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힘든 직장에서 '인간관계 스트레스' 줄이려면?
내가 출근을 하기 싫은 이유는 바로…
작년 한 설문기관에서 '대한민국 직장인 삶의 만족도'라는 주제로 전국 직장인 1000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직장 생활의 만족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연봉 수준(3위, 19.7%), 근무 환경(2위, 22.6%)을 제치고 대망의 1위는 직장 내 인간관계(27.8%)가 차지했다. 연봉이 높아도, 근무 환경의 워라밸이 아무리 좋아도 결국 직장을 계속 잘 다닐 수 있느냐는 동료들과의 관계가 어떠한가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직장 생활을 오래 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 "결국에 일할 때 가장 힘든 순간은 사람 때문이다"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직장 생활에서 가장 힘든 순간은 업무에 치여 늦게 퇴근한 날이 아니라 불편한 동료와 갈등이 쌓여가는 날들이다.
이전 연재에서 이미 한번 언급한 적 있지만, 오랜 옛날 인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종의 우위를 선점할 수 있었던 것은 무리생활을 한 이후다. 여러 세대를 거치며 생존을 위해 우리의 뇌는 무리에서 떨어져 나가지 않도록 적응해 왔고, 인류는 집단에서 사람들과 관계가 불편해지는 것에 고통스러운 감정을 느끼도록 바뀌어왔다. 우리가 인간관계에서 관계가 틀어지면 예민해지고, 집단에서 나를 배척하는 느낌이 들면 괴로운 감정을 느끼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직장에서 누군가가 나를 싫어한다는 느낌이 들면 온종일 불쾌한 감정에 휩싸이고, 동료가 내 험담을 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때 화가 나서 어쩔 줄 모르는 반응은 실은 인류가 보편적으로 가진 아주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고마운 것은 쉽게 잊고 서운한 것은 오래 기억한다
진료실에서 만난 30대 내담자의 실제 이야기다. 요즘 옆 부서 동료 때문에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했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날이 서 있고, 굳이 안 해도 될 말을 해서 가뜩이나 신경이 쓰이던 중, 어제는 내담자가 업무에서 실수를 했더니 개인적으로 말해줘도 될 것을 회사 그룹 채팅방에서 "업무 틀리셨는데요?"하고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몇 주째 그 동료 때문에 화가 나 있고 불면에 시달리고 있기에, 부서를 옮겨주지 않으면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내가 물어봤다.
"팀원은 총 몇 명이지요?" / "12명이에요"
"다른 팀원들과의 관계는 어떤가요?" / "다른 사람들이랑은 잘 지내요. 친한 동갑 친구도 있고요. 유독 그 사람만 그렇다니까요"
"그럼, 본인과 그 사람 제외하고 10명이랑은 사이가 좋은 거네요?" / "네 맞아요!"
"1명과 사이가 나쁘고 10명과 사이가 좋으면, 괜찮은 직장 같은데요" / "그런가요…?"
내담자는 10명의 동료와는 좋은 관계를 맺고 있으면서도 어째서 한 명의 동료와 삐걱대는 관계에만 집착하는 것일까? 우리가 길을 가다가 만원을 주워서 무척 신이 났다. 그런데 집에 와 보니 주머니에 있어야 할 돈이 주머니에서 빠졌는지 없는 거다. 이때 우리는 만원을 얻고, 만원을 잃었으니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감정을 느낄까? 그렇지 않다. 주웠던 만원에 대한 기쁨은 없고, 잃어버린 만원에 대한 속상함만 남는다. 이를 '손실 회피 편향(loss aversion bias)'이라고 하는데, 부정적인 경험을 긍정적인 경험보다 더 강하게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의 연구에 따르면 부정적인 경험이 긍정적인 경험보다 2~2.5배 더 강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이는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인데, 관계 심리학자 존 가트맨(John Gottman)에 따르면 인간관계에서 부정적인 상호작용 한 번을 상쇄시키려면 긍정적 상호작용이 다섯 번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즉, 우리가 인간관계에서 좋은 기억들이 여러 번 있더라도 기분 상하는 일 한번이 이를 다 파괴해 버릴 만큼 강력하다는 뜻이다.
여러 사람이 모이면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 게 정상이다
집단에서 10명이 있을 때 일반적으로 2명은 나를 좋게 보고 2명은 나를 안 좋게 여기며 나머지 6명은 내게 별로 관심이 없다. 나는 이를 '2·6·2 법칙'이라고 부른다. 별 노력을 하지 않아도 말이 잘 통하고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 특별한 일이 없었음에도 사사건건 부딪치는 왠지 기분 나쁜 사람도 꼭 있다. 우리가 실수하는 것은 후자의 두 명에게만 너무 신경을 쓴다는 점이다. 이들과 갈등이 있을 때 다투느라 에너지를 쓰거나, 혹은 어떻게든 좋은 관계를 만들어보려 지나치게 애를 쓰기도 한다. 그런데 이들과는 뭘 해도 원하는 대로 잘 안되는 게 보통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직장이나 사회생활에서 썩 가깝지 않더라도 '저 사람은 괜찮은 사람이야'하고 좋은 이미지를 가지기도 하고, 반면에 잘 모르는 관계인데도 마음에 안 들고 괜히 싫은 사람도 있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것처럼 누군가도 나를 보고 좋게도 혹은 나쁘게도 본다. 정말 별 이유가 없어도 말이다.
집중해야 할 것은 불편한 두 명이 아니라, 내가 아끼고 또 나를 아끼는 두 사람이다. 그리고 여력이 된다면 적당히 지내는 6명과도 기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도 있다. 나를 좋게 보거나 나쁘지 않게 여기는 여덟 명을 두고, 어려운 두 명에게 많은 에너지를 투자하는 낭비를 할 필요는 굳이 없다. 혹시나 직장에서 인간관계에 힘들어하시는 분들이라면 오늘도 나와 식사도 하고 인사를 나눈 이들을 잊고 지내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자. 우리 삶에서의 행복은 결국 기분 좋은 사람들과의 관계로 쌓아 나가는 것임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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