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조국 대표의 ‘친일 매국노’론이 재등장한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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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현충일 추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악수하던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민심을 받드십시오"라고 쓴소리를 했다고 한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나서서 일본을 보호해준다. 외세가 우리 이익을 침탈하려는데 오히려 옹호한다"는 말과 함께 이 얘기를 한 것을 보면 조 대표는 현집권세력을 '친일, 종일, 숭일, 일본에 부역하는 모리배·매국노들'로 간주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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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하되 합리적으로 비판해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현충일 추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악수하던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민심을 받드십시오"라고 쓴소리를 했다고 한다. 이에 윤 대통령은 별말이 없이 놀란 기색이었다고 한다. 윤 대통령에 대한 조국 대표의 원한 감정은 익히 알고 있지만, 원내 3당의 대표가 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상대에 대한 분노와 증오가 넘치는 22대 국회의 시작을 보는 것만 같아서다.
이것이야 부차적인 문제이겠지만, 이날 조국 대표가 내놓은 메시지는 우리 정치에 망연한 이분법적 세계관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는 점에서 본질적인 문제로 다가온다. 조 대표는 현충일을 맞아 "친일(親日)을 넘어 종일(從日), 숭일(崇日), 부일(附日)하는 모리배·매국노들이 호의호식하고 고위직에 올라 떵떵거리고 사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나서서 일본을 보호해준다. 외세가 우리 이익을 침탈하려는데 오히려 옹호한다"는 말과 함께 이 얘기를 한 것을 보면 조 대표는 현집권세력을 ‘친일, 종일, 숭일, 일본에 부역하는 모리배·매국노들’로 간주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 대표는 "외세에 기대는 자들, 여차하면 이 나라를 팔아먹으려는 자들이 발을 못 붙이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의 대일 외교의 기조나 정책에 대해서는 입장에 따라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는 일이다. 일본과의 우호 협력만을 의식하여 저자세 외교를 하고 있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런 비판을 넘어 정부 인사들을 ‘여차하면 나라를 팔아먹으려는 자들’로 규정하는 것은 초현실적인 정치적 낙인이다. 조 대표가 늘 입에서 꺼내는 종일, 숭일, 부일, 모리배, 매국노 같은 표현을 접하면 과연 현실을 객관적으로 반영하는 사실적 표현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
한일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던 2019년,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민정수석으로 있던 조국 대표가 ‘친일파’론을 주장했던 일이 떠오른다. 당시 조 수석은 “‘경제전쟁’이 발발했다”고 말하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진보’냐 ‘보수’냐, ‘좌’냐 ‘우’냐가 아니라, ‘애국’이냐 ‘이적’이냐이다”라고 했다. 그리고 대일 청구권 문제에 대해 “1965년 이후 일관된 한국 정부의 입장과 2012년 및 2018년 대법원판결을 부정, 비난, 왜곡, 매도하는 것은 정확히 일본 정부의 입장”이라며 “나는 이런 주장을 하는 한국 사람을 마땅히 ‘친일파’라고 불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 유명한 ‘죽창가’가 조 수석의 페이스북에 등장했던 것이 이 무렵이다.
조국 대표는 5월13일에도 독도를 방문해 “불과 2년 만에 우리나라가 일본 식민지가 된 것 같다”며 “역대 최악의 친일 정권, 매국 정부”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과 정부에 있는 을사오적 같은 친일 매국노를 내쫓으십시오”라고도 했다. 라인야후 사태를 계기로 꺼낸 얘기였다. 그러나 원내 3당의 대표가 대안적 정책은 제시하지 않고 ‘친일 매국노’라는 선동적 언어들만 남발하는 것이 적절해 보이지는 않는다. 세상 대부분의 일이 그렇지만, 한일관계를 친일과 반일의 이분법으로 가르는 것은 복잡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대일 정책에 대한 찬반을 떠나 하는 지적이다. 5년 전 조국 민정수석이 꺼냈던 ‘죽창가’는 국민들을 친일과 반일, 애국과 이적의 두 진영으로 갈라버렸다. 그런데 오늘 다시 ‘친일 매국노’ 찾기를 하는 광경은 다시 그때로 되돌아간 것만 같아 유감스럽다. 비판하되 합리적으로 비판하는 정치를 보고 싶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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