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한인 온라인 커뮤니티 차별적 게시글 논란

박준영 2024. 6. 10. 09:3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케이팝으로 감추지 못한 차별적 인식, 대가를 치르다

[박준영 기자]

6월 7일, 인도네시아의 인기 소셜미디어 채널인 Infipop에 한 게시글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31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이 채널은 "인도네시아, 온라인에서 한국 인종차별의 피해자가 되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공유했다. 다섯 장의 사진과 함께 올라온 이 게시글은 4만 명 이상의 공감을 받고 6천 개 이상의 댓글이 달리며 다른 인기 게시글보다 압도적인 반응을 얻었다.
  
 한국 사이트에 올라온 차별적 게시글을 공유한 인도네시아 소셜미디어 채널
ⓒ 박준영
 
이 게시글은 인도네시아의 한인 온라인 커뮤니티 '인도사랑(indosarang.com)'에 올라온 세 개의 게시글을 캡처하여 공유했다. 해당 게시글들은 인도사랑에서 한인 남성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두 개의 게시글은 욕설과 비속어를 포함하여 인도네시아의 노동 문화, 종교, 행정 절차, 여성의 외모를 비하하는 내용이었다. 특히, 게시글에서 인도네시아 여성의 외모와 신체를 비하하는 내용은 한국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사법 처리까지 이루어진 온라인 성희롱 게시글을 방불케 할 정도로 충격적이다. 

나머지 하나의 게시글은 이러한 게시글이 인도네시아 소셜미디어에서 논란이 되고 있으니 자제하라는 내용이었지만, 인도네시아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을 그대로 사용했다. 해당 게시글 중 가장 많이 조회된 게시글은 1000회가 넘게 조회되고 많은 댓글이 달린 인기 게시글이었다.

한국어로 작성된 이 게시글들은 인도네시아어로 번역되어 올라왔으며, 비속어와 은어도 생생하게 번역되었다. 해당 소셜미디어에 '인도사랑(indosarang)' 키워드로 검색하면 8개의 관련 게시글이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네티즌들은 댓글을 통해 분노를 표출하며, 한국 문화에 열광하는 인도네시아인들을 질타하거나 한국 문화와 지정학적 상황을 조롱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또한, 인도네시아 경찰과 한국 당국에 사이트 폐쇄와 게시자 추적을 요청하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6월 7일, '인도사랑' 사이트에는 운영자 명의로 '금일 사태에 대한 입장문'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 입장문은 인도네시아어와 한국어로 작성되었으며, 다음과 같은 사과문으로 시작한다.
"안녕하세요. 사이트 주인으로서, 사이트에 보기 좋지 않은 글들이 외부로 번역되어 퍼져나가는 것을 확인했고, 먼저 그런 것을 접해 마음 아프셨을 인도네시아인들께 죄송하다는 위로의 말씀을 전해드립니다. 저는 그러한 인종차별적, 종교차별적 발언들에 대해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도 전해드립니다."
그러나 이어지는 내용에서는 문제가 된 게시글을 '일부 사람의 의견'이며 합법적인 범위에서 자유로운 표현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게시글을 캡처하여 유포한 사람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내용으로 마무리된다. 현재 '인도사랑' 사이트의 자유게시판에는 인도네시아 네티즌들의 항의글이 이어지고 있으며, 논란이 된 게시글은 여전히 게시되어 있다. 2024년 6월 9일 현재, 접속자가 많아 사이트 접속이 어려운 상태이다.
 
 인도사랑에 올라온 입장문
ⓒ 인도사랑
 

인도네시아는 한국 문화를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대표적인 국가이다. 대중가요뿐만 아니라 음식, 패션, 언어에 이르기까지 한국 문화는 인도네시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에 대한 인상은 매우 긍정적이며, 한국을 찾는 인도네시아 관광객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관계는 2017년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되었다. 이는 외교 관계에서 미국과 맺은 '글로벌 포괄적 전략적 동맹 관계'에 이어 가장 높은 수준의 우호 관계이다. 그러나 국가와 산업 차원의 특별한 관계는 사회와 개인 단위에까지 충분히 공유되지 않은 것 같다.

2023년 기준으로 인도네시아에는 약 2만 5천 명의 한인이 거주하고 있다(재외동포청, 재외동포현황 2023). 전 세계에서 한인이 16번째로 많이 거주하는 국가이다. 2019년에는 인도네시아의 한인 봉제업체 사장이 임금 체불 끝에 야반도주하며 양국 관계에 위험 요소가 되기도 했다(관련기사: 인니 한인 기업 야반도주, 현지 한인들 반응은? https://omn.kr/1hvlj). 당시 사건은 한인 단체와 개인들에게 인도네시아 사회에 대한 차별적이고 부당한 인식에 경각심을 일깨웠으나, 이번 논란을 통해 그 교훈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물론 이번 사건이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한인 전체나 한국 사회 전반의 차별적 인식을 드러낸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차별적 게시글이 다수 게시되고 많은 이용자들이 회람하는 동안, 나아가 이 게시글이 인도네시아 네티즌에 발견되어 번역을 통해 확산될 때까지 자정 작용이 없었던 것은 분명하다.

외교 협력은 산업과 국방 등 '얼굴 없는' 협력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적으로 '얼굴을 마주하는' 외교로 이어질 때 공고해질 수 있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국의 화려한 문화 산업에 가려졌던 일부 한인들의 차별적 인식이 드러난 이번 사건은 외교부와 대사관, 한인회 등 책임 있는 기관의 대응과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 대응은 상처받고 분노한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감정과 한국의 문화 산업 그리고 양국 관계 유지 및 발전에 대한 한국의 진정성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될 것이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