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경기 11.30' 박세웅, 위기의 '안경 에이스'
[양형석 기자]
롯데가 SSG와의 더블헤더에서 사이 좋게(?) 1승씩 나눠 가졌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롯데 자이언츠는 9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더블헤더 경기에서 1차전을 1-5로 내준 후 2차전에서 5-3으로 승리했다. 지난 7일 경기에서 22개의 안타를 주고 받는 난타전 끝에 11-7로 승리했던 롯데는 이날 더블헤더에서 1승을 챙기면서 7위 한화 이글스에 반 경기 뒤진 8위 자리를 유지했다(26승2무34패).
롯데는 1차전에서 6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김광현에게 막혀 1-5로 패했지만 애런 윌커슨이 등판했던 2차전에서 7.2이닝8피안타7탈삼진3실점을 기록한 윌커슨의 호투에 힘입어 5-3으로 승리했다. 롯데는 안방에서 열린 SSG와의 3연전에서 위닝시리즈를 만들었지만 김태형 감독과 롯데팬들은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1차전 패전투수가 된 '안경 에이스' 박세웅의 극심한 부진이 3경기째 이어지고 있기 때문.
최동원-염종석 이은 롯데의 '안경 에이스'
2014 시즌이 끝나고 '좌완 에이스' 장원준이 두산 베어스로 떠난 롯데는 지난 2015년 5월 2일 갓 1군에 진입한 신생구단 kt 위즈와 무려 9명의 선수가 유니폼을 갈아입는 5:4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롯데가 내준 선수 중에는 '리틀 강민호'로 불리던 대형 포수 유망주 장성우도 있었고 미완의 강속구 투수 최대성도 있었으며 현재는 KIA 타이거즈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외야수 이창진도 있었다.
롯데가 kt에 5명의 선수를 내주며 얻어온 핵심선수는 바로 2014년 퓨처스 북부리그 다승(9승)과 탈삼진(123개) 1위를 기록한 특급 유망주 박세웅이었다. 대구에서 태어나 학창시절을 보낸 후 수원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박세웅은 1군 데뷔 후 한 달 만에 부산에 새 둥지를 틀게 됐다. 그리고 롯데는 트레이드 후 박세웅에게 15번의 선발기회를 주면서 박세웅을 롯데의 차세대 에이스로 점 찍었다.
풀타임 선발 첫 시즌이었던 2016년 7승을 올리며 선발투수로서 가능성을 보인 박세웅은 롯데 이적 후 3번째 시즌이었던 2017년 12승6패 평균자책점3.68의 성적을 올리며 롯데의 가을야구 진출에 크게 기여했다. 그리고 롯데팬들은 그 즈음부터 박세웅을 '안경 에이스'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안경 에이스'는 프로 원년부터 출발한 롯데 야구 역사에서 오직 고 최동원과 염종석(동의과학대 감독)에게만 허락된 별명이었다.
하지만 박세웅은 이듬 해 팔꿈치 부상에 시달리며 1승5패9.92로 부진했고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에도 승선하지 못했다. 2019년에도 12경기에서 3승에 그쳤던 박세웅은 2020년 3년 만에 규정이닝을 채우며 8승10패4.70을 기록했고 2021년에는 10승9패3.98로 4년 만에 두 자리 승수를 기록했다. 박세웅은 2022년에도 10승11패3.89의 좋은 성적으로 2년 연속 10승을 기록하며 롯데의 토종에이스 지위를 회복했다.
2022년 10월 롯데와 5년 최대 90억 원의 비FA다년계약을 체결한 박세웅은 작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비록 시즌 9승으로 3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올리진 못했지만 데뷔 후 가장 좋은 3.4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고 4년 연속 규정이닝을 채우며 부상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털어냈다. 그리고 9월에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한일전 6이닝 무실점 호투로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부담스러웠던 병역문제까지 단숨에 해결했다.
대전 한화전부터 3경기 19실점 '악몽'
롯데는 작년 시즌이 끝나고 두산의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던 김태형 감독이 부임했고 검증된 외국인 투수 윌커슨, 찰리 반즈와 재계약했다. 다년계약 2년 차 시즌에 군문제까지 해결한 박세웅의 올 시즌 목표는 당연히 롯데를 7년 만에 가을야구로 이끄는 것이었다. 롯데의 마지막 가을야구 진출이 박세웅이 12승을 올렸던 2017년이었기 때문에 박세웅이 많은 승수를 올리면 그만큼 롯데의 가을야구 진출 확률도 높아질 수 있다.
롯데는 초반부터 하위권을 맴돌며 쉽지 않은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박세웅은 토종 에이스로서 제 몫을 다했다. 실제로 박세웅은 시즌 개막 후 10번의 등판에서 6번의 퀄리티스타트와 함께 5승3패3.59의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특히 5월 22일 홈경기에서는 선두 KIA를 상대로 8이닝1실점이라는 눈부신 역투를 선보이며 '안경 에이스'의 위용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하지만 박세웅은 평소에 약했던 대전 한화전부터 '악몽'이 시작됐다.
박세웅은 5월 28일 한화와의 경기에서 4회까지 2실점을 기록하다가 5회에만 무려 8점을 내주는 엄청난 빅이닝을 허용했다. 10실점은 박세웅의 개인 커리어 최다실점 기록이었다. 박세웅은 지난 2일에도 NC를 상대로 선발 등판했지만 5회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기고 4실점을 하면서 강판됐다. 롯데는 그 경기에서 6회부터 타선이 폭발하면서 13-4로 역전승을 거뒀지만 박세웅의 부진한 투구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8일 경기가 우천으로 순연된 가운데 박세웅은 9일 SSG와의 더블헤더 1차전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김광현과 '에이스 맞대결'을 벌였다. 하지만 김광현이 6이닝 무실점 호투로 통산 162번째 승리를 따내는 동안 박세웅은 루키 박지환에게 프로 데뷔 첫 홈런을 허용하는 등 5이닝 동안 10개의 안타를 맞으며 5점을 내주고 시즌 5번째 패전을 떠안았다. 이로써 박세웅은 최근 3경기에서 14.1이닝 동안 무려 19실점(18자책)을 기록하게 됐다.
롯데는 윌커슨이 최근 7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완벽하게 부활했지만 반즈가 사타구니 쪽 내전근 부상, 나균안이 11경기 1승7패8.27로 부진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져 있다. 4년 차 좌완 김진욱이 3경기에서 1승3.68로 선전하고 있지만 현재 롯데의 선발진은 안정감과는 거리가 있다. 무엇보다 선발진을 든든하게 지탱해야 할 '안경 에이스' 박세웅의 갑작스러운 난조는 김태형 감독과 롯데팬들을 당황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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