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호날두 등 유럽·남미 레전드들의 '라스트 댄스'
[이준목 기자]
▲ 환호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
ⓒ AFP/연합뉴스 |
세계 축구계에 '국가대표의 시간'이 돌아왔다. 2023-2024 시즌 유럽 프로축구 일정이 모두 마무리된 가운데, 올여름은 메이저급 국가대항전들이 연달아 열리며 축구의 열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2024 유럽축구선수권(유로 2024)과 남미축구선수권대회(2024 코파 아메리카)가 나란히 6월에 개막한다. 세계축구의 주류를 양분하고 있는 유럽과 남미의 챔피언 경쟁은 현재 현대 축구의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이자, 세계 최고의 선수(발롱도를)가 누구인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기도 한다. 또한 오랜 시간 세계축구계를 이끌어온 레전드들에게는, 이번 대회가 어쩌면 축구인생에서 해당 대회에 출전하는 마지막 도전이 될 수도 있기에 더욱 의미가 남다르다.
유로 2024는 14일(한국시간)부터 오는 7월 14일까지 독일에서 개최된다. 총 24개국이 출전하며 6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 뒤 각 조 1·2위팀 3위 중 성적이 좋은 4개 팀이 와일드카드로 16강 토너먼트에 돌입한다.
유로 최다 우승국은 독일과 스페인(이상 3회)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2회 우승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직전 대회에서는 이탈리아가 잉글랜드를 꺾고 정상에 오른 바 있다.
객관적인 전력상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1순위는 역시 프랑스다. 디디에 데샹 감독이 이끄는 프랑스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우승, 2021년 UEFA 네이션스 리그 우승,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준우승 등 국제대회에서 꾸준한 호성적을 거두며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 2016년 유로 결승에도 올랐으나 당시 포르투갈에 패하여 아쉽게 준우승에 그친 바 있다. 프랑스가 마지막으로 이 대회 정상에 오른 것은 데샹 감독이 현역으로 활약하던 유로 2000이어다. 데샹 감독은 월드컵에 이어 유로에서도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우승하는 대기록에 도전한다.
프랑스는 현 시점 세계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킬리안 음바페(레알 마드리드)를 필두로, 앙투안 그리즈만(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올리비에 지루(LA FC), 아드리앙 라비오(유벤투스), 은골로 캉테(알 이티하드),다요 우파메카노(바이에른 뮌헨), 이브라히마 코나테(리버풀), 쥘 쿤데(바르셀로나), 테오 에르난데스(AC 밀란) 등 각 포지션에 월드클래스 선수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각자 유럽 빅클럽에서 주전을 맡고 있는 선수들도 정작 프랑스 대표팀에서는 벤치 멤버일 만큼 두터운 선수층이 최대 강점이다.
프랑스의 대항마가 될만한 팀으로는 잉글랜드와 포르투갈이 꼽힌다. 프랑스와는 유럽의 오랜 앙숙이기도 한 잉글랜드는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을 중심으로, 2023-2024시즌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선수로 선정된 필 포든(맨시티), 부카요 사카, 데클런 라이스(이상 아스날), 주드 벨링엄(레알 마드리드), 카일 워커, 존 스톤스(이상 맨체스터 시티) 등 프랑스 못지 않은 '황금세대'를 보유했다는 평가다.
다만 잉글랜드는 '축구 종가'이라는 자부심이 무색하게 오랫동안 메이저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 체제에서 2018년 러시아월드컵 4강 진출과 유로 2020 준우승 등으로 강호의 위상은 어느 정도 회복했지만, 번번이 우승을 위한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잉글랜드 대표팀은 마지막 평가전인 아이슬란드와의 경기에서 졸전 끝에 0-1로 패하며 우승 가능성에 대한 의문부호를 드리웠다.
유로 2016 우승팀인 포르투갈 역시 세대교체를 통해 막강한 전력을 구축했다. 39세의 노장 호날두(알 나스르)가 사우디리그에서 여전한 골감각을 과시하며 다시 대표팀에 복귀했다. 하지만 포르투갈은 호날두가 아니어도 하파엘 레앙(AC밀란), 주앙 펠릭스(바르셀로나), 브루노 페르난데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베르나르두 실바(맨체스터 시티) 등 탄탄한 전력을 구축하고 있어서 8년 만의 우승을 노릴만하다는 평가다.
유럽 전통의 강호로 꼽히지만 최근 국제대회에서 하락세였던 독일과 스페인은 이번 대회에서 명예회복을 노린다. 독일은 1988년 서독 대회 후 무려 36년 만에 자국에서 유로 대회를 개최하게 됐다. 홈어드밴티지를 등에 업은 독일은 1996년 이후 28년 만에 21세기 첫 우승을 노리고 있다.
스페인은 공격진이 다소 약하지만, 올시즌 레버쿠젠의 무패우승 돌풍을 일으킨 알레한드로 그리말도, 스페인 라리가 도움왕 알렉스 바에나 등 수비와 미드필드에 재능 넘치는 신성들이 즐비하다는 게 강점이다. 또한 유로 디펜딩 챔피언이지만 월드컵에서는 2회 연속 본선에 탈락하며 체면을 구긴 이탈리아 대표팀 역시 '전술가'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의 지략을 앞세워 유로 2024를 통해 다시 한번 부활을 노리고 있다.
한편으로 유로 대회는 월드컵과는 달리, 종종 예상을 벗어난 이변의 우승팀이 나온다는 것도 대회의 묘미 중 하나다. 1992년 덴마크, 2004년의 그리스가 대표적이다. 포르투갈은 2016년 조별리그에서는 3위에 그쳤으나, 마침 이 대회부터 조 3위 상위 4개 팀까지 토너먼트에 오를 수 있도록 대회 규모가 개편된 수혜를 입으며 기적같은 역전 우승 드라마를 쓴 바 있다.
남미 최강팀을 가리는 2024 코파 아메리카는 20일부터 7월 14일까지 미국에서 열린다. 이번 대회에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등 남미 10개 팀에 더해 미국, 멕시코, 캐나다 등 북중미 카리브축구연맹(CONCACAF) 소속 초청 팀 6개 팀 등 총 16개국이 출전해 대회 규모가 더욱 커졌다.
불과 2년 후에 북미 대륙에서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이 개최된다. 차기 월드컵을 개최하게 될 경기장이나 대회 운영 수준을 미리 확인해볼 수 있다는 것도 주목할만한 볼거리다.
코파아메리카 최다 우승국은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가 공동 1위로 각 15회다. 두 팀 중 우승팀이 탄생할 경우, 최다 우승 단독 1위에 등극한다. 브라질이 9회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이밖에 A매치 20경기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콜롬비아나, 북중미의 전통 강자 멕시코와 미국 등도 충분히 우승에 도전할만한 저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리오넬 메시가 이끄는 아르헨티나는 지난 대회 디펜딩 챔피언이자 카타르월드컵에 이어 메이저대회 3연패를 노리고 있다. 강력한 대항마로 꼽히는 브라질은 네이마르의 부상 공백이 아쉽지만 올시즌 레알 마드리드의 라리가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견인한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를 뉴 에이스로 앞세워 우승에 도전한다.
특히 올여름 대회는 세계축구를 빛낸 슈퍼스타들의 마지막 고별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토니 크로스(독일)는 이미 유로 2024를 끝으로 선수생활 은퇴를 선언했으며, 팀 동료 마누엘 노이어(독일) 역시 독일 대표팀을 떠난다.
올해 39세가 된 호날두나 37세의 메시는 2026 북중미월드컵까지는 국가대표 선수생활을 이어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나이를 감안할 때 대륙별 국가대항전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이 유력하다. 또한 이들과 동년배로 국가대표 우승경력이 없는 루카 모드리치(크로아티아),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폴란드) 등에도 이번이 마지막 기회가 될 전망이다. 유로 2024와 코파아메리카 2024는 세계축구계에서 '한 시대의 피날레'와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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