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재정에도 ‘융통성’이 필요하다 [기자수첩-정책경제]
서민 실질소득 7년 만에 감소
자영업자 대출 연체 ‘한계’ 상황
말라버린 내수, ‘재정’ 역할 필요
아껴야 잘 산다? 틀린 말은 아니다. 요즘 같은 과잉생산 과잉소비 시대는 잘 살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아껴 쓸 필요가 있다.
그런데, 아끼기만 하면 잘살게 될까? 쉽게 답을 내릴 수 없을 것 같다. 수익성을 높이지 않은 채 오직 소비만 줄이는 것으로 ‘부자’가 되기엔 한계가 있을 것 같다는 게 솔직한 생각이다.
윤석열 정부 재정 정책의 근간은 ‘아끼는 것’이다. 나랏빚이 100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 흥청망청 쓴다는 건 정말 미래를 갉아먹을 일이다. 그러니 이번 정부 ‘건전재정’ 기조는 박수받아 마땅하다.
문제는 아끼는 것만으로 장밋빛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느냐다. 벌어들이는 돈은 변화가 없는데 허리띠만 졸라맨다고 살림살이가 나아질 수 있겠는가 말이다.
1분기 한국경제는 깜짝 성장했다. 국내총생산(GDP)이 시장 예측인 0.6%를 두 배 이상 웃도는 1.3%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저하고(경기가 상반기 나쁘고 하반기 좋아진다는 의미)’를 목 놓아 외쳤던 결과가 올해 1분기에 빛을 본 듯하다.
5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7% 늘어나면서 8개월 연속 플러스(+)를 이어가고 있다. 대(對) 중국 수출이 19개월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한 덕분이다.
수출이 늘면서 무역수지도 좋아졌다. 5월 무역수지는 49억6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2020년 12월(67억 달러) 이후 41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누적 무역수지는 155억 달러 흑자를 기록 중이다.
수출만 보면 한국경제는 분명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무역 국가’라는 특징을 생각한다면 국민 주머니 사정도 부쩍 좋아질 듯하다.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 갈수록 가난해지는 느낌이다. ‘엄살’로 치부하기엔 지표가 확인해 준다.
통계청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2024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구당(1인 이상 가구·농림어가 포함) 월평균 소득은 512만2000원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1.4% 증가한 금액이다. 3개 분기 연속 가계소득이 늘었으나 증가 폭은 전 분기(3.9%)보다 크게 둔화했다.
실질소득 감소가 특히 문제다. 물가를 반영한 가계 실질소득은 1년 전보다 1.6% 줄었다. 1분기 기준 2021년(-1.0%) 이후 3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으로 2017년 1분기(-2.5%) 이후 7년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직장인들이 엄살처럼 ‘월급 빼고 다 오른다’고 하는데 지표상으로 크게 틀린 말이 아닌 셈이다. 사실 해마다 조금씩 오르는 게 월급인데, 오해 1분기에는 근로소득 자체가 1.1%나 줄었다.
자영업자 사정도 위험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달 12일 나이스평가정보가 당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양경숙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335만 9590명의 개인사업자가 총 1112조7400억원의 빚(대출)을 안고 있다.
2019년과 비교하면 대출자 수는 60%, 대출금액은 51% 증가한 수치다. 상환 위험 차주 대출 규모는 같은 기간 15조6200억원에서 31조3000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월급쟁이 주머니 사정은 팍팍해지고 자영업자는 늘어나는 빚을 감당하지 못하는 현실로 내몰린다. 정책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돈을 뿌리라는 의미가 아니다.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더라도 최소한의 ‘융통성’을 발휘할 때라는 뜻이다.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서민 살림은 팍팍할 듯하다. ‘수출의 힘’이 내수까지 이어지기엔 아직 한참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동안은 재정의 역할이 중요하다.
부처별 내년도 예산안 편성이 한창이다. 기획재정부는 고강도 긴축 재정을 이미 예고했다. 여기서 기재부가 명심해야 할 대목이 있다. 지나치게 딱딱하면 부러지기 마련이란 점이다. 건전재정에도 융통성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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