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당 70만원' 과외 뛴 성악과 교수, 실기땐 고점 주고 합격 시켰다
대학 수험생들에게 불법 과외를 한뒤 대학 입시 실기전형 위원에 참여해 입시 공정성을 해친 음대 교수들이 검찰에 송치됐다. 교수들은 서울대·경희대·숙명여대 등 서울권 4개 대학의 내·외부평가 위원으로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대장 안동현)는 성악과 입시 비리와 관련해 입시 브로커 A씨와 현직 대학교수 5명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5일 송치했다고 10일 밝혔다. 이중 현직 대학교수 B씨는 구속됐다. 경찰은 성악과가 있는 33개 대학에 대해 입시 비리 여부를 전수 조사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서울 강남·서초구 일대에서 미신고 과외교습소를 운영하며 현직 성악과 교수 13명과 수험생의 불법 과외를 알선했다. A씨는 올해 초 서울의 한 대학의 성악과 조교수로 임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교습소는 클래식 거장들의 공개 수업인 ‘마스터 클래스’를 내세웠지만, 실상은 1대1 과외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회당 불법 과외 교습비는 최대 70만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교수들은 총 244회 불법 성악 과외를 하며 1억3000만원 상당의 교습비를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현행 학원법상 대학 교원의 개인 과외는 불법이다.
경찰은 불법 과외를 한 교수 13명 중 5명이 자신이 과외한 수험생의 실기 전형 평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숙명여대, C씨 등 교수 3명은 서울대의 외부 입시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불법 과외 수험생에게 고점을 부과해 일부 수험생을 합격시켰다. D씨는 자신이 소속된 대학과 외부 대학의 입시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대학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입학전형 응시생과 특수 관계가 있을 경우 심사위원을 맡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허위로 작성해 각 대학에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악과 등 음대 입시의 경우 공정성 확보를 위해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한다. 하지만 B씨 등 대학교수 5명은 수험생들에게 불법 과외를 해왔기 때문에 연습곡목, 발성, 목소리 등으로 가르친 수험생을 알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가 수험생 지원 여부와 조 배정 등을 알리며 해당 교수들과 입시 비리를 공모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입시 비리 수사 과정에서 서울대 성악과 전직 학과장과 학부모 2명 등을 청탁 금지법 위반 혐의로 지난 5일 불구속 송치했다. 경찰은 제자 선발 오디션을 진행하는 대가로 금품을 주고받은 것으로 파악했다. B씨도 해당 학부모에게 서울대 합격을 대가로 금품과 명품백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교육부에 대학교수의 불법 과외 시 처벌 조항 강화와 입시 전형위원 참여 제한 등 행정제재 신설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입시비리 수사 결과를 각 대학에 통지했다. 입시 비리에 따른 합격자의 합격 취소 여부는 대학에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이찬규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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