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집권시 美 자동차 수출 큰 타격"…47% 의존도에 '경고장'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 한국의 대미(對美) 자동차 수출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국책연구기관 경고가 나왔다. 대미 의존도가 50%에 가까운 자동차 수출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산업연구원이 10일 발표한 ‘미 대선에 따른 한국 자동차산업의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대미 자동차 산업 수출 의존도는 올 1~4월 기준 47.3%로, 지난해(41.9%)보다 5.4%포인트 커졌다. 완성차로 한정하면 의존도는 50.6%로, 미국 비중이 절반을 넘어선다. 특히 전기차 수출 증가율은 2019∼2023년 연평균 56.2%이었는데, 같은 기간 대미 전기차 수출 증가율은 연평균 88%에 달했다. 미국의 정책 변화에 따라 한국 자동차 산업이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만일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연구원은 대미 자동차 수출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고 보고 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은 지난해 기준 289억 달러의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트럼프가 집권하면 미국 자동차산업 보호 명분으로 보편적 관세 대상 국가에 한국을 포함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추가 관세가 부과된다면 수출 물량이 현지생산 물량으로 대체되면서 한국 자동차 수출액이 크게 줄어들 우려가 있다.
미국의 전기차 전환 속도가 크게 늦춰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트럼프는 바이든 정부의 무리한 전기차 전환이 미국 내 일자리를 감소시키고, 자동차산업이 중국 전기차에 종속되는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집권하게 되면 파리협정에서 탈퇴하고 화석연료 관련 투자를 늘리며, 전기차 이행을 위한 규제 철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내연차와 하이브리드차 판매는 강화되겠지만, 전기차의 경우 투자 수익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조 바이든 현 미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는 시나리오는 상대적으로 한국에 긍정적이다. 바이든 정부의 환경규제 정책이 이어지면서 미국 내 전기차 수요가 증가하고, 경쟁우위를 지닌 한국업체들의 전기차 판매 호조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공급망 측면에서 바이든과 트럼프 모두 중국을 배제하고 있지만, 바이든 정부의 경우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중시하는 만큼 전기차 공급망에서 한국 기업의 역할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원은 트럼프든 바이든이든, 어느 한쪽으로 전략을 집중하는 것은 위험성이 매우 크다고 보고 있다. 이에 자동차 수출 시장을 미국뿐만 아니라 동남아, 중동, 동유럽 등 다양한 시장으로 분산시켜 특정 시장 종속에 따른 불안정성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친환경 자동차 전략에서 다양한 선택이 가능한 탄소중립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고, 전기차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정책이 강화되면서 이에 대응하는 자체 공급망 구축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원은 “대선 결과에 따라 다양한 측면에서 미국과 외교·통상 부문의 교섭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의 정책 동향, 향후 방향 등을 우선적으로 예상하고 파악해 대책을 마련해야 하며, 미국의 불합리한 조치 등에 대해선 독일, 유럽연합(EU), 일본 등과 공동 대응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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