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머스크…노르웨이 국부펀드도 '수십조원 보상안' 반대

테슬라 8대 주주 NBIM
지나친 보상 규모, 지분 희석 등 지적
오는 13일 테슬라 주총서 표대결 예고

테슬라의 주요 주주인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보상 패키지 지급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테슬라의 주주들이 자신에 대한 보상안에 찬성한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머스크 CEO는 위기에 몰리게 됐다.

9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노르웨이 국부펀드 운용사 노르웨이은행투자관리(NBIM)는 전날 성명을 통해 오는 13일 테슬라 주주총회에서 머스크 CEO에 대한 보상 패키지 지급 안건에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밝혔다. NBIM은 "우리는 2018년 이후 머스크 CEO가 창출한 가치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보상의 총 규모, 지분 희석, (회사의) 주요 인물(key person)이 안고 있는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점 등을 우려하고 있다"며 반대 의사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연합뉴스]

NBIM은 운용자산이 1조7000억달러에 육박하는 세계 최대 국부펀드 중 하나로, 지난해 말 기준 테슬라 지분 0.98%(약 77억달러)를 보유한 테슬라 8대 주주다. 전 세계 상장 주식의 1.5%를 보유한 NBIM은 지난해에도 2000만달러가 넘는 미국 CEO들의 급여를 두고 주주를 위한 장기적인 가치 창출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미국 CEO 급여 패키지 절반 이상에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 CEO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NBIM의 결정은) 멋지지 않다(not cool)"며 "실제로 주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면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머스크 CEO는 앞서 2018년 테슬라 이사회로부터 560억달러(약 77조원) 상당의 스톡옵션 보상안 지급을 승인받았으나, 한 소액주주의 무효소송으로 제동이 걸렸다. 오는 7월 최종 판결에 앞서 테슬라 주주들이 자신에 대한 보상 패키지를 지지한다는 사실을 증명해 항소심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자 했으나, 잇따른 테슬라 주요 주주들의 반대 의사 표명으로 코너에 몰린 상황이다.

앞서 테슬라 주요 주주이자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주 공무원연금(CalPERS·캘퍼스)도 반대 의사를 밝혔고, ISS와 글래스 루이스 등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도 주주들에 반대를 권고한 바 있다. 반면 또 다른 주요 주주인 월가의 배런 캐피털은 찬성 의사를 표명한 상태다.

한편 지난주 뉴욕증시에서 테슬라의 주가는 전장 대비 0.26% 하락한 177.4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들어선 29% 가까이 떨어졌다. 이에 해당 보상 패키지의 스톡옵션 가치 역시 올해 초(560억달러) 대비 10조원가량 줄어든 469억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