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선거서 '극우' 약진…'참패' 마크롱, 의회 해산 승부수(종합)

조슬기나 2024. 6. 10.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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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종료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당초 예상대로 극우 세력의 약진이 확인됐다. 반면 중도파는 간신히 의회 1당을 유지하는 데 그칠 것이란 전망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극우 정당에 참패가 예상되자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전격 발표했다. 독일에서도 친나치 논란을 일으킨 극우 정당이 2위에 오를 것이란 출구조사가 나왔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예상대로 극우 약진…중도파 1위 겨우 유지

한국시간 기준 10일 오전 7시 현재 업데이트된 유럽의회의 예상 의석수 분석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제1당 격인 중도우파 성향의 유럽국민당(EPP)은 전체 720석 중 189석(26.2%)을 얻어 유럽의회 내 제1당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현재 705석 중 176석(25.0%)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앞서 공개된 1차 분석 자료보다도 3석 늘어났다.

이어 제2당인 중도좌파 사회민주진보동맹(S&D)이 135석(18.75%)으로 2위 자리를 지킬 전망이다. 다만 중도좌파의 의석 비중은 기존(19.7%)보다는 소폭 줄었다. 제3당인 중도 자유당그룹(Renew Europe)은 현재 102석에서 크게 줄어든 80석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이번 선거에서 강경우파와 극우 성향 정치그룹은 예상대로 약진했다. 강경우파 성향 유럽보수와개혁(ECR)은 현재 69석에서 72석, ECR보다 더 극단으로 분류되는 극우 정치그룹 정체성과민주주의(ID)는 49석에서 58석으로 의석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ID에서 퇴출된 독일대안당(AfD)등 기존 유럽의회 정치그룹에 속하지 않는 극우 성향 정당의 의석수도 확대됐다.

폴리티코 유럽 역시 "유럽의 정치적 중심이 오른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AP통신은 "극우파의 부상은 많은 분석가가 전망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놀랍다"면서 "특히 주요 지도자인 마크롱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에게 충격적 패배를 안겨줬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연합(EU)을 지지하는 주류 정당(EPP)이 브뤼셀의 권력을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이번 결과는 유럽 정치를 우경화시켰다"고 평가했다.

공식 결과는 27개 EU 회원국의 모든 투표소가 문을 닫는 이날 밤 공개될 예정이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 투표율은 51%로 추정됐다. 이는 199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마크롱의 도박?" 프랑스, 의회 해산하고 조기 총선

극우 세력의 약진이 특히 두드러진 국가로는 프랑스와 독일이 손꼽힌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종료된 선거에서 마린 르펜이 이끄는 극우정당 국민연합(RN)에 참패한 것으로 나타나자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오는 30일과 내달 7일 조기총선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공개된 출구조사 결과에서 극우 정당 RN은 31.5%의 득표율을 기록해 마크롱 대통령의 소속 정당인 르네상스당의 예상치(15.2%)를 두 배 이상 웃돌 것으로 전망됐다. 주요 외신들은 이를 두고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신랄한 질책"이라는 평가를 쏟아내고 있다. 이미 프랑스 의회에서 르네상스당은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가운데 마크롱 대통령으로서는 정치적 변화를 꾀하기 위해 대통령 고유 권한인 의회 해산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연설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있을 수 없다"면서 패배를 인정했다. 다만 그는 "민족주의자들, 선동가들의 부상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유럽 전체, 유럽 및 세계에서 프랑스의 위치에 위협이 된다"면서 극우 세력의 부상을 경계했다.

RN을 이끄는 르펜은 조기 총선 발표를 환영했다. 그는 "국민이 투표하면 국민이 승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우리는 국가를 다시 일으킬, 프랑스 국민의 이익을 수호할, 전쟁을 끝낼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마지막으로 대통령 고유의 권한으로 의회를 해산한 대통령은 1997년 자크 시라크 당시 대통령이다. 그에 앞서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과 샤를 드골 대통령이 각각 두 차례 의회 해산권을 행사했다. 프랑스24는 조기 총선 카드를 두고 "마크롱 대통령의 도박"이라 평가했다. BBC방송은 "조기 총선을 소집한 것은 놀라운 일이자, 마크롱 대통령에게는 큰 리스크"라며 "RN의 또 다른 승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짚었다.

티노 크루팔라 공동대표를 비롯한 극우 정당 독일대안당(AfD) 관계자들이 9일(현지시간) 출구조사 결과를 보며 기뻐하고 있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독일서도 극우 약진…숄츠 연정 참패 전망

EU 회원국 중 가장 인구가 많은 독일에서도 극우 정당인 AfD가 부상한 반면 숄츠 총리가 이끄는 연정은 참패하며 체면을 구겼다.

의석수 분석 자료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AfD는 보수 성향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에 이어 2위에 오를 전망이다. 득표율은 2019년 11.0%에서 5.5%포인트 오른 16.5%가 예상된다. 20%를 웃돌 수 있다는 1분기 여론조사 결과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최근 선거를 앞두고 나치 옹호 발언, 뇌물스캔들 등 거센 논란이 일었음에도 극우세력의 약진이 확인된 것이다. AfD는 이러한 논란으로 앞서 유럽의회 정치그룹 ID에서 퇴출까지 당한 상태다.

반면 숄츠 총리가 소속된 사회민주당(SPD)은 14.0%에 그칠 전망이다. SPD와 연정을 하고 있는 녹색당, 자유민주당(FDP)의 득표율도 기존보다 떨어진 12.0%, 5.0%로 각각 관측됐다. AP통신은 "숄츠 총리에게는 치욕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극우정당은 헝가리, 오스트리아에서도 승기를 잡았다. 키프로스, 그리스, 불가리아, 네덜란드 등에서도 민족주의 성향의 정당이 승리하거나 약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에서도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형제단(Fdi)이 26~30%를 득표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한편 EU 27개국 정상들은 오는 1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비공식 정상회의를 열고 이번 선거를 토대로 한 지도부 구성 논의에 착수한다. EU 행정부 수반인 집행위원장 후보는 27~28일 EU정상회의에서 확정될 전망이다. 극우 정당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EPP가 여전히 1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후보로 지명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EPP 후보인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출구조사 발표 직후 연설에서 "유럽 시민들이 기대하는 것은 강력한 유럽이다. 좌파, 우파의 극단에 맞서는 보루를 건설할 것"이라며 "우리가 그들을 막을 것이다. 이는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에 지지자들은 "5년만 더"를 외치며 화답했다.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집행위원장 후보는 유럽의회 인준 투표를 거쳐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유럽의회 720명 중 최소 361명의 지지가 필요하다. 새 집행부는 오는 12월1일 공식 출범할 전망이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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