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채권왕, 취미로 모은 이것 덕분에 수백억 부수입

빌 그로스 핌코 공동창업자, 희귀 우표 경매에
'美 건국의아버지' 새겨져…최대 69억원 가치
'수집광'…우표 수백억 팔아 갤러리 만들기도

미국 월가의 '채권왕'으로 유명한 빌 그로스 핌코 공동창업자의 희귀 우표 컬렉션이 경매에 나온다. 지난 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뉴욕의 로버트 A. 시겔 옥션 갤러리가 오는 14~15일 그로스 창업자가 출품한 우표 컬렉션을 경매에 부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그로스 창업자가 이번 경매에 내놓은 우표 컬렉션의 총 예상 낙찰가는 1500만~2000만달러(약 207억~276억원)에 달한다.

빌 그로스 핌코 공동창업자가 경매에 내놓은 'Z-그릴' 우표의 모습. [이미지출처=로버트 A. 시겔 옥션 갤러리 홈페이지 캡처]

이번에 그로스 창업자가 출품한 컬렉션 중 가장 주목받는 우표는 1868년에 발행된 1센트짜리 'Z-그릴' 우표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하나인 벤저민 프랭클린이 그려진 이 우표는 현재 2장만 남아 있다. 나머지 한 장은 뉴욕 공립 도서관이 소장 중이다. 투자 전문 매체 펜타에 따르면 이 우표는 그의 수집품 중에서도 "가장 완벽하고 가치가 높은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겔 옥션의 이사이자 그로스 창업자의 우표 고문이었던 찰스 슈레브는 "한 세대 만에 가장 중요한 희귀 우표 경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우표의 예상 낙찰가는 400만~500만달러(약 55억~69억원)에 이른다. 만약 예상 범위 내 최저 수준인 400만달러에 낙찰된다고 해도 지난해 미국 우표 경매에서 사상 최고가 기록을 세운 '인버티드 제니(200만달러)'를 넘어선다. '인버티드 제니'는 1918년 미국에서 발행된 24센트짜리 우표로, 제작 과정에서 우표 중앙의 비행기가 뒤집힌 모습으로 인쇄돼 우표 수집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전 세계 최고가 기록은 2021년 영국 소더비 경매에서 830만달러(당시 약 109억원)에 팔린 1856년 영국령 기아나에서 발행된 1센트짜리 마젠타색 우표가 세웠다.

채권운용사 핌코의 공동창업자 빌 그로스.

그로스 창업자의 우표 수집은 어머니에게서 비롯됐다. 그의 어머니는 1930~1940년대 그로스 창업자의 대학 교육비를 충당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우표를 산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어머니의 우표 컬렉션을 판매하려고 했을 때 헐값을 제안받은 것을 계기로 더 나은 투자가 될 수 있는 우표를 찾아 구입하는 데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우표 수집광으로도 알려진 그로스 창업자는 최근 몇 년 동안 5000만달러(약 690억원) 이상의 우표를 판 것으로 추산된다. 그는 앞서 워싱턴D.C. 스미스소니언 국립 우편박물관에 1000만달러를 기부해 그의 이름을 딴 갤러리를 조성하기도 했다. 그로스 창업자는 "내게 수집의 의미는 무질서에서 질서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