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청소년기 성적보다 먼저 챙겨야 하는 것, 25년간 3만여 명 상담하며 깨달았죠

성선해 2024. 6. 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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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에게 교우관계는 중요한 문제예요. 정서적으로 가장 민감한 시기다 보니 교우관계가 학업에도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서울시교육청 산하 교육연구정보원 교육정책연구소가 2023년 5월 발간한 '톺아보는 서울교육'에 따르면 서울 학생들의 2021년 교우관계 점수는 2010년보다 더 낮았어요.

청소년기에는 친구와 학교·학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만큼, 교우관계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높다.

연구진은 학생들에게 ‘믿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가 있는지’ ‘휴식시간 등에 친구들과 함께 지내는지’를 5점 만점으로 물어봤는데, 초등학생은 2010년 4.41점에서 2021년 4.16점으로 0.25점 감소했으며 중학생도 같은 기간 0.09점 떨어졌죠. 앞서 2022년 교육부 ‘학생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도 초·중학생의 31.5%가 코로나19 이후 교우관계가 나빠졌다고 응답한 바 있으며, 특히 초등 저학년은 43.2%가 친구들과의 관계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매일 학교·학원에서 만나도 잘 유지하기는 어려운 교우관계. 친구 사이에 문제가 생기면 선생님이나 부모님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도 좋지만, 청소년 심리전문가와 상담을 하면 전문적인 시각에서 나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어요. 서지안 학생기자와 손지우 학생모델이 10대들의 교우관계를 위한 조언이 담긴 책 『14살의 말 공부』를 출간한 이임숙 맑은숲아동청소년상담센터 소장을 만나 청소년 심리전문가가 하는 일인 아동·청소년 상담에 대해 알아보고, 심리학과 성격유형검사 등 평소 궁금했던 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어요.

서지안 학생기자와 손지우 학생모델(왼쪽부터)이 이임숙 소장을 만나 청소년 심리 전문가란 직업에 대해 알아봤다.

Q : 지안: 청소년 심리전문가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요.

A : 청소년의 기질과 성격을 살펴보면서 그 사람을 이해하고, 해당 청소년이 심리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를 파악해서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해요. 기질은 그 사람의 타고난 성질이에요. 반면 성격은 기질을 바탕으로 후천적으로 형성된 사고방식이나 문제해결 방식 등을 말해요. 기질은 평생 변하지 않지만, 성격은 주변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MBTI(성격유형검사) 검사도 내가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6개월마다 결괏값이 바뀔 수 있거든요. 감정형이 사고형으로 변할 수도 있고요. 그래서 제게 도움을 요청한 청소년의 기질과 성격을 파악해서 학교생활을 잘하고, 교우관계도 잘 유지할 수 있도록 문제를 같이 풀어가면서 돕는 역할을 해요.

Q : 지우: 소장님이 생각하시는 심리학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A : 나 자신을 포함한 사람에 대해 알게 된다는 점입니다. 사람의 진심과 그들이 가진 강점을 알게 되기 때문에 짜릿하고 재밌어요. 특히 청소년을 돕기 위해 심리학을 응용하다 보면 그 아이가 잠재력을 가진 원석임을 알게 되거든요. 그걸 찾아낼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는 건 정말 감사하고 매력적인 일이에요.

함께 시간을 보내며 감정을 교류하는 친구는 학업 스트레스가 큰 청소년에게 큰 힘이 되는 존재다.

Q : 지안: 심리학에는 다양한 분야가 있는데 어떻게 아동 심리를 대학원에서 공부하게 됐나요.

A : 제게 잘 맞는 분야이기 때문이죠. 사실 아동 심리를 공부하기 전에 성인 상담 심리를 대학원에서 한 학기 공부했어요. 저는 분명히 심리학을 공부하고 싶어서 입학한 거였는데, 이상하게도 재미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어떤 공부를 원하는지 계속 고민했는데, 아동·청소년이 잘 성장하도록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결국 아동 심리가 제게 잘 맞고, 제가 잘할 수 있는 분야임을 공부하면서 알게 됐죠.

Q : 지우: 아동·청소년 상담은 성인과 비교했을 때 어떤 점이 다른가요.

A : 어른들은 자신이 속상한 이유를 아는 상태에서 상담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원인을 알지만 감정을 조절하기 힘들다거나, 문제 해결 방법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경우가 많죠. 반면 아동·청소년은 자신의 마음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학교 가기 싫어요'라는 고민을 하는데, 왜 학교가 가기 싫은지 이유를 모르죠. 그래서 아동·청소년을 상담할 때는 자신에 대해 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향에서 시작해요. 그런데 아이들은 심각하고 진지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유쾌하고 편안하게 이야기하면서 힘을 내도록 유도하죠(웃음).

교우관계 등 문제가 생겼을 때 혼자 고민을 정리하는 것도 좋지만,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상황을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Q : 지안: 소장님은 25년간 3만여 명의 아동·청소년과 그들의 부모님을 상담하셨는데, 심리적 어려움을 겪던 청소년이 공통으로 보였던 특징은 무엇인가요.

A : 자존감 형성, 친구관계 유지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어요. 자존감 형성의 경우 아직 자신을 존중할 줄 몰라서 생기는 문제인데, '나는 무능하고 세상 사람들은 나를 좋아하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에 자존감이 낮아진 상태인 거죠.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힘은 여기서 나오기 때문에 자존감 형성은 꼭 필요해요. 또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라서 혼자서는 살 수 없죠. 특히 청소년은 마음 맞는 친구가 있으면 성적이 생각만큼 안 나오거나, 엄마한테 혼나더라도 자신의 생활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어요. 저는 자존감 형성과 사회성 발달이 청소년기에 학교 성적보다 더 먼저 챙겨야 하는 두 가지라고 생각해요.

Q : 지우: 몇 년 전부터 MBTI 열풍이 불고 있어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MBTI와 상담센터의 MBTI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A : 인터넷 사이트에서 무료로 검사하는 MBTI는 전문기관에서 실시하는 정식 검사와는 달라요. MBTI는 자신의 성격을 알아보기 위해 실시하는 검사인데, 결과에 따라 적성이나 진로를 탐색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저희 맑은숲아동청소년상담센터에도 청소년 학습·진로·적성 검사에 MBTI 항목을 두고 실시해요. 나 자신을 탐색하고 이해하는 경험을 해보는 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죠.

이임숙 소장은 25년 동안 3만여 명의 아동·청소년과 그의 부모를 만난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권의 책을 저술했다.

Q : 지안: 친구들이 솔직한 이야기를 하는 다른 친구에게 "너 T야?"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어요. MBTI에 T(사고형)가 나쁜 뜻이 아님에도 말이죠.

A : MBTI가 유행하면서 오해하는 부분이 있어요. 예를 들어 MBTI가 ENFP라고 해도, F(감정형)의 성향만 있다는 의미가 아니에요. 그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아요. F의 수치가 높게 나올 수는 있지만, 감정형이라 해서 사고형의 성향이 아예 없지는 않아요. 소소한 대화의 팁인데, 누가 "너 T야?" 하면 "지금은 우리가 감정을 앞세우기보다는 사고형으로 생각하는 게 필요할 때야"라고 답하고 넘기면 좋을 것 같아요.

Q : 지우: 청소년의 교우관계에 대한 책을 집필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 우리나라 청소년은 입시 경쟁을 위해 공부를 많이 해야 해요. 그걸 버틸 힘이 무엇인지 들여다봤더니 친구더라고요.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나와 놀 수 있는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힘든 공부나 학교생활을 버티는 힘이 되죠. 그런데 교우관계에 고민이 있는 청소년이 상담실까지 와서 저를 만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그래서 심리적으로 힘든 청소년을 위해 친구관계에서 일어나는 여러 고민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책을 썼죠.

Q : 지안: 『14살의 말공부』에서 여러 심리학 용어를 친절하게 설명하신 점이 인상 깊었어요. 특히 '독심술의 오류' 부분이 기억에 남아요.

A : 지안 학생기자가 말한 독심술의 오류는 다른 사람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거라 결론 내리고, 이를 확인해 볼 생각도 안 하는 현상을 말하죠. 이런 심리학 용어는 알아두면 친구관계 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돼요. 감정은 막연하고 추상적이죠. 기분 나쁘고 우울하지만, 그걸 정확히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잘 모를 때 심리학 용어를 알면 내 마음속에 일어나는 현상을 좀 더 다른 시각으로 살펴보고, 객관적으로 내가 처한 상황을 통찰할 수 있어요.

교우관계에 고민이 많은 사춘기 청소년을 위해 『14살의 말 공부』를 집필한 이임숙 소장.

Q : 지안: 청소년 심리전문가로서 활동할 때 가장 힘든 순간과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A : 가장 힘든 순간은 저를 찾아온 아동·청소년에게 긍정적인 변화가 빨리 찾아오지 않을 때예요. 한두 가닥의 실이 뭉쳐있으면 '이렇게 풀면 되겠다' 생각이 들죠. 그런데 여러 개의 실이 완전히 뭉쳐 있으면 풀기 '이거 풀기 어렵겠다' 싶죠. 그런 상황에 부닥친 친구들을 만나면 저도 어려움을 느껴요. 제가 가진 심리학 지식이나 노하우만으로는 이 친구를 도와주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다른 상담사들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저보다 경험이 많으신 분과 의논을 하기도 하죠. 그런 지난한 과정을 거쳐 달라진 친구를 보면 정말 큰 보람을 느껴요. 동행취재=서지안(서울 잠일초 5) 학생기자·손지우(경기도 모당초 5) 학생모델

■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 이임숙 소장님 인터뷰에 참여하게 돼 무척 기대됐어요. 우리 집에 소장님께서 쓰신 또 다른 책 『엄마의 말 공부』가 있기 때문이지요. 엄마가 초보 엄마였을 때 꽤 도움을 받은 책이라고 하셨어요. 기대했던 만큼 제가 평상시 관심이 많았던 친구들의 심리와 슬기로운 관계 맺기에 대하여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어요.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는 상대방의 행동이나 말에 대한 의도를 나도 모르게 나쁘게 해석하는 독심술의 오류예요. 우리는 모두 독심술 오류에 휘말리기 쉽죠. 우리가 그 순간 느끼는 감정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항상 생각하고 반응할 필요가 있다는 걸 이번 취재를 통해 배웠어요.

서지안(서울 잠일초 5) 학생기자

『14살의 말 공부』의 저자 이임숙 소장님이 책을 쓴 계기는 어려움이 있는 친구들이 상담실까지 오기가 힘들기에, 책을 통해서 친구들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해요. 이 책은 친구들이 사춘기 시절에 어떻게 대화하는 것이 좋은 방법인지를 사례를 통해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어요. 저도 소장님을 만나기 전 책을 읽으면서 친구들과 대화할 때 발생하는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쉽게 이해하고 알게 되었어요. 특히, 친구 사이의 뒷담화 사례내용은 제가 겪은 일과 유사하기도 해서 아주 흥미로웠죠. 소중 독자 여러분도 이 책을 읽어본다면 친구 사이의 고민들을 해결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손지우(경기도 모당초 5) 학생모델

글=성선해 기자 sung.sunhae@joongang.co.kr, 사진=이대원(오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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