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비용 대납' 법원서 인정받은 검찰…이재명 대표 곧 기소할 듯

최석진 2024. 6. 10.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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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이재명 방북비용 200만달러 북에 전달" 인정
'이화영이 이 대표에게 보고' 사실 입증할 증거가 관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에게 부탁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방북 비용을 대납한 사실을 법원이 인정함에 따라 검찰이 이 대표를 곧 추가 기소할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가 이 전 부지사로부터 대북송금과 관련해 사전 혹은 중간에 보고받았다는 사실을 검찰이 어떻게 증거로 입증할지에 따라 이 대표의 유무죄 판단이 갈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사진=경기도 제공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은 쌍방울 그룹의 대북송금과 관련된 제3자 뇌물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이 대표를 기소하기로 방침을 세우고, 이 전 부지사의 1심 판결문을 분석하며 공소사실 최종 정리와 증거 선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7일 열린 이 전 부지사의 1심 선고공판에서 법원은 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 정치자금법 위반, 외국환거래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등 이 전 부지사의 4가지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 징역 9년6개월과 벌금 2억5000만원을 선고했는데, 특히 재판부는 쌍방울이 북한에 전달한 자금 중 200만달러에 대해 "경기도지사 방북과 관련해 북한 상부에 전달한 사례금으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판결 선고 직후 검찰은 "오늘 판결을 통해 이화영 피고인이 경기도의 대북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경기도지사 방북 비용 대납 명목으로 300만달러 등 쌍방울 자금 총 800만달러를 북한 측에 전달했다는 불법 대북송금 범행의 실체가 명백히 확인됐다"라며 "김성태의 800만불 대납 동기는 경기도지사인 이재명과 경기도 평화부지사인 이화영의 전폭적인 지원을 기대했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확인됐다"라고 입장을 냈다. 제3자 뇌물죄의 구성요건인 '부정한 청탁'이나 '직무관련성', '대가성' 등이 이번 판결을 통해 확인됐다는 취지로 읽힌다.

검찰이 이 대표를 기소하면, 이미 이 대표의 방북비용 대납을 위한 쌍방울의 대북송금 사실이 법원에서 인정된 만큼 이 대표의 유무죄는 이 대표가 그 같은 과정을 사전에, 혹은 중간에 인지했다는 점에 대한 입증 여부에 달려있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제가 서울시장으로 일하고 있어서 잘 알지만 이 정도 규모의 중대한 사안을 지사 몰래 부지사가 처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오 시장이 지적했듯이, 대북 사업 추진을 위해 이 대표가 임명한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에게 보고하지 않고, 이 대표 모르게 수백만달러를 기업으로 하여금 북한에 대납하게 했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게 사실이다.

다만 문제는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는 형사재판에서 관련 당사자의 진술 외에 검찰이 얼마나 객관적인 증거를 갖고 있을지다. 앞서 지난해 9월 유창훈 부장판사는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대북송금의 경우, 핵심 관련자인 이화영의 진술을 비롯한 현재까지 관련 자료에 의할 때 피의자의 인식이나 공모 여부, 관여 정도 등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관련 혐의를 인정하기에 부족했다는 의미다. 당시 이 대표 수사에 참여했던 한 검사는 "심증은 100%인데 딱 떨어지는 증거가 없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에게 불리한 줄 알면서도 이 대표를 방어하려는 변호사들과 아내의 설득에 기존 진술을 번복했던 이 전 부지사가 2심에서 다시 진술을 뒤집을 가능성도 남아있다.

이 전 부지사는 검찰에서 이 대표에게 대북송금 관련 보고를 했다고 진술했다가 담당 변호인 교체, 민주당을 통한 옥중서신 공개, 부인의 법정 난동 등 석연치 않은 과정을 거쳐 번복했고, 이에 대해 유 부장판사도 "이화영의 진술과 관련해 피의자(이재명)의 주변 인물에 의한 부적절한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들이 있기는 하다"고 밝힌 바 있다.

수원지검이 이 대표를 대북송금 관련 혐의로 기소하면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 사업과 성남FC 후원금 관련 배임·뇌물 등 혐의와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등 혐의로 서울에서 재판을 받는 외에 수원을 오가며 재판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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