' 이유로 꼽힌다.

TSMC의 위상은 전자기기 박람회 '컴퓨텍스 2024'를 비롯해 3대 회장인 웨이저자 체제 출범, AI칩 제조 가격 인상 등에서 재확인되고 있다는 평가다. AI칩 하나가 아쉬운 글로벌 빅테크들은 TSMC 구애 작전을 당분간 이어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2주간 글로벌 시장에서 반도체 관련 소식으로 시장이 가장 떠들썩했던 곳은 대만이었다. 엔비디아 CEO-TSMC 창업주간 회동, 엔비디아-AMD의 신제품 공개, SK그룹 회장-TSMC 회장 만남 등이 모두 대만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앞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장중머우 TSMC 창업자와 만찬을 함께하고 야시장을 방문하는 등 공개적으로 친교의 시간을 다졌다. 이번 만남에 대해 업계는 AI 반도체 팹리스(반도체 설계)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각각 담당하는 양사간 협력 관계를 과시한 자리로 해석했다.

황 CEO는 '컴퓨텍스 2024'에서 GPU(그래픽처리장치) 기술 로드맵을 소개하며 차세대 GPU '루빈'(Rubin)을 처음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 3월 블랙웰(Blackwell) 플랫폼을 발표한 지 3개월도 채 되기 전에 후속작을 공개한 것이다. 지금까지 엔비디아의 AI 가속기를 제조해온 TSMC가 후속작 생산도 도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엔비디아만 컴퓨텍스를 빛낸 것이 아니다. 경쟁사 AMD는 같은 행사인 컴퓨텍스에서 AI 가속기 'MI325X'를 올 4분기 출시하겠다며 엔비디아에 도전장을 냈다.

AI 가속기는 GPU에 HBM(고대역폭메모리) 여러 개를 조립해 만든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의 H100에는 4세대 HBM(HBM3) 4개가 탑재된다. 엔비디아, AMD가 설계하면 TSMC가 패키징(후공정) 작업을 거쳐 고객사에 납품하는 식이다. 따라서 팹리스-HBM-파운드리간 기술 연합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만으로 날아가 TSMC 3대 회장인 웨이저자 회장을 만난 것도 AI칩 연합을 굳건히 하기 위해서다. 이번 회동은 웨이 회장이 4일 주주총회에서 신임 회장으로 선임된지 이틀 만에 이뤄진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이 자리에는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도 함께했다. SK하이닉스는 6세대 HBM인 HBM4 제조에 TSMC의 미세공정을 적용할 예정이다.

팹리스가 설계·개발을 뛰어나게 잘하고 HBM 제조사가 HBM 개발·제조를 아무리 잘하더라도 최종적으로 AI 가속기를 조립·제조하는 곳은 파운드리다. 파운드리 제조 역량에 AI 가속기 운명이 달려있는 셈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일 타이베이 국립대만대 종합체육관에서 한 '컴퓨텍스 2024' 기조연설에서 올 하반기 출시할 AI가속기 '블랙웰'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타이베이 로이터=연합뉴스

TSMC는 엔비디아 등 팹리스업체 의뢰로 GPU를 만들고 HBM 제조사로부터 HBM을 받아 최종 결합하는 패키징을 하고 있는데, 오랜 기간 축적해온 반도체 기술과 고객사 노하우를 통해 글로벌 톱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제품 적시 납기, 높은 수율, 고객 맞춤형 생산 등으로 이들 고객을 장기간 사로잡고 있다는 평가다.

디자인·패키징 부문에서도 내로라 하는 기업들이 포진해 있어 대만 반도체 위상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후공정 부문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ASE테크놀로지스, 파워텍 등이 꼽힌다. 팹리스가 설계한 도면을 생산공정에 맞게 다시 그리는 업체인 디자인하우스의 경우 200여개가 포진해 있어 제품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TSMC는 엔비디아 뿐 아니라 애플, 퀄컴 등 다른 팹리스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하루라도 더 빨리, 하나라도 더 많이 칩을 확보해야 하는 기업으로서는 '슈퍼 을' TSMC에 공을 들일 수 밖에 없다.

이같은 파운드리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TSMC는 최근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L로부터 차세대 극자외선(EUV) 장비를 구매하기로 했다. 차세대 EUV 노광장비인 '하이(High) 뉴메리컬어퍼처(NA) EUV'가 그 대상으로, 업계는 이르면 내년부터 이 장비를 활용할 것으로 전망한다. 가격은 대당 5000억원이 넘는다.

이는 최근 밝힌 AI칩 제조 가격 인상과 이어진다. 웨이저자 TSMC 회장은 지난 주총에서 비용 증가를 이유로 AI칩 제조 가격을 높이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제조 가격 인상은 제품 단가가 올라간다는 측면에서 구매자에게 부담이지만, 지금처럼 AI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는 일부 부담을 안고서라도 TSMC와 손을 잡는 것이 유리하다.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AMD 홈페이지 캡처

실제 한 대만 매체는 젠슨 황 CEO가 5일 웨이 회장에게 취임 선물을 전달하며 "대만은 강력한 공급망을 보유하고 있고 TSMC는 많은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며 "TSMC의 납품 가격 인상을 지지한다"고 보도했다. 시장조사기관인 트렌드포스는 "TSMC의 가격 인상은 애플, AMD, 퀄컴을 포함한 TSMC의 선단 공정을 이용하는 회사들의 총마진을 희석시킬 것"이라며 가격 부담 가능성을 전망했다.

NH투자증권은 "TSMC의 가격 인상은 현재 공급 대비 여전히 수요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AI 칩 개발 기업이 확대될수록 삼성전자와 인텔의 낙수효과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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