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생이 바라봤던 중국, 그리고 임시정부의 길

신채원 2024. 6. 10.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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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필 작가 <나는 독립운동의 길을 걷다> 북콘서트 열려

[신채원 기자]

▲ 이명필 작가의 <나는 독립운동의 길을 걷다>출판기념회 지난 6월 8일,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흥사단 4층 대강당에서 이명필 작가의 <나는 독립운동의 길을 걷다>출판기념회가 열렸다.
ⓒ 신채원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흥사단 강당에서 이명필 작가의 <나는 독립운동의 길을 걷다> 북콘서트가 130여 명의 독자와 함께 성황리에 개최됐다.

중국 상해에서 16년째 유적지 탐방, 역사연구회 등의 활동하고 있는 이명필 작가의 내한 일정과 함께 열린 북콘서트에는 흥사단 조성두 이사장 등 국내외 독자들이 참석했다.

이날 북콘서트는 저자소개, 저자특강 <나는 왜 임정의 길 위에 서 있는가>, 가수 문진오의 축하공연(독립군 추도가 광야), 저자와의 대화 및 질의응답, 기념촬영 등의 순서로 이어졌으며 이 작가의 특강에서는 집필과정과 함께 상해 임시정부 유적지를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독자들에게 의미를 더했다.

이 작가는 특강에서 "루쉰은 '희망은 땅 위의 길과 같다'고 했다. 독립운동가들은 그 길 위에 희망을 그렸다. 걸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큰 길이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 이명필 이명필 작가, 책 <나는 독립운동의 길을 걷다>출간기념 북콘서트에서
ⓒ 신채원
 
이명필 작가는 대학에서 무역을 전공해 한중 수교 전 중국 시장이 열릴 것을 직감하고 중국어를 공부했다. 대학 졸업 후 입사한 회사의 홍콩주재원으로 발령, 상해지사를 거쳐 퇴사 후 개인 무역업으로 독립하며 사업의 영역을 넓혀가던 중 2009년 여름, 역사탐방을 계기로 인생이 바뀌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고구려와 발해가 누비던 대륙의 현장에서부터 우리나라 역사와 맞닿아 있는 중국 역사의 현장을 직접 발로 걷고 눈으로 보며 감동을 느낀 이 작가는 역사의 물결 속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자 'HERO역사연구회'를 설립한다. 역사(History)를 탐험(Exploration)하고, 연구(Research)하는 단체(Organization)의 첫 글자를 모아 HERO라고 이름지었다고 한다. 

상해는 임시정부의 탄생지이자 무수히 많은 임정의 현장을 간직한 곳이다. 임시정부 초기에 활약한 독립지사들이 묻힌 만국공묘, 윤봉길 의사의 홍커우 의거와 더불어 '상하이 3대 의거'로 불리는 황포탄 의거와 육삼정 의거지, 흥사단의 원동위원부 옛터, 1921년 1월 1일 임시의정원 의원과 정부 각료의 신년하례식 장소 등 셀 수 없이 많다.

한국과 세계의 시민들에게 임시정부를 알리기 위해 세워진 임정학교 HERO는 현재까지 150여 회의 탐방을 진행했으며 연인원 7000여 명이 이 탐방에 참가했다.

왜, 중국이었나
 
▲ 이명필 작가  김구 피난처에서 안내를 하고 있다.
ⓒ 신채원
 
대학 1학년, 은행에서 숙직 아르바이트를 하던 고학생 이명필 작가는 그를 눈여겨 본 직원으로부터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무역학 전공을 살려 중국과 수교가 이뤄지면 중국과의 무역 현장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준비되지 않았던 즉흥적 대답이었다. 그런데 이 대화는 그의 인생을 바꿨다. 반전은 질문을 했던 직원이 7개국어를 구사했으며, 매일 자투리 시간을 내어 이 작가에세 생활 중국어를 가르쳐줬다고.

1년 뒤, 기회는 또 찾아왔다. 짧은 중국어였지만 당시에는 중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학생이 귀했던 시절이었다. 같은 과 대만 유학생의 학업에 도움을 주면서 서로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게 됐으며, 이 작가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대만국립사범대학교 중문과 유학길에 올랐다.

가난한 고학생에게 유학의 기회란 상상하기 조차 어려웠다. 대만에서의 유학생활은 오전에는 어학연수, 저녁에는 식당에서의 아르바이트, 친구의 집에서는 잔디를 깎거나 집안일을 돕는 등의 일을 하면서 학업을 이어나갔다.

친구의 아버지는 이 작가의 이름 이명필을 인민폐(人民幣)라고 불렀다. 이명필의 이름을 중국어 발음으로 하면 리밍삐, 런민삐(인민폐)는 중국인들에게 잊지 못할 이름이 될 것이라고.

졸업 후 섬유회사에 입사한지 2년 차가 되던 1994년 홍콩 주재원으로 발령을 받는다. 다이나믹한 생활의 연속이었다. 기업 내 문화와 상품에 대한 정확한 시장판단을 하기에 경력상 무리가 있었기에 회사입장에서는 대단한 모험이었을 것이다. 이 작가는 당시의 홍콩을 총성 없는 전쟁터라고 회상한다. 8년간 홍콩 주재원으로 근무하고 상하이로 이동하였고, 이후 개인 무역업으로 독립해 현재까지 섬유원료를 수출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여기까지가 사업가 이명필의 '왜 중국이었는가'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왜, 독립운동의 길을 걷는가
 
▲ 임정학교133기 HERO임정학교
ⓒ HERO역사연구회
 
해외에서 자라는 우리 청소년들은 또래의 한국에서 자라는 청소년들과 몇 가지 상이한 점이 있다. 어린 나이에 해외 경험을 바탕으로 모국어 외에 다른 언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것 그리고 한국 문화와 역사에 대한 교육의 기회가 적어 한국인이라는 정체성 확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자라며 정체성 교육에 시간을 내지 못한 것, 그리고 경계인으로 살아가게 하는 것이 못내 미안했던 아버지 이명필은 뜻하지 않은 기회에 두 아들과 함께 중국 동북 3성 역사기행을 떠나게 된다. 안전요원과 교사로서 봉사하며 참가한 역사기행은 인생을 바꾸는 또 한 번의 기회가 됐다.

아이들에게 우리 고대사를 알려주는 것을 목적으로 참가한 역사기행에서 "만주 벌판을 호령했던 고구려, 발해의 기상을 느끼고 압록강, 두만강에서 분단의 현실을 목도하고 현장을 발로 밟으며 느낀 감동은 아직도 가슴이 뛴다"고 말하는 이 작가는 이때가 역사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결정적 계기였다고 말한다.

여행을 다녀와서 학기 중에는 매주 일요일 청소년들과 함께 탐방을 떠났다. 그리고 그 기행은 현재까지 이어져 왔다.

HERO역사연구회 설립 이후 <영화로 만나는 한국사> 등을 주제로 중국에 거주하는 청소년들에게 우리 역사 뿐만 아니라 중국의 역사도 쉽게 설명하는 교육과정을 통해 한·중 간의 이해의 폭을 넓혀가기 시작했다.

매년 3.1절과 8.15광복절에는 교민들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상하이 주변에 산재해 있는 독립운동의 현장을 살폈다. 상하이 3대 의거지를 탐방하고 쟈싱의 김구 피난처, 항저우의 임시정부를 찾기도 하였다.
 
▲ HERO임정학교 초창기의 임정학교의 활동
ⓒ HERO역사연구회
 
이러한 활동이 지속되자 연구회는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나갈 기반이 다져졌다.
우리 문화와 역사를 가르치는 '다봄주말학교', 중·고등학교 봉사단체 'HERO드림봉사단' 그리고 'HERO임정학교'로 활동이 확장됐다.

상해에서 독립운동사를 연구하고 강의하는 것, 임시정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상해를 방문하는 수많은 단체 관광객들은 시내 중심에 있는 대한민국임시정부청사와 루쉰공원 내에 있는 윤봉길 의사 생애사적관을 방문한다. 두 곳 외에도 상해에 무수히 많은 임시정부의 현장이 있다. HERO역사연구회는 여전히 김구 선생과 윤봉길 의사로 대변되는 임시정부의 역할과 독립운동의 의미를 새기는 강의와 탐방을 이어나가고 있다.

임정학교 HERO의 길, 한·중 오가며 전개할 계획
 
▲ HERO역사연구회에서 이명필 작가가 HERO역사연구회에서 단체 소개를 하고 있다.
ⓒ 신채원
 
▲ 가수 문진오 축하공연 독립운동가의 노래, 가수 문진오의 축하공연
ⓒ 신채원
 
그렇게 임시정부의 수립과 활동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HERO임정학교'는 탄생했다. 지난 16년 중국 내 독립운동의 역사와 문화를 넘나드는 강의와 상해에서 총칭까지 임정의 이동루트를 따라 걷는 기행, 그 여정을 책으로 냈다.

초등학생이었던 두 아들은 성장해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다닌다. 지난해 큰 아들은 결혼을 했다. 자식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며 자란다고,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은 좋은 교육을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이 작가는 16년 동안 수많은 '아들들'을 만났다고 말한다.

지구사람으로서, 세계시민으로서 문화와 역사를 존중하고 세계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이 작가는 새로운 내일을 꿈꾼다. 
 
▲ 세계한인의 날 유공 포상자 2018년 제 12회 세계한인의 날 유공 포상을 받은 이명필 작가
ⓒ 이명필 제공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나 자란 이 작가는 곧 중국과 고향 영월을 오가며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고향을 멀리 떠나왔다.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날들도 있었지만, 고향을 잊은 적은 없었다. 그렇게 머나먼 길 깊은 발자국을 새기며 돌아가고 있는 중이다.

고향을 그리워했던 임정의 영웅들을 등에 업고 이명필, '독립운동의 길을 걷다'.
한편 이명필 작가는 이번 북콘서트를 통해 한국과 중국의 독자들을 만나는 것을 시작으로 아직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의 길을 걸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나는 독립운동의 길을 걷다> 표지 이명필 작가의 책, 도서출판 <씽크스마트>
ⓒ 도서출판 <씽크스마트>
 

덧붙이는 글 | 최초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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