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에 등장한 '모녀'라는 화두, 이효리라서 가능했다

김종성 2024. 6. 10.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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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JTBC <엄마, 단둘이 여행 갈래?>

[김종성 기자]

생애 첫 모녀 여행을 떠나기로 한 딸은 서울역으로 향했다. 직접 엄마를 모시러 가지 않고 출발지에서 만나기로 한 선택부터 제법 신선했다. 형식은 모녀 여행이지만, 함께 하는 시간 동안 인간 대 인간의 관계를 견지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기 때문이다. 목적지는 엄마가 "한 번도 안 가봤"던 경주로 정했다. "언제든 내가 자유롭게 되면 가고 싶"었던 곳이란 말을 어찌 허투루 넘기겠는가. 

서울역에서 만난 모녀는 서로의 화장에 대해 얘기했다. 화장 안 해도 예쁘다는 말이 듣고 싶었던 딸은 "화장 하고 와서 예쁘네?"라는 엄마의 단호함이 못내 서운하다. 존재 그 자체로 수용받고 싶은 마음이다. 기차에 올라 탄 딸과 엄마는 손가락을 걸고 "화내지 않기"로 약속했다. 설렘과 걱정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여느 모녀와 같은 그들의 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JTBC '엄마, 단둘이 여행 갈래?'는 딸 '이효리'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엄마 '전기순'과 단둘이 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담은 로드무비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최근 김태호 PD와 '서울체크인', '캐나다 체크인', '댄스가수 유랑단'을 함께 했던 이효리가 JTBC '효리네 민박', '캠핑 클럽'에서 협업했던 마건영 PD, 윤신혜 작가, 이경희 작가와 다시 손을 맞잡았다. 

이효리에게 엄마란
 
 JTBC 예능 <엄마, 단둘이 여행 갈래?>의 한 장면.
ⓒ JTBC
 
"밥하고 빨래하고 아이 키우는 거에 매진하고, 가정 지키는 것이 최고인 줄 알고 순하고 좀 순박하고 어떤 여자? 나랑 관계가 있는 한 여자 같은 느낌" (이효리)

이효리에게 엄마는 어떤 존재일까. "톱스타와 딸 생활을 맞바꿔 딸 역할을 제대로 해본 기억이 별로 없"는 그에게 엄마는 "그냥 남 같은 사이" 정도인 듯했다. 담담히 얘기하는 그의 표정에서 왠지 모를 쓸쓸함이 스쳐 지나갔다. 성인이 된 후부터 연예계 활동을 시작해 톱스타의 삶을 살았으니 "(엄마와) 서먹서먹하고 같이 여행을 갈 만큼 살가운 사이가 아니"라는 말도 이해가 됐다.

여행 내내 딸 이효리는 마음이 급하다. 엄마가 해본 적 없는 것들을 해주고 싶은 의지로 가득했다. 가이드마냥 일정을 촘촘히 짰다. 경주의 유적지 투어를 하고, 문화 해설사 예약도 마쳤다. 하지만 여행 전 열의에 불타던 엄마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딸과의 여행이 즐겁지 않은 걸까. 전반적으로 시큰둥한 반응이다. 서로에게 날이 설 수 있는 상황에서 모녀는 휴식 후 서로를 챙긴다. 

"그래서 신랑을 순한 사람으로 골랐나보다. 나랑 절대 안 싸울 것 같은 사람. 싸우는 게 너무 싫어서." (이효리)

가장 인상적인 장면들은 차량, 식당 등에서 이뤄지는 모녀의 '대화'였다. 이효리는 엄마 앞에서 자신의 삶을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출산에 대한 생각, 자신을 슬럼프로 몰고 갔던 표절 논란 등을 덤덤히 꺼내놓았다. 엄마와의 대화는 결국 '유년 시절'로 회귀한다. 엄마는 "아빠랑 평화롭게 잘 살았으면 너희가 얼마나 평화롭게 살았을지"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JTBC 예능 <엄마, 단둘이 여행 갈래?>의 한 장면.
ⓒ JTBC
 
이효리는 "난 엄마랑 아빠랑 같이 있으면 약간 긴장이 돼. 무슨 일이 벌어질까 봐. 하도 일이 벌어지니까"라고 고백했다. 물론 엄마도 엄마 나름의 이유가 있었고, 이효리도 "아빠도 어렸을 때 사랑을 못 받아서"라며 이해하는 눈치다. 다만, 부모님의 갈등을 보며 불안했던 순간들은 이효리의 삶에, 그리고 이상순을 결혼 상대자로 선택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던 게 분명하다. 

'엄마, 단둘이 여행 갈래?'는 이효리이기에 가능한 프로그램이다. 여전히 화제성 면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그의 존재가 엄마와의 (국내) 여행이라는 평범한 이야기를 특별하게 만든다. 반대로 특별함 속에 보통의 모녀 관계라는 일반적 이야기가 펼쳐지게 만드는 것 또한 이효리의 힘이다. 매순간 특유의 솔직함이 현실감을 부여한다. 의식된 웃음보다 자연스러운 진심에 초점이 맞춰져 부담없이 시청할 수 있다. 

이효리는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5월 5주 차 TV-OTT 통합 비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조사에서 1위에 올랐다. '엄마, 단둘이 여행 갈래?' 역시 첫 방송에 비해 화제성이 2배 이상 증가했다. 다만, 시청률은 다소 실망스럽다. 첫회 2.538%(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 2회 1.944%로 하락세이다. 동시간대에 방송 중인 SBS '미운 우리 새끼'에 압도당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이효리가 출연했던 프로그램들의 시청률이 저조하다는 점을 근거로 스타 이효리의 하락세를 언급한다. 반면, 높은 화제성과 OTT 성적을 바탕으로 건재하다는 평가도 있다. 분명한 건, 이효리가 끊임없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건 이효리가 아니라면 내디딜 수 없는 걸음이기도 하다. 궁금하다. 이효리가 던진 '모녀'라는 화두에 대중은 어떻게 반응할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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